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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D의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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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Nov 04. 2024

치킨은 축제의 음식이다.

feat. 로컬미식관광 33선_대구 치킨

따비 출판사의 대한민국 치킨전

‘치킨은 축제의 음식이다.’ 한국의 농촌사회 학자인 정은정 작가는 자신의 저서 <대한민국 치킨전>에서 대한민국 치킨을 축제의 음식으로 정의했다. 생각해보면 치킨은 즐거울 때 먹었다. 슬픈 영화를 보거나 마음이 괴로울 때 치킨을 뜯는다? 아니다. 축구나 야구 등 스포츠 경기를 관람할 때, 또는 운동회, 야유회 등에서, 군대 간 아들 면회 등 즐거운 자리에 치킨은 빠지지 않는다. 모든 음식의 유래에 대해서는 도시 전설이 하나쯤 있다. 치킨의 미군 부대 탄생설 또한 그 중 하나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미군 부대에서는 칠면조 구이를 먹는 것을 따라 했다는, 칠면조를 구할 수 없기에 닭을 튀겨 먹기 시작한 것이 유래였다는 것이 전설처럼 회자하고 있다. 이는 이웃한 일본 또한 미군부대 주변에서 그러했다고 하니 어느 정도 신뢰성이 있어 보인다. 

닭똥집 치킨 후라이드, 양념, 간장맛

처음의 치킨은 시장 닭 파는 곳에서 튀겨주던 것이 지금의 창대한 시장을 연 시작이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튀김에 필요한 식용유의 대량 생산은 치킨을 대중화의 길로 안내 했다. 밀가루 반죽에 튀김옷 두껍게 튀겨 내던 시장 통닭은 변신을 하게 된다. 서울 백화점의 식품 코너에서 얇은 튀김 옷의 치킨이 나오면서 새로운 음식 문화를 향한 도약을 준비했다. 1980년대를 지나면서 양념치킨의 개발은 외래 음식인 치킨이 한국 음식이 되는 일생일대의 사건이었다. 서양 음식인 튀김을 고추장을 사용한 매콤한 양념으로 한식의 범주 안에 들게  했다. 양념은 조금 더 발전해 고추장에서 간장 양념까지 진화했다. 나날이 진화 과정을 거치던 치킨은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대변혁기를 맞이했다. 그 당시 치킨을 파는 가게의 숫자는 1만여 개, 월드컵 이후 숫자는 2만 5천여 개로 늘었다고 한다. 식용유의 등장이 치킨을 탄생시켰다면 월드컵은 대한민국을 치킨의 나라로 만들었다.

대한민국은 치킨의 나라라 할 수 있다. 치킨 나라에서 수도는 서울이 아니라 대구다. 대한민국 치킨 업계를 좌지우지하는 브랜드 중 수많은 브랜드가 대구와 경북지역에서 탄생했다. 지금도 여전히 치킨의 수도인 대구에서는 수많은 브랜드가 각자의 맛으로 경쟁하고 있다. 서울에는 없는 브랜드와 맛은 대구로 가야 맛볼 수 있다. 대구에서 치킨을 먹기 전 치킨의 종류에 대해서 알고 가는 것이 좋다. 알고 있던 치킨 브랜드와 메뉴는 잠시 잊으면 좋다. 치킨은 종류는 두 가지로 나눈다. 양념과 프라이드 두 가지? 아니다. 튀김 옷을 입혀서 바삭바삭한 식감이 나도록 튀기는 크리스피 치킨과 양념을 얇게 입혀서 튀기는 엠보 방식 두 가지다. 튀김 방식에 따라 양념을 무치거나 또는 찍어 먹게 된다.

튀김옷 방식을 정한 다음 다양한 버전으로 변형 된다. 우선 엠보 방식, 엠보 방식 치킨의 대표 주자는 한 마리 통닭이다. 한 마리 통닭은 얇은 튀김 옷이 특징. 일반적인 크리스피 치킨에 사용하는 닭과 달리 삼계탕에 주로 사용하는 백세미라는 닭을 사용해서 튀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작은 닭을 튀기기에 한 마리 가격에 두 마리를 즐길 수가 있다. 저렴한 닭을 사용하기에 같은 가격에 두 마리 통닭이라는 메뉴가 가능하다. 껍질의 바삭함을 즐길 수 있고 양념치킨으로 만드는 것보다는 양념에 찍어 먹는다. 한국에서 엠보 방식의 치킨을 주문하면 양념 소스를 주는 이유다. 그다음은 바삭한 크리스피 방식의 치킨이다. 튀김옷을 두툼하게 입혀 튀긴 것으로 그대로로 좋지만 다양한 양념과 토핑을 할 수 있는 방식이다. 특히 바삭한 식감과 두꺼운 튀김옷 덕분에 양념이 지닌 촉촉함을 받아 들일 수가 있다. 대부분 양념치킨이 이런 방식이다. 빨간 양념을 더 하면 양념치킨이, 단짠 한 간장 양념을 더하거나 치즈 가루를 더하기도 하면서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것이 크리스피 치킨이다. 

대구에서는 한 가지가 더 있다. 이름하여 ‘닭똥집 치킨’ 닭똥집은 별칭이고 정식 명칭은 모래집이다. 똥집이라는 명칭 때문에 닭의 항문이라 생각하기 쉬우나 아니다. 닭은 먹이를 통째를 삼킨다. 사람처럼 이로 음식물을 으깨지 않는다. 일단 먹이를 통째로 삼킨 다음 위에서 모래와 흙으로 재료를 으깨서 영양을 섭취한다. 닭의 항문이 아니라 닭의 이빨과 위의 역할이 바로 닭똥집이라 부르는 모래집의 역할이다. 역할을 위해 닭똥집은 단단한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다. 쫄깃한 식감 때문에 생으나 살짝 볶아서는 쫄깃한 씹는 맛을 즐긴다. 처음 먹어보면 생각보다 쫄깃한 식감에 당황하지만, 몇 번 씹다 보면 양념 맛과 어루러지는 닭똥집 맛에 빠진다. 닭의 모래집은 닭고기보다는 많이 저렴하다. 저렴한 가격을 장점으로 내세워 인기 있는 튀김 안주가 되었다. 인기는 닭똥집 치킨 거리를 형성케 했다. 대구 평화시장 근처에 닭똥집 거리가 그곳이다. 닭똥집도 그냥 튀기지만은 않는다. 일반 치킨처럼  다양한 양념으로 즐긴다. 매년 대구에서 열리는 치맥 축제가 열리는 곳 중 하나이니 7월이 시작하는 첫 주에 대구를 찾는다면 축제 참가가 가능하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왜 치맥인가? 한국 맥주는 시원한 맛으로 먹는다. 그냥 마시기에는 무엇인가 부족함을 느끼는 맛이다. 그 부족한 맛을 기름진 치킨이 채워주는 것이다. 향이 풍부한 맥주는 치킨의 풍성한 맛과는 맞지 않는다. 한국의 맥주만이 치킨의 맛을 빛나게 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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