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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갈비로 팔면서 뒷다리살을 준다면?

돼지갈비에 대한 생각

by 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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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_돼지갈비


#뒷다리살_말고


#소갈비라하고_소뒷다리주면_멱살잡을걸


중학교때였나? 인천 부평에는 용갈비가 있었다. 깡시장 옆에 있던 2층? 3층 짜리 건물이었다. 과거형인 까닭은 두 가지. 과거였고 사라졌기 때문이다. 초등학교까지는 졸업식은 짜장면이었다. 네 살 터울의 누나가 고등학교 졸업할 때무터 중국집이 갈비집으로 바뀌었다. 집집마다 그나마 돈이 돌던 1980년대의 중반이었다. 소갈비라는 있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가면 다닥다닥 붙은 앉은뱅이 탁자에 낑겨 앉아 고기를 구었다. 지금처럼 현대적인 배기구라는 것도 딱히 없었다. 지금처럼 냄새 배기지 말라는 비닐은 언감생심. 고깃집에서 나오면 몇 시간 동안 냄새가 났다. 그게 또한 자랑아닌 자랑이었다. 고깃집 갔다왔다는 훈장이었다. 동네 돈을 끌어 모았던 용갈비, 어느날 이었다. 돼지갈비가 ‘최애’인 윤희. 어디들 가든 돼지갈비를 찾는 아이다. 저녁 메뉴를 궁리하다가 용갈비가 생각났다. 있겠지 하고 갔더니만 이미 다른 업종으로 바뀐지 오래됐다. 돼지갈비 좋아하는 윤희와 먹으러 갔다가 돌아 온 적이 있었다. 짜장면으로 대신 했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지금은 사라진 괴산 대웅식당의 돼지갈비. 참으로 맛나게 먹었던 기억이 여전히 선명하다.

돼지갈비 이야기다. 진짜 돼지갈비 이야기를 하고 싶어 옛날 이야기를 꺼냈다. 예전에 먹었던 돼지갈비가 진짜 돼지갈비였을까?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다만 뼈에 붙은 고기는 지금이나 그때나 참 안 익는다는 같다. 뼈에 열을 뺏긴 탓인지 겉이 탈 정도로 익혀도 뼈와 붙은 쪽은 핏물 그대로였다. 지금은 그냥 먹지만(병원성 세균은 주로 고기 표면에 있다) 그때는 기겁했다. 속까지 익히면 뻣뻣한 고기맛이 속상했지만 갈비 뜯었다는 만족감이 맛을 채워줬다. 2004년도에 돼지갈비를 만들었다. 평소에 술 마시며 먹는 돼지갈비가 불만이었다. 냉동 식품으로 파는 것은 더더욱이었다. 웬만한 식당에서 나오는 돼지갈비라는 것도 공장에서 만든 것을 해동하는 것이 많았다. 아는 잉가 담양에서 육가공 공장을 그 당시 차렸다. 축하도 할겸 내려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돼지갈비 이야기를 꺼냈다. 진짜 돼지 갈비를 만들어보자고 말이다. 돼지갈비를 포를 떠서 만들어 달라 요청했다. 가능하다는 답변은 받았지만 한 가지 난제가 남아 있었다. 갈비 포를 뜨고 남는 자투리 갈비에 대한 처리가 문제였다. 갈비찜을 추가로 만드는 것으로 간단히 해결. 돼지갈비에 사태살을 넣어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달라 했다. 그렇게 해서 돼지갈비를 만들었다. 양념은 간장을 비롯해 참기름까지 모두 국내산으로 했다. 카라멜 색소도, 당연히 넣는 MSG도 안 넣었다. 돼지갈비가 사실 부드러운 부위는 아니다. 소처럼 마블링이 많은 것도 아니다. 구워서 먹기 보다는 찜이나 탕이 어울린다. 그럼에도 구울 때 나오는 유혹의 향은 강렬하기에 불에 얹은다. 색소를 넣지 않은 고기는 허여멀건 했다. 간장으로 색을 내봤자 거기서 거기다. 고깃집에서 보는 진한 갈색은 색소 덕분이다. 그 덕에 상품 출시 초반에 욕을 많이 먹었다. 무슨 고기가 허옇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초록마을의 상품은 색소 사용을 엄격히 했었다. 심지어 과일 주스의 변색을 막는 비타민 C 첨가도 제한을 할 정도였다. 과일 주스에 비타민 C 첨가 목적은 영양 성분 추가 목적보다는 변색 방지가 목적이다. 넣이 않으면 선명한 오렌지색 대신 갈색 오렌지 주스를 마신다. 이런저런 클레임을 해결하면서 상품은 점차로 매출이 올라갔다. 단언컨데 그당시 시중에 있는 그 어떤 돼지갈비보다 맛있었다. 돼지갈비로 만드는 진짜 돼지갈비는 아마도 최초로 만들지 않았나 싶다. 이는 내 생각은 후에 쿠팡까지 연결되어 제대로 된 소갈비를 만들기도 했다.

