우리밀_앉은뱅이밀

by 김진영

우리밀이란 작명은 수입 밀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었다. 우리밀의 시작은 작았다. 몇몇이 모여 운동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사업이 됐다. 생협, 한살림, 초록마을 등 유통업체와 연계한 각각의 공급처가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성장은 했다고 하지만 시장 점유율은 수입 밀에 비해 미미한 편. 작년 한 해 사료 포함 약 4백만 톤의 밀이 수입됐다. 반면에 우리밀은 1%가 채 안 된다. 작은 시장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있는 게 우리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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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초록마을에서 일할 때였다. 기억으로는 2004년도 봄이었을 듯싶다. 지금은 고인이 된 우리밀 과자 전문 생산업체인 산들촌 대표가 찾아왔다. 사업 아이템 협의가 목적이었다. 우리밀로 사업을 해보라 권했다. 품목은 저쪽(슈퍼마켓)에 있고 우리(초록마을)에는 없는 것이면 될 거라 이야기해 준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없던 새우 과자라든지, 옥수수 과자가 그러한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나 또한 시장에 없던 상품인 우리밀 크래커를 만들기도 했다. 이런저런 시도가 시장에서 먹히면서 우리밀 관련 제품들이 이마트나 홈플러스 등 주요 유통업체에 입점했다. 초록마을의 경우는 우리밀 제품을 선도적으로 출시하면서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도 했었다. 상품 개발하면서 우리밀이 참 부족하다는 것을 절실히 알았다. 그 당시에는 변변한 제분 시설 또한 없었다. 제대로 된 제분 시설이 없기에 제대로 된 밀가루가 나오기 힘들었다. 밀가루가 제대로 된 것이 없으니 국수나 과자는 그럭저럭 만들 수 있었지만, 빵은 만들 때마다 모양이나 맛이 달라지는 경우도 생산자를 애먹였다.


뭉뚱그려 우리밀로만 알고 있지만, 용도별로 품종이 나뉜다. 금강 밀은 국수, 조경은 빵, 퇴출 중인 백중, 과자용인 고소밀 등이 있다. 이들은 재래종 밀을 개량한 것이다. 앉은뱅이 밀은 토종 밀로 예전부터 재배해 온 품종이다. 앉은뱅이 밀은 국수나 과자용으로 적합하다. 다른 작물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통곡식을 먹는다. 반면에 밀은 가루를 내어 활용한다. 빵이든, 국수든 가루를 내야 만들 수 있다. 밀은 특별한 경우에만 통곡식을 활용한다. 밀 쌀로 활용할 경우 특별한 음식을 만들 수 있다. 밀 쌀은 보리쌀보다 구수함이 좋다. 밥과 반을 섞어 사용하여 비빔밥을 만들어 먹으면 맛있다. 아는 사람만 아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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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뱅이 밀은 토종 밀로 우리네와 같이 살아왔던 밀이다. 앉은뱅이 밀은 현재 수입 밀의 할아버지뻘이다. 앉은뱅이 밀이라 부르는 이유는 모양에서 연유한다. 외국 밀이나 다른 작물보다 키가 작다. 작물이 키가 크면 수확 시기에 바람이라도 불면 쓰러지기에 십상이다. 키가 작은 밀은 바람에 강하다. 게다가 밀기울이 얇아 가루가 많이 나온다. 이런 특성을 안 일본이 일본강점기에 가져가 개량을 했다. 여기에 미국 농학자 노먼 볼로그가 개량을 더 했다. 이로 인해 노벨상까지 받았다고 한다. 받은 이유는 수확량 많은 밀 품종 개량으로 기아에 허덕이는 이들을 구했기 때문이다. 알게 모르게 세상을 구한 밀이 앉은뱅이 밀이다. 우리밀은 빵이 안 된다고 한다. 정확한 표현은 되는 것은 되고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해야 한다. 수많은 빵 종류 중에서 다소 거친 반죽하는 것은 제법 빵이 잘 나온다. 전남 구례에 있는 목월 빵집은 빵이 나오는 시간 전부터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많다. 목월 빵집은 우리밀은 혼합해서 만든다. 금강 밀은 구례, 앉은뱅이 밀은 금당 정미소, 흑 밀과 호밀은 자가 생산한 것을 사용한다. 우선 빵 맛이 좋다. 우리밀이라서가 아니라 특성에 맞게 빵을 잘 만든다. 특성을 정확히 파악해야 활용을 제대로 할 수 있다.식재료 선택에 있어 중요한 것은 맛이다. 거기에 비법 양념 같은 스토리가 따라붙는다면 더할 나위 없을 듯싶다. 2000년대 후반부터 앉은뱅이밀이 있음을 알았다. 진주를 근거로 일하는 이들에게 소개받았다. 소개만 받고 구체적으로 일을 진행하지는 않았다. 앉은뱅이밀에 대해 잘 알지 못했거니와 알려고 하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조금만 관심을 가졌으면 좋았을 것인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7월이다. 수확을 막 끝내 날 것의 밀이 있다. 날 것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요리사의 몫. 다양하게 활용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밀쌀.jpg 밀폐용기에 물과 밀을 넣고 냉장고에 넣어두면 편하게 밀밥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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