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릉이로 출퇴근하는 공유 오피스
변호사의 패스트 파이브 리얼 이용기
한 달을 고민하다 드디어 180일 정기권을 구매했어요.
따릉이 이용권이요. 그게 뭐라고 1시간 1,000원, 1주일 3,000원, 30일 5,000원, 180일 15,000원, 365일 30,000원인데 고민 고민하다가 날 추운 겨울에는 못 탈 거 같고, 한 달보다 할인 많이 되는 180일로 구매했네요.
변호사 사무실이 밀집되어 있는 서초동 교대역 앞에서 삼성동에 위치한 공유 오피스 패스트 파이브 삼성 3호점으로 이전한 지 3개월이 지나고 있습니다. 사건 사고로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들이 오고 다니는 동네라 항상 강한 스트레스성 기운이 심신을 괴롭히는 것 같아서 5년 버티다 이사했네요.
일단 11년 차 개업 변호사로 5년은 신논현역, 5년 교대역에 있었는데 출퇴근 시 집이 잠실이라 2호선 타고 강남역에서 신논현역으로 다니면서 느꼈던 젊고 밝은 기운을 다시 느끼게 되어 좋습니다. 교대역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패스트푸드 점조차 나이 드신 분들이 하루 종일 앉아서 이런저런 상담하고, 길거리 담배며 정말 우울했어요.
하지만 일단 공유 오피스 기도 하고 현대백화점과 코엑스가 가까워서 인지 정말 활기차고 깔끔한 사무실과 회의실이 너무 좋네요. 사실 한 달에 방문객이 1,2명에 불과해서 불필요하게 회의실을 갖추고 있었던 것도 공간 낭비였는데, 공유 오피스는 내가 필요한 시간에 예약해서 사용하면 되니까 효율적입니다.
다만 고객 방문 시 테헤란로 비싼 빌딩이라 그런지 주차가 좀 원활하지 못하고 비싼 게 흠이라면 흠입니다. 옆 건물에 주차하고 오셔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고객도 없고, 평생 한번 오시는 거니 그 정도는 고객들도 감내하실 수 있고, 저는 차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서 전혀 불편함은 없지만 차를 가지고 출퇴근하시는 분은 심각하게 고려하셔야 합니다.
사실 저한테 가장 좋은 점을 꼽으라면 사무실의 편안함보다 바로 퇴근할 때 따릉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건물 바로 앞에 따릉이가 있고, 퇴근 시간인 오후 6시 10전까지만 내려가면 충분히 확보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탄천을 건너 종합운동장을 지나서 집까지 딱 20분 거리라 무리 없이 다니면서 봄바람 맞고 달리는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간혹 이런 퇴근 길이 일본 영화에서 보던 장면 같기도 하고, 15년 전에 가봤던 덴마크의 자전거 풍경처럼 느껴져서 뭔가 굉장히 낭만적이면서 나만의 특별한 시간을 가지는 것 같아서 너무 행복합니다. 그리고 따릉이 정말 저렴합니다. 시간당 1,000원으로 퇴근하면 버스비나 전철비보다 싸니까요.
개업 변호사는 자영업자, 개인사업자라서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스케줄도 그때그때 다릅니다. 직원수도 들쑥날쑥 사무공간 활용도 변화가 심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과거 앉아서 오는 손님 기다리던 변호사 시장에 마케팅 바람이 불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을 찾아가고 접촉하려는 분위기로 바뀐 지금 가장 좋은 대안이 공유 오피스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변호사들끼리 모여있는 빌딩은 전문상가처럼 쇼핑하는 고객에게 편해 보이지만 제대로 된 고객이라면 물건 사듯 아무런 정보 없이 지나가다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하지 않습니다. 미리 인터넷이나 지인을 통해 최소한 통화라도 하거나 기본 정보를 얻고 방문 약속을 잡기 때문에 법원 앞 1층 사무실은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입니다. 그렇다고 누가 올지도 모르는데 막연한 마케팅을 할 수도 없고, 플랫폼 광고는 협회가 저렇게 막고 있으니 두려워서 꺼려지고 블로그도 전문업체한테 맡겨서 예쁘게 만드는 것도 콘텐츠의 한계가 있어 쉽지 않습니다.
11년 차 개업 변호사로 지금도 변리사, 세무사를 명함에 찍어 다니면서 창업도 하고, 소비자단체 부회장과 각종 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보험설계사까지 하는 이유는 오로지 하납니다. 고객은 원스탑 서비스를 원합니다. 등기, 노무, 보험, 법률서비스, 소송 등을 한 명한테만 얘기하면 전부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복잡하게 전문가 찾기도 귀찮아합니다.
대신 막연하게 잘한다는 립서비스로만 되지 않는 게 바로 변호사업입니다. 진짜 실력이 있는지는 해당 분야 전문가가 인정해 줘야 하고, 고객이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