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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당고수 N잡러 Jan 13. 2022

나는 보험이 그냥 싫다

자동차보험으로 충분할까?

난 보험이 그냥 싫어…….

난 아프면 그냥 죽을 거야….


결혼하기 전에 내가 그랬다.

그리고 30대 중반까지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결혼하고 나서 큰 애가 생길 때까지 그랬다.

자동차보험 빼고 가입하지 않았다.

심지어 와이프가 당시 보험회사 설계사가 아닌

정규직 직원으로 충고했지만 그냥 보험회사 자체가 싫었다.


재수 없게 보험 가입했다가 더 아플 것 같고, 사고가 날 것도 같고,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이 잘 살았는데 갑자기 보험이라니….

보험외판원이 돈 벌려고 꼬시는 거지.

자동차, 보험, 신용카드 외판원들 전부 못 믿어.

40년 가까이 가지고 있던 편견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바뀔 수가 없지.

아니 그런데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20년간 피었던 담배를 큰 아이가 태어나는 날부터 끊었던 것처럼

하루아침에 와이프한테 내가 갑자기 사망하게 되면 보험금이 나오는

그때는 종류도 제대로 몰랐지만 그런 보험에 가입하게 알려달라고

내입으로 먼저 부탁했다. 그리고 변호사가 되어 수입이 늘었기 때문에

최대한 가능한 사망보험금을 책정해보니 10억이라서 그렇게 가입했다.


40대가 지나 지금 50세가 되고 나서 가장 잘 한 일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마음 한편이 든든하고, 지금은 네 명이나 된 아이들을 보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 그렇게 가입하지 않고 동일한 조건으로 지금 가입하면

매월 납입하는 보험료가 거의 2배가 된다. 내가 나이가 든 만큼 사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일 거다.


그리고 일하고 자기 계발하느라 바쁘게 살아서 나름 성공한 주변의 미혼 전문직,

혹은 회사 임원들 보니 아직 10년 전의 나처럼 아무 준비가 없는 사람 참 많다.

그리고 이제 이 나이가 되면 서서히 조금씩 주변에서 지인이든 가족 중 부모세대든

질병과 죽음에 가까워지는 경험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각이 바뀐다.

나는 무슨 보험 들었지? 지금 어떤 보험 들어야 하지?


그런데 안타깝게도 사망과 질병을 대비하는 보험은 나이가 들수록 보험료가

비싸기도 하도 이미 약을 복용하는 경우에는 보험가입이 힘든 경우도 있어서

정신 차리고 하려니 어렵다는 소리도 나올 수 있다. 게다가 수입이 있는 은퇴시기가

얼마 남지 않아 노후를 준비하는 기간이 짧아 갑작스럽게 연금/저축성 보험을

가입하기도 부담이 된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지금의 국민연금은 50대 이하 세대가

수령하는 시기까지 제대로 고갈되지 않고 남아 있을지도 의문이고, 모든 자료가

과거 출산율이 1.0 이상일 때를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라 대선후보들이 제대로 손대지는

않지만 문제가 심각한 분야가 바로 노후 대비다.


다행스럽게 자영업을 하면서 60-70세까지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변호사 등 일부 전문직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임금노동자든 자영업자든 60세 혹은 국민연금 수령 기인 65세까지

버티기가 쉽지 않다. 간혹 철저한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국민연금에 개인연금과 퇴직연금까지

3중 연금으로 탄탄한 미래를 대비하지만 매우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리고 특히 지금처럼 손실 보험료가 지속적으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예상 평균 수명이 90세에

가깝고 1인 가구가 늘어가는 상황에서 건강보험이 지금까지 적절히 유지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라는 기대는 금물이다. 보험 재정이 어려워지고, 보험료를 납부할 인구가 감소한다면

결국 어느 시기에는 보험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미국처럼 개인화할 가능성도 크다고 생각한다.

