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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Oct 14. 2024

강진의 맛

강진 반값여행. 강진인턴

강진의 맛

강진군 홈페이지 캡쳐.

강진군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먹거리를 찾아보면 이건 꼭 먹어야 해! 하는 것이 별로 없다. 한정식, 회춘탕, 떡갈비, 전복닭백숙, 회 등등은 홈페이지 사진만 보더라도 딱히 입맛이 돌지 않는다.  그냥 열 개나 여덟 개를 뽑기 위한 선택이지 싶다. 물론 내 생각이지만 말이다. 지역의 제철을 무시한 무슨 무슨 8 미, 10 미 이런 것을 신뢰하지 않는다. 맛에 계절을 고려한 지자체는 우리나라에 없다. 아직 못 봤다. 그나마 병영 작은 시장의 돼지 불고기는 알고 있는 곳이라 저긴 빼먹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은 바로 들었다. 

몇 년 전 오일장 취재 하러 강진에 간 적이 있다.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시점이었다. 마량항에 물회 먹으러 갔지만, 물회의 계절은 여름보다 겨울이라 생각한다. 왜냐고? 물회의 주인공인 회가 겨울이 가장 맛있으니 그때 먹는 것이 맞지 않나? 암튼, 된장 물회 먹으러 갔으나 문을 닫았다. 겨울이라 사람이 없는 탓에 일찍 문을 닫았다. 아직 해가 지지 않은 이른 저녁임에도 말이다. 다시 20km 넘는 길을 돌아와 읍내에서 한정식을 먹었다. 딱히 먹을 것도 없거니와 강진 한정식 사진도 없어서 겸사겸사 갔다. 한정식을 딱히 좋아라 하지 않는다. 공감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아닐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한정식 식당은 내는 것에 목적을 둔다. 맛있는 것을 내는 것보다는 숫자에 집착한다. 제철 회보다는 숫자 하나에 목적을 둔다. 나온 차림은 가관 그 자체였다. 삼합은 돼지고기, 홍어, 김치가 있으나 크기가 작았다. 모아서 보면 정상적인 식당의 한 점 정도 될까? 한 점을 잘라 양을 많게 보였다. 회도 마찬가지였다. 당면은 붓고 굳어서 풀어지지 않는 것이 겉만 따듯하게 나왔다. 아마도 전자레인지에 대충 돌려서 나온 듯했다. 소주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까 했던 계획은 상차림에 한정식 성토장으로 바뀌었고 서둘러 자리를 파했다. 강진 가기 전 페친이 올린 팸투어 사진을 보니 기자, 여행사 대표에게 나간 상차림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 자리에는 지역 공무원을 비롯해 여럿이 있었으니 아마도 일반 손님하고는 차림이 달랐을 것이다. 이는 방송에 나온 맛집 또한 사정이 비슷할 것이다. 오일장 취재 다닐 때 방송에 자주 나온 곳이나 최근에 나온 곳은 부러 피했다. 방송에 나왔다고 누가 추전 했다고 꼭 나와 입맛이 맞는 건 아니었다. 그간의 경험이 그러했다. 여행지에서 나의 시간은 그 무엇보다 소중했기에 방송에 나왔다고 줄 서는 것으로 허비하지 않는다. 

대충 다른 곳에서 저녁을 때우고 다음날 시장 구경한 다음 병영의 배진강으로 갔다. 배진강은 돼지 불고기를 내는 곳이다. 첫 손님일까 싶었지만 이미 동네 어르신들이 한 자리 차리하고 있었다. 불고기 2인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양념한 고기를 들고 밖으로 나간다. 고기 굽는 사이 상이 차려졌다. 조금 과하다 할 정도의 상차림. 하지만, 반전은 모두 맛있다는 것. 밥은 공깃밥이 아닌 바로 퍼서 그릇에 담겨 나왔다. 먹고 싶은 만큼 덜어 먹으라는 배려다. 불고기와 반찬, 맛있는 밥이 내는 하모니는 오랜만에 식당에서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단단하게 굳은 밥은 그저 허기를 해결하는 수단에 불과했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았다. 엄마의 밥처럼 찬과 밥에 따스한 마음이 가득했다. 주변의 한정식 스타일의 불고기집을 선택 안 한 나를 칭찬했다. 

지난주 강진에 일이 있어 허영만 선생님 모시고 강진을 다녀왔다. 가는 길에 휴게소에서 아침 대충 때우고 분식점에 갔다. 김밥과 튀김을 먹기 위해서 갔다. 선생님께 두 가지 선택을 드렸다. 배진강 or  엄마손? 엄마손이 뭐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튀김과 김밥을 팝니다. 튀김은 만들어 놓지 않고 주문하면 그때 만들어 줍니다. “그렇다면 튀김” 시장이 덜 하신 것도 있고 가볍게 식사하고 싶은 마음도 있으셨을 것이다. 엄마손 분식으로 가니 아주머니 두 분이 김밥 싸는 것에 여념이 없다. 단체 주문이 있는 듯싶다. 김밥 또한 미리 만들어 놓지 않는다. 튀김을 주문하니 반죽을 무치고 튀긴다. 그 사이 손님은 오가고 전화도 울린다. 다들 입맛은, 음식에 대한 바람은 비슷하다. 즉시성이 주는 맛을 안다. 

김말이의 당면에 간장 양념이 되어 있다. 맛있다.

튀김이 나왔다. 선생님이 드시더니 “오 괜찮네” 여기는 오징어 튀김이 살오징어다. 일반적으로 커다란 훔볼트 오징어로 튀기는 무미의 맛이 아니다. 튀김을 깨물면 오징어 향이 입안에 퍼진다. 옛날 오징어 튀김 맛이 난다. 선생님도 그 맛을 느끼신 듯하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주인아주머니가 쭈뼛거리며 “혹시..허…” 선생님이 웃으시니  그제야 아주머니 “첨엔 닮은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하며 함박 웃는다. 강진읍에 있는 작은 분식점이지만 맛으로 전국 No. 1이 아닌가 싶다. 튀김이 맛있고 김밥이 맛있다. 물론 즉석에서 만드는 떡볶이도 맛있다. 강진에 간다? 두 곳만은 꼭 맛을 보기 바란다. 엄마손과 배진강은 강진에서 꼭 봐야 하는 맛이다. 비싼 한정식을 따위로 만든다. 

참고로 강진장은 2, 7장이다. 규모는 어느 정도 있으나 남쪽 해안가의 시장치고는 해산물이 적은 편이다. 강진은 해안가 긴 편이나 큰 항구가 없다. 그 바람에 해산물이 생각보다 적다. 주로 겨울과 봄 사이에 여행객이 살만한 것이 있다. 장이 서지 않더라도 빵을 좋아한다면 시장은 필수다. 월요일, 화요일만 쉬는 빵집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냥 흔한 시골 빵집이겠지 생각하면 안 된다. 맛있는 커피와 빵이 시장 구석에서 은은한 향기를 내고 있다. 여기 빵 맛있다. 유기농 밀과 우리밀로 만들어도 맛없는 곳은 맛없다. 근데 여긴 맛있다. 


다산 초당에서 백련사 가는 길. 백련사 약수터
가우도 다리와 백련사에서 바라보는 강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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