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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당고수 N잡러 Feb 25. 2022

중년 변호사의 보험설계사 신입사원 체험기 1

보험  설계사 입사기


시작은 누구에게나 설레기도 하지만 두려움이 앞서기 마련이다. 게다가 20대나 30대라면 누구나 다 하는 것이라 주변의 응원과 기대가 있지만, 40대나 50대라면 사실 이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일단 주변의 관심과 눈길 자체가 부담스러울 따름이다. 그런데 이 어려운 것을 이번에 다시 해보았다.


마지막 직장이었던 식품의약품안전처를 그만둔 것이 2009년이니 벌써 10년이 넘었고, 당시는 중반이긴 했지만 그래도 30대였고, 9급도 아니고 6급 인턴이라 아주 신입은 아니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진짜 아주 쌩 초짜 바닥인 신입이다. 밑에 아무도 없는 신입.


보험설계사라고 하면 아재인 나에게는 딱 두 가지 이미지가 떠오른다. 첫째는 외국계 보험사의 광고에 나오는 말쑥한 정장 차림의 뺀질뺀질하게 생긴 30대 남자, 그리고 나머지는 주변 지인들을 통해서 들은 사교성 좋은 여성 보험설계사다. 당연히 이건 편견이고, 그리 좋은 느낌이 아닌 선입견이다.


2012년 변호사가 되고 나서 생명보험에 가입했었지만 당시 설계사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유는 딱 하나다. 아무 기대가 없었고, 그냥 빨리 계약서에 서명만 하고 더 이상 말을 섞이도 귀찮았다. 어차피 내가 가입한 보험상품이 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궁금한 것도 없었고, 시간을 뺏기기도 싫었다.


아무튼 2021년 9월 난 보험회사 홈페이지 채용란에 연락처를 남겼다. 그런데 연락이 오질 않아서 다시 전화를 했더니 코로나로 재택이었다는 담당자가 매우 의아한 상황이라는 듯한 말투로 반신반의하면서 절차를 진행시켜주어 일사천리로 진행된 지점장과의 미팅 후 2021년 10월 바로 입사가 결정되었다.


보험설계사는 그냥 보험 파는구나 생각했는데, 그냥 보험이 아니라 전부 교육받고 제대로 공부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상품은 왜 이리 많고, 절차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시행으로 변호사 위임계약보다 훨씬 더 어렵게 진행되고 있다. 일단 1개월간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2020년 10월 한 달간 보험의 원리, 보험 상품, 관련 법령, 영업 기법 등 다양한 과목으로 채워진 커리큘럼을 이수했다. 웬만큼 일반상식과 법률지식이 있다고 자부했지만 막상 교육을 받아보니 정말 보험에 대해서는 내가 아는 게 전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2주간 교육을 받은 후 보험협회에서 주관하는 민간자격증인 보험설계사 시험도 합격해야 한다. 다행히 60점 이상이면 합격이라 며칠 공부해서 붙기는 했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부터 변액보험이 나온 후로 보험설계사는 변액보험판매사 시험도 합격해야 하는데, 이건 조금 어렵다. 70점 이상이 합격인 것도 있지만 내용 자체가 복잡한 변액보험 원리와 다양한 상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서 실제로 보험설계사들 가운데 많은 분들이 불합격을 맛보기도 한다고 들었다. 처음에 보험판매사 시험 보고 우습게 봤다가 강의를 듣고, 모의 고사본 후로는 본격적으로 2주간 이론 강의, 집중강의, 핵심 강의까지 전부 듣고, 모의고사 20회를 전부 풀어보았다. 그랬더니 다행스럽게 92.5점이라는 고득점으로 합격했다. 하지만 이 시험에서 고득점인 것과 보험 상품을 제대로 아는 것과는 또 다르다.


2021년 11월은 변액 시험 준비로 한 달이 갔다. 10월 1개월간 교육을 이수한 후 11월부터 위촉되어 일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내가 잘할 수 있는지 스스로 확신이 없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2 차월인 12월에는 상품 공부에 들었다. 그리고 지점 사람들과의 친분 쌓기도 시작했다. 사실 공부가 다는 아니고, 결국 조직에 적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처음 가본 보험회사는 다닥다닥 붙어 있는 책상들과 지금까지 내가 있었던 회사와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2 차월에는 역시 낯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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