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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Apr 22. 2024

지극히 미적인 시장_청양

#지극히미적인시장_청양 #청양군 #청양오일장

#제철맞은장날입니다. 



전국을 제집 드나들 듯 다닌 필자도 청양은 거의 가본 적이 없다. 대부분 홍성이나 예산에서 공주와 대전을 오가다 지나친 예는 있어도 따로 목적을 두고 간 적은 없다. 청양보다 더 산악지역인 봉화나 울진, 장수, 진안은 몇 번 목적을 두고 갔어도 청양은 진짜로 29년 식품 MD 생활 동안 없었다. 아마도 이는 고속도로 영향이 클 듯싶다. 오랫동안 청양은 고속도로하고는 인연이 적었다. 대전-당진 간 고속도로도 직접은 아니고 가까운  나들목이 예산군의 신양이다. 같은 시기에 서천 가는 고속도로가 놓이면서 청양 나들목이 놓이면서 고속도로가 지나게 됐다. 29년 만에 처음으로 청양을 목적으로 길을 떠났다. 

정문을 지나 뒷편으로 가야 장터가 있다.

청양 오일장은 2, 7장이다. 지난 5년 동안 다녔던 시장 외에 남아 있는 시장 대부분이 바다가 없는 내륙 시장이다. 그중에서 2, 7장이 유독 많다. 금산장이 그렇고 예천장이 그렇다. 오늘도 금산 찍고 청양장을 볼까 하다가 그냥 청양장만 보러 갔다. 바다는 없고 산만 있는 내륙의 시장은 1년 중 두 번, 봄과 가을이 그나마 구경거리가 있다. 봄은 나물, 가을은 밤과 야생버섯을 살 수 있어 그나마 장 보는 재미가 있다. 물론 어물전도 있지만 선도나 가격이 바닷가하고는 비교가 어렵다. 현지인들에게는 필요하나 도회지에서 간 나에게는 그냥 구경거리일 뿐이다. 청양 오일장은 상설시장 뒤편에 장이 선다. 긴 통로의 상설시장을 지나 공영주차장 건물 사이에 놓인 골목에 장이 선다. 군에서 따로 오일장터를 마련해 놓기도 했다. 군에서 따로 만들어 놓은 곳에는 할매들이 나물을 앞에 두고 삼삼오오 모여 있다. 내려올 때 예상한 것처럼 나물이 많았다. 특히 가장 좋아하는 나물인 옻순나물이 지천이었다. 

데친나물도 많이 팔았다.

시기상으로 4월 말이 시작하는 22일이니 옻순이 한창이었다.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옻순의 맛은 달곰하다. 두릅과의 순이 쌉싸름함이 바탕이라면 옻순은 달곰함에 쌉싸름함이 조미료처럼 가미된다. 맛의 결이 두릅이나 엄나무, 오가피순과는 비교 불가다. 나물이 한창 나오면 미나리는 덜 찾게 된다. 미나리 축제가 다들 2월에 열리는 까닭은 봄나물이 나오기 전에 해야 사람을 불러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뜨문뜨문 미나리가 보였다. 개중에 밑동 색이 보라색인 것들이 간혹 보였다. 미나리 밑동이 잎과 비슷하면 향은 여리고 식감은 부드럽다. 보라색이면 향이 진하고 아삭한 맛이 난다. 작년에 허영만 선생님 모시고 청도 갔을 때 쥔장이 맛보라고 내준 것은 보라색 밑동이었다. 향 좋은 것보다 부드러운 것을 찾는다고 하는데 미나리를 무슨 맛으로 먹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향긋한 미나리를 그저 부드러운 맛으로 먹기에는 아까운 식재료다. 향 나는 채소는 향이 듬뿍 나야 제맛이다. 미나리와 옻순을 사고는 뭐가 더 있나 살폈다. 청양장은 다른 곳과 달리 데친 나물도 꽤 많았다.

꼬소하다는 말에 홀랑 넘어가서 산 싸리나물(작은 바구니)

손질해서 아예 데친 것이라 그냥 집에서 무치기만 하면 된다. 가만히 서서 지켜보니 꽤 많이들 사 간다. 낯선 나물이 눈에 들어왔다. “이건 뭔가요?” “싸리나물, 가장 꼬소해” “이건요?” “그건 고춧잎 나물, 옆에 껀 오이 맛이 나는, 쌔뱃잎 나물(고광나무 잎 순)” 고소하다는 싸리나물까지 사니 어느덧 손에 든 봉지가 세 개나 됐다. 이번 장에서 있으면 사려고 했던 것이 표고버섯, 청양도 표고버섯 재배를 많이 하는 곳 중 하나다. 표고버섯은 원목 재배와 배지 재배 버섯 두 가지가 있다. 향은 원목 버섯이 훨씬 좋다. 말려서 두고두고 사용하기 좋기에 있으면 구매하려고 했으나 원목은 없고 배지만 있었다. 청양을 다녀보면 이웃한 공주, 예산, 홍성과 비교를 해봐도 평평한 곳이 좀 적다. 산이 많다 보니 사는 인구 또한 도내에서 가장 적다. 대신 다녀 본 오일장 중에서 나물 종류는 가장 많았고 가격 또한 가장 저렴했다. 

쌍 엄지척! 옻순

4월, 맛있는 나물을 산다면 여기가 답이지 않을까 한다. 버크셔K 앞다릿살과 장에서 사 온 미나리와 옻순을 같이 구웠다. 돌미나리는 향긋함이 좋았으나 옻순의 고소한 힘에 밀렸다. 미나리만 먹었다면 올봄에 먹은 최고의 미나리였을 것이다. 옻순은 역시 새순 중에서 쌍 엄지 척!이다. 

순두부 찌개에서 중요한 것은순두부 아닌가?


농가밥집 두 곳 중 한 곳은 월요일 휴무였다. 이상하게 유명한 밥집에서 밥을 먹었다. 찌개 파는 밥집이었으나 방송 영향으로 맛집이 된 곳을 갔다가 농가 밥집 한 군데를 들렸다. 농가밥집 하면 김제의 난산마전이 떠오른다. 쌈이 맛있던 곳으로 다른 반찬 다 필요 없이 쌈만 주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여기도 비슷하지 않을까 했는데 다르게 운영하고 있었다.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를 활용해서 국과 몇 가지 반찬만 있었다. 

밥을 먹는 사이 동네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보니 동네에서 어느 정도 맛으로 인정을 받는 듯싶었다. 맛을 보면, 조미료를 좋아하는 이라면 좀 많이 심심할 듯한 맛이다. 하지만 이런 밥을 먹고 나면 속이 편안하다. 조미료를 잘 쓰는 곳은 입에는 맞는 듯싶지만 속에서는 밀어내는 경우가 많고 물을 많이 마신다. 여기는 먹고 나서 딱히 물을 찾지 않는다. 조미료를 좋아한다면 잘 쓰는 곳을 가면 된다. 아니라면 여기가 딱 맞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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