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날이장날입니다
어쩌다 시작된 연재. 오일장은 한 잔의 술에서 시작했다. 어느 날 저녁, 약속이 있어 공덕동 대물상회에 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덩치 좀 있는 한 사람이 다찌에 앉아 사진 찍고 있었다. “문갑성(대물상회 쥔장) 누구?” “경향신문 기자, 취재 왔다고” “아항” 누군지는 알았으니 관심이 사라졌다. 얼추 술이 들어가고 기분이 막 좋아질 때 취재를 끝내는 기자가 눈에 들어왔다. 마침 다른 손님도 거의 간 상태였다. “끝났으면 같이 한잔하시죠?” 통성명을 끝내고 소주 한잔에 여러 이야기가 안주로 오르락내리락했다. 끝이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술을 마시다가 술이 나를 마신 날이었다.
몇 주? 한 달? 시간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모르는 전화가 왔다. 예의가 아님을 알면서도 잘 안되는 것이 명함의 전화번호 입력이다. 일단 받았더니 경향신문 김 기자. 겉치레 인사 아주 간단히 하고서는 본론이 나왔다. 신문 연재를 부탁한다는 이야기다. 음식 관련 이야기인데 소재나 주제는 나 알아서 해달라는 아주 무성의한(?) 청탁이었다. 일단은 알았다고 하고는 전화를 끝냈다.
무엇을 할까 하다가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것이 생각났다. 지방 출장이 잦은 나. 출장 가는 길에 오일장 날짜도 맞추면 이래저래 좋을 듯싶었다. 그 당시는 오마이뉴스에 식재료 관련한 뉴스를 매주 올리고 있었다. 식재료 취재도 같이하면 교통비도 절감할 수 있을 듯싶었다. 신문사 고료라는 게 실비다. 나처럼 산지 다니는 사람은 신문사 수준의 고료면 교통비 보조 수준이다. 돈하고 상관없이 시작했다. 어차피 다니는 길, 기름값이라도 받으면 그게 어딘가 싶었다. 돈보다는 오일장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대략적인 오일장 일정과 거기를 지금 왜 가는지에 대해 간략하게 적어 메일을 보냈다. 내 취재 일정은 겨울에는 남쪽, 여름에는 북쪽이다. 우리나라가 작다고 하는데 다니다 보면 넓다. 같은 작물이라도 겨울과 여름에 나는 지역이 다르다. 양배추만 하더라도 가장 맛있는 시기는 겨울이다. 겨울, 제주에서 나는 양배추는 감귤 못지않게 단맛이 좋다. 여름은 고랭지인 태백산맥에서 나지만 제철의 그 맛이 안 난다. 그렇게 삼 년 가까이 한반도를 식재료 따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대략 다니 거리를 보니 예순다섯 개 장터에 운행 거리가 3만 km가 넘었다. 대략 가면 3~4개의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전국에 가본 식당도 200개가 넘고, 이래저래 찍은 사진이 만 장이 넘는다. 취재를 끝내고 기사로 쓰지 않은 식당도 꽤 된다. 맛이 없거나 아니면 친절은 폐기처리 한 곳 등등 음식의 맛을 떠나 기본이 안 된 곳은 올리지 않았다. 기사에 나오는 식당 모두 ‘내 돈 내산’이다. 내가 일정을 짜고, 메뉴를 결정했다. 지자체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들이 보여주고, 먹여주고 하는 것만 해서는 홍보 기사로 전락하기에 그러지 않았다. 맛있으면 쓰고, 없으면 안 썼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터는 동해 북평장이었다. 규모가 다른 곳보다 그곳보다 의례 었어야 할 ‘흥정’이 차고 넘쳤다. 상인의 흥이 손님에게 가면 정이 되돌아온다. 되는 장터는 들어서면 나도 모르게 어깨춤이 들썩인다. 오가는 흥정에 리듬을 타고 있다. 그 맛을 제대로 맛본 곳이 동해장이었다. 음식으로는 포항 흥해장에서 맛본 장치 회였다. 먹어 본 회 중에서 단연 1등이었다. 장치는 잡어다. 잡어 취급은 사람의 기준에서다. 생선은 나름의 이름과 맛이 있다. 잡어을 먹어보면 이름을 찾는다. 잡어라고 맛이 잡스러울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장치회의 쫄깃함은 돔이나 복어 못지않았다. 성대까지 해서 한 접시 3만 원.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이다.
많이 다닌 듯 보여도 딱 절반 정도 다녔다. 아직 못 가본 곳이 다닌 곳만큼 남아 있다. 앞으로도 겨울과 봄은 남쪽에, 여름과 가을은 북쪽 오일장을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지면만으로는 아쉬워 유튜브(여행자의 식탁)를 시작했다. ‘왜’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방송이나 블로거, 유튜버는 오일장을 흥미의 수단으로 삼는다. 족발 썰고, 어묵을 먹고, 국밥에 소주 한잔 등이 주로 나온다. 흥미가 아닌 사람과 음식 이야기를 쓰고자 했다. 사람 냄새, 음식 냄새 가득한 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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