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밀당고수 N잡러 Apr 01. 2022

커피우유를 사지 않는 아침

변호사의 공유 오피스 체험기

중학교 때인가부터 아침잠이 많아져서 도저히 아침 먹을 시간이 없었다. 그때는 어차피 도시락을 2개씩 들고 다니면서 학교에서 까먹거나 매점에서 닭머리를 갈아 만들었다는 햄버거도 먹었기 때문에 그냥 좋았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700원짜리 학관밥을 아침부터 먹기엔 위가 받아주질 않았고, 그렇다고 굶기에는 젊은 육체가 참기 어려웠다. 


그때 만난 친구가 바로 서울우유에서 만든 커피우유였다.

아마 90년대 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그 열풍을 알고도 남을 거다. 지금까지도 간혹 마트 가면 파는 사면체 모양의 비닐팩 커피우유도 있지만 일단 200ml짜리 종이팩 커피우유는 단맛에 우유와 커피까지 한꺼번에 저렴한 가격으로 맛볼 수 있는 획기적인 상품이었다.


자판기 커피가 100원이었던 시절 아마 200원쯤 했던 거 같은데, 아무튼 그 시절부터 아침은 커피우유 기본에 배가 좀 고프면 빵 하나 추가로 30년을 지내왔다.


40대가 되어 변호사가 되어도 이 패턴은 바뀌지 않아서 지금까지 매일 아침 출근할 때 편의점에 들려서 3개 사면 1개 무료 이벤트를 잘 활용해왔다.


그런데 2월 말 서초동 사무실에서 드라마 스타트업처럼 스타트업들이 모여 있는 삼성동 테헤란로 공유 오피스로 이사하면서 달라졌다.


우선 변호사 사무실을 스타트업들이 많이 있는 공유 오피스 혹은 공유사무실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과 조언을 들었는데 대다수가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의 얘기만 듣고 결정할 내가 아니었기에 일단 질렀는데, 지금까지는 성공이라고 자평한다.


포스코 빌딩과 대각선에 있는 대형빌딩의 창가에서 테헤란로를 바라보면 정말 내가 성공한 느낌도 들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차량과 높은 빌딩 숲에서 뭔가 해내야 한다는 의지가 꿈틀거림을 느낀다. 그리고 로비나 회의실 등에서 마주치는 젊은 친구들의 열정이나 풋풋함을 공유하는 것은 덤이다. 


공유 오피스의 단점도 많다. 우선 방음이 잘 되지 않아서 옆방에서 하는 말소리까지 들리고, 전화소리도 잘 들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초동에서 내가 사용하던 개인 공간의 1/3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임대료는 같을 정도로 역시 테헤란로라 비싸다. 그리고 1,2인실은 사실상 너무 작고, 창문도 없어 답답하기 때문에 정말 어려운 스타트업이 아니라면 사용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마지막으로 강남이라 상주하는 빌딩은 주차도 안되고 옆 건물의 주차장을 사용해야 하는 점도 큰 단점이다. 


하지만 이 모든 작은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건 역시 공유 오피스라서 멋지고 첨단 장비가 있는 회의실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고, 교통이 편리한 강남의 사무실, 자질구레한 사무관리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점 등 너무나 많은 장점이다.


그리고 추가로 커피와 우유가 무료로 제공된다. 그래서 난 아침마다 서울우유가 만든 커피우유 레시피랑 동일한 비율을 찾기 위해서 직접 시럽과 우유, 커피를 조합해서 커피우유를 만든다. 물론 아직 성공한 적은 없다. 하지만 아침마다 우유를 전자레인지에 데우면서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거기에 시럽을 섞으면서 하루를 준비하는 시간이 좋다.


나는 더 이상 출근할 때 편의점에 들러서 커피우유를 사지 않는다.


작가의 이전글 자식이 웬수가 되다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