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베고 난 후의 논.
한동안 참으로 부드러운 질감을 좋아했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에는 처음이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인가 그랬을 것이다.
반장 하던 친구 놈 집이 농사를 졌다. 그것도 학교 주변에서 말이다.
그때도 재개발이 한창이었고
그 친구네 논 전까지는 이미 아파트가 들어서 있었다. 인천이 한창 인구 유입이 하루가 다르게 늘 때였다. 1980년대 후반이었으니.
늦가을, 토요일이 수업이 끝난 후 어울리던 친구 넷이 모여 그 친구네 농사일 도우러 갔었다. 그때 처음으로 땅이 이렇게 부드럽고 탄력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경험은 수십 년이 흘러도 여전히 감촉이 남아 있다.
오랜만에 그 느낌을 받았다. 땅이 살아 있음을 땅의 탄력으로 느꼈다. 살아있는 땅은 탄력이 있다. 농사짓는 땅은 탄력이 있어야 한다.
그때 그 친구들은 어찌 지낼까 궁금하다.
한 놈은 미국으로 또 한 놈은 베트남으로.. 등등 서로의 사정이 달라짐에 연락은 뜸해졌다. 아주 가끔 어찌 살까 궁금할 뿐.....
#토종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