인제 돼지갈비

돼지갈비 싫어 하는 사람은 못봤다. 돼지갈비 제대로 하는 것을 찾는 사람은 드물다. 그나마 인천의 생갈비 식당은 방송에 자주 나와 사람이 있지만 그런 곳을 제외하고는 그냥 가서 편히 먹는 음식이 됐다. 적당히 달고, 짠 음식으로 말이다. 그 부위가 갈비든, 아니든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명칭 정리가 필요하다. 돼지갈비로 만든 것만 돼지갈라 해야 한다. 나머지 부위는 양념구이다. 갈비라 더 이상 사기쳐서는 안된다. 만일 소갈비라 해놓고 뒷다리살 주면 바로 사장 멱살 잡을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돼지갈비는 가만히 있는다. 저렴해서? 서울의 A 식당은 목살을 내면서(목살이 비싼긴 해도) 삼만 원 가까이 받는다. 아니더라도 가장 저렴한 부위인 뒷다리살로 만들면서 그 가격을 받는 것은 사기다. 뒷다리살 1kg 해봐자 몇천 원 안팍이다. 그런 부위로 만들고서 삼겹살과 목살 가격을 받는 것은 폭리다. 거기에 수입 돼지로 하는 곳은 이익이 상상이 안 간다. 또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돼지갈비 시늉 때문에 갈비 뼈를 수입한다. 참으로 웃기는 일이 아닌가? 뒷다리살 양념해서 갈비 뼈만 수입한다는 사실이. 돼지갈비 가면 고기 원산지가 다국적인 곳이 많다.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의 나라가 섞여 있다. 고기 들어오는 나라와 뼈 들어오는 나라가 달라 그렇다.


강릉의 대관령 돼지갈비

윤희는 해산물을 먹지 않는다. 비린내가 싫다고 한다. 나한테는 나지 않는 신선한 회에서도 비린내를 맡는다. 누구나 좋아하는 대게나 새우도 먹지 않는다. 강원도에 둘이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해산물을 먹지 않기 때문에 돼지갈비를 찾았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이 우선 검색 됐다. 여러 가지를 많이 주는 곳이다. 후기도 좋고, 사진도 많지만 패쓰. 고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검색에 검색을 하다 보니 한 곳이 걸렸다. 네이버에서 검색할 때는 결과의 열 페이지 정도는 넘겨야 “찐”이 나온다. 한 곳이 좋아 보였다. 외관은 허름하지만 나오는 된장찌개(윤희는 된장국 주는 곳을 싫어 한다)가 나오고 밥은 햇반이다. 사실 식당의 맛없는 밥보다는 햇반이 낫다. 찬도 별로 없다. 채소와 김치가 전부. 강릉 여행가서 구경다가 저녁에 식당으로 갔다. 갈비를 포를 뜬 “찐갈비”가 나왔다. 주문한 된장찌개는 강원도답게 간장을 덜 뺀, 막장이 나왔다. 강원도 된장은 간장을 덜 빼 짠맛이 있지만 그만큼 감칠맛도 가지고 있다. 된장과 간장을 가를 때 간장을 얼마만큼 빼냐에 따라 된장색이 달라진다. 구수한 막장만으로 햇반 하나 먹을 정도로 맛있었다. 막장이 그럴 정도인데 갈비는 말할 필요가 없다. 강릉에서 최우선 맛집은 대관령 갈비다. 대관령 갈비 전에는 괴산에 최애집이 있었다. 정육식당으로 저녁에 포을 뜨고는 다음날 내는 곳있었다. 여기도 윤희라 갔던 곳이다. 몇 년이 지나 괴산 유기농박람회에 갔다가 들렸지만 개인 사정으로 묻닫아 아쉬움이 컸었다. 최근에는 인제에서 새로운 갈비집을 만났다. 삼호숯불갈비가 상호다. 가격이 13000원으로 저렴하면서 맛있다. 색소나 연육제를 넣지 않아 당황스런 모양새지만 진짜 돼지갈비의 맛을 볼 수 있다.


돼지갈비 뼈를 수입하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삼겹살 최대 수입국은 그렇다치더라도 버리는 뼈를 수입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싶다. 돼지고기 수입하면서 국제적 ‘호갱’이 되는 건 자존심이 상한다. 이게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시기치기 위해서라면 더더욱 아니다. 돼지갈비가 아닌 돼지 양념구이로 팔면 그럴 필요가 없다. 최근에 어느 식당에 가니 돼지갈비라는 맛 대신 양념구이로 팔고 있었다. 그러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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