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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당고수 N잡러 Apr 22. 2022

치료 그만 받겠습니다

금융감독원 보험사기 방지센터 신고

살다 보면 다치고 삐끗하고 아픈 경우가 당연히 발생합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빈번하게 발생하지요. 이런 것을 대비하기 위해서 우리가 보험을 가입하는데, 일반적으로 실손보험 일 겁니다. 전 국민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매월 많은 돈을 내고 있지만 여전히 비급여 항목이 있어서 언제나 비싼 진료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서 생긴 보험입니다.


누구나 월 5만 원 내외의 저렴한 보험료로 물리치료를 받거나 비급여 진료 때문에 부담스러운 수술 등을 보장받을 수 있어서 제2의 국민보험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가 많은데, 요즘 불안한 기사들이 많이 보입니다. 적자 누적으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건 이해하겠는데, 증가된 보험료가 너무 심해서 수년간 치료를 한 번도 받아보지 않고 보험료만 납입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보험을 유지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이 되실 겁니다.


제 경우 다행인지 불행인지 가입기간 동안 어깨가 아파서 물리치료받으면서 보험료를 탄 적이 있고, 족저근막염으로 치료받은 것도 혜택을 받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평소 지병인 고급진 용어로 발톱 백선, 저렴한 용어로 발톱 무좀 때문에 병원을 찾을 일이 생겼습니다. 사실 몇 년 전부터 갑자기 새끼발톱이 없어지더니 새로 나면서 두껍게 올라와서 자르거나 갈아도 계속 신발에 눌리면서 통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민감한 부분이고 ‘무좀’이라는 부끄러움 때문에 누구에게 묻기도 그렇고, 병원을 찾지도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동네에 발톱 무좀 치료 전문 병원이 있다고 해서 용기를 냈고, 의사가 방문해서 상태를 보시더니 3-4번 치료면 완치된다고 해서 치료를 받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그다음 단계가 좀 이상했습니다. 실손 보험 가입 여부를 묻더니 보험이 있다고 하니 이번에는 보험회사를 물어보시더군요. 그래서 사실대로 얘기했더니 다행이라고 하면서 치료비가 1회 20만 원이고 모두 보험 처리될 거니까 걱정 안 해도 되니 치료를 시작하자고 해서 생각도 깊게 하지 않고 치료된다는 말과 나중에 돈을 받게 된다니 기쁘기만 했습니다.


치료는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무슨 레이저 기계를 옆에 두고 보호경을 착용하시더니 양쪽 10개 발톱에 무좀이 있다면서 약 5-10분간 이리저리 레이저를 쏘시더군요. 그리고 복용약과 바르는 약 처방 후 한 달 뒤 방문 예약이었습니다. 레이저 기계가 수천만 원짜리 일거라 추정하면서 일단 나왔습니다. 그리고 약도 열심히 먹고, 매일은 아니지만 자주 약도 발랐습니다. 다행히 차도는 있어 보였는데, 4번이 돼도 끝나지 않았다며 앞으로 계속 오라고 했습니다. 물론 1회 20만 원은 변함없었습니다.


4개월이 지나는 동안 실손보험 회사의 적자와 보험 사기나 과잉 진료로 인해 보험료가 상승된다는 기사 등을 접하면서 저의 진료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과연 내가 받고 있는 진료는 정말 20만 원짜리가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보험이 없다고 했으면 정말 20만 원을 받았을지도 묻고 싶었지만 알고 보니 제가 실손보험을 통해서 지급받을 보험금 역시 향후 보험료 상승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온전히 공짜도 아니었고, 속았다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속된 말로 뒤통수 맞은 거 같았습니다.


의사는 왜 진료 시작 전에 실손보험 보유 여부를 물었을까요? 정말 보험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진료비를 동일하게 청구하고 있었을까요? 만일 제가 보험이 없었고 진료비를 20만 원이라고 했다면 저는 4회 80만 원을 지급하면서까지 치료를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 정도의 불편함이나 통증은 아니었으니까요. 이런저런 생각에 일단 진료를 그만 받겠다고 통보하고 일단 서류를 발급받아 실손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진료비, 약값 해서 100만 원 가까이 영수증을 제출했지만 역시나 전부는 아니고 70% 약간 넘는 금액을 받으면서 더 괘씸했습니다. 다 받는다고 하더니 정말 속았다.


인터넷 검색해보니 금융감독원에서 운영하는 보험사기 방지센터가 있더라고요. 일단 사기까지는 아니지만 과잉진료도 여기서 담당하는지 문의하고 아니라면 보험회사라도 전화해서 해당 병원의 과잉진료에 대해서 조사를 의뢰할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저 같은 피해자가 많이 있었을 건데, 전부 어느 정도 보험금은 지급받았으니 귀찮다는 생각에 가만히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요즘 이은해 보험 사기 살인사건으로 정말 시끄러운데, 저도 보험설계사를 하는 입장에서 솔직히 완전히 정상적인 계약이 아니라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보험설계사는 일선에서 고객의 상황과 계약 유지 필요성, 지급 여력과 타 보험사 중복 가입 등을 점검할 의무도 있습니다. 그리고 보험회사에서 언더라이팅을 통해서 계약의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이런 절차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계획했다면 이런 것까지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직한 보험설계사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실손보험도 마찬가지입니다. 매달 몇만 원밖에 안 하니까 아무거나 가입해도 같다고 생각하지 말고, 일 년이면 수십만 원이고 10년, 20년이면 수 천만 원이 될 수도 있으니 꼼꼼히 잘 따져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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