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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당고수 N잡러 Mar 19. 2022

자식이 웬수가 되다니

코로나 확진과는 무관할겁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여전히 믿기지가 않습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게 이제야 진정한 부모가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위안도 해봅니다.


'자식이 웬수다'

'정말 한 대 때려주고 싶다'

'누굴 닮아서 이렇게 말을 안 들을까?'

'내 잘못을 이렇게 벌 받게 되는구나'


정말 별의별 생각이 다 들고 있습니다.


아들 둘, 딸 둘에 첫째와 막내는 딸이라 완전히 환상적인 조합의

자식 구성이라며 내심 흐뭇해하던 기억도 지우고 싶을 만큼,

아이들 육아에 도움될까 바쁜 와중에 방통대 유아교육과에 다닌

열정은 언제 그랬냐는 듯 숨기고 싶을 만큼,

큰애 교육을 위한 정보수집과 동네 친구 만들어주자는 의도로 

동네 어머님들과 학부모 독서모임까지 가입해서 다니던 별난 

아빠 호칭도 반납하고 싶을 정도로


..... 정말 모두 꼴도 보기 싫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정상인 거 맞는 거라 믿고 싶습니다. 저만 이런 거 아니고 

대한민국 모든 부모님들의 처지가 같은 거라고 답글 많이 달아주세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1학년 신입까지 정말 하나같이 어떻게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귀 구녕에 대못을 박아놨는지라는 표현이

정말 딱 어울리게 아무리 소리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우리 부부가 우습게 보이는 건지 의심하기 시작한 건 오래고,

정말 그래서는 절대로 안되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겠지만 

"때려야 말을 듣는 건 정설인가"라는 생각도 많이 듭디다.



물론 저도 지금 부모님과 사이가 그리 좋지는 않고, 어려서부터

공부한 것 빼고는 말을 잘 듣지 않았던 거 맞습니다. 

그런데 이건 좀 차원이 다릅니다. 사실 제가 어릴 때는 학교나 가정에서

잘못하면 맞기도 하고, 특히 아버지의 권위가 워낙 세고 두려움의 대상이라

부딪히지 않으려고 피하려고 했지 대놓고 말을 듣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솔직히 모든 부모가 가진 무기는 뻔합니다. 

1. 놀이(게임) 금지

2. 장난감 안 사주기

3. 과자나 치킨 안 시켜주기

4. 숙제 많이 주기

5. 동영상 금지


그런데 아이들은 위에 다섯 가지 없어서 아무 지장 없이 잘 지냅니다. 

아니 오히려 저렇게 하면 부모를 더 짜증 내게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실천해서 부모만 더 골탕 먹게 됩니다.

결국 다람쥐 쳇바퀴 돌듯 금지했다가 풀어주다 다시 금지하니 

아이들이 잘 압니다. 

"얼마 못가 또 풀어 주겠지."


이렇게 부모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아 있는 아이들을 이길 수 있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정말 모든 것을 포기하고 홈스쿨링 하면서

강원도 산골 마을로 1년간 시골살이라도 해야 되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너무 멀다면 양평 정도는 어떨지, 1년 연세받는

지역은 어딜지 검색까지 해봤습니다.



정말 선해해서 아이들의 행동을 본다면 3년째 지속되는 코로나로 인해

제대로 된 바깥놀이가 어렵고, 아이들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뛰어놀기가

어려운 지경이라 그것을 편안한 대상인 부모한테 푸는 것은 아닐까라고

기분 좋을 때만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만 이건 아닌 거 같습니다.


일단 요즘 아이들이 거의 비슷하지만 나름 풍족하게 생활하도록 

하면 형제간 양보나 배려가 많을 것이라 생각한 건 순전히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본 실수였고, 장녀가 동생을 보살필 수 있다는 어른들의

말은 6-70년대 본인들의 경험에 불과했습니다.


정말 너무너무 미워져서 한 대씩 쥐어박고 싶어질 때가 많지만

레이저를 쏠 듯한 강한 눈빛으로 째려보는 게 전부라 

답답합니다. 화도 내 보고 큰소리도 쳐봤지만 소용이 없어 내려놓고

덤덤히 도 대해봤지만 정말 속에서 천불이 나고 열불이 나서

제가 먼저 제명까지 살 수 없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계속 자문합니다.

'내가 왜 이런 애들을 위해서 내 인생 즐기지도 못하고,

하고 싶은 것도 참고 노력해야 할까?'

'아이들은 부모를 닮는다던데 역시 내 인성이나 본성이

악하니 아이들도 이렇게 된 것일 것이야'


자책과 비관만 늘어 갑니다.


 



그. 래. 도.

믿고 싶습니다. 


아직 어려서 그런 거라고

크면 달라질 거라고

애들이라 그런 거니까

조금만 참으면 다 지나갈 거라고



왜냐하면 제 자식이니까요!!

아직 너무나 사랑하니까 미워하는 거겠죠!!

그리고 저도 부모가 된 건 처음이라 

잘 몰라서 이런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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