이럴 때 미리 준비해 놓은 건강보장 보험이 없다면 자식 등 가족에게 너무나 큰 짐이 될 뿐이다.

그리고 통상 질병을 앓다가 입원도 하고 수술도 하고 나서 사망하지 영화나 드라마처럼 자다가

죽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나이 들어 그렇게 죽으면 자식한테 부담 안주고 고마운 죽음이라고 하는

이유다.


그래도 보험은 싫지만 부모나 주변 지인의 간곡한 부탁으로 몇 개의 보험이라도 가입한 사람은

참 다행이다. 그 보험의 내용을 따지지 말고 최대한 납부하면서 유지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여력이 있다면 과거 보험들이 보장해주는 65세, 80세를 넘어 추가로 100세나 종신으로 범위를

넓히기만 하면 된다.


결국 보험은 건강을 위한 보험, 노후 대비를 위한 보험, 사망 시 가족의 생계를 위한 보험이나

독신일 경우 질병에 대해 생활을 보장해주는 보험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보험은 싫지만

분명히 가입하면 좋고, 자신이 여력에 따라 다양한 목적별로 구분해서 가입해야 한다.

그리고 가급적 어려운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해지해야 될 것을 고려한다면 같은 보험을

1/2이나 1/3로 쪼개서 가입하는 것도 좋다. 이럴 경우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돈이 필요할 때

전부 해지하지 않고 일부만 해지하고 일부는 보장을 위해 남겨둘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보험료도 결국 한꺼번에 가입하나 똑같기 때문에 가입자에게 나쁜 것이 하나도 없다.

다만 계약할 때 서명을 여러 번 해야 하는 것 빼고는….


마지막으로 노후 대비를 위해 연금 저축이나 펀드 등 다양한 상품이 있는데 굳이 연금 보험을

들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세금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재무설계사 AFPK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이라

완벽하진 않지만 일단 개인연금 등은 추후 수령해서 1년에 1,200만 원이 초과하게 되면 종합소득세에

합산해서 15.4%가 과세되고, 수령 시기를 가입 후 5년 이후로 조정해야 해서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연금수령을 앞당기거나 중도해지하면 그동안 혜택을 누려왔던 모든 연말 정산 이익 등을 반납해야 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연금/저축 보험은 1억 원을 10년간 거치시키면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고

적립식도 마찬가지다. 요즘 유행하는 해외 펀드나 ETF도 이익이 발생하면 세금을 20% 넘게

납부해야 해서 세금을 고려하면 역시 보험이 나을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펀드, 국내/외 주식,  ETF 모두 본인이 전문가도 아닌데 직접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성과에 대한 문제가 있지만 보험은 전문회사가 운영하는 펀드에 가입해서 일반 펀드보다 낮은

운용수수료와 양도세 등의 문제가 없다는 장점도 있다.


나는 변호사 일을 하면서 보험설계사를 시작한 지 불과 3개월 차지만, 내가 느끼는 보험은 이렇다.

나는 과거에 그냥 보험이 싫었지만 이제는 지인들에게 어느 보험이든 무슨 보험사든 일단 여유가 있으면

가입할 것을 자신 있게 권유한다. 마치 나에게 온 의뢰인에게 변호사가 3만 명이니 다른 변호사들도 많이

만나 상담해 보고 내가 낫다고 생각하면 선임하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것처럼….


보험이 그냥 싫은 사람은 아직 그 필요성을 모르기 때문이지. 진짜 싫은 게 아니다.

뭘 알아야 싫은 거다. 그리고 여력이 있는 만큼 가입하면 좋은데, 형편이 어려울수록 사실 보험이 더

필요하다. 노후에는 지금보다 형편이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네 세상사가 좋은 것만 하고 맛난 것만 먹고살 수 없는 것처럼 싫어도 해야 하는 게 있다면

바로 보험 가입이다. 그냥 싫다고 피하다가 가입의 필요성을 느끼는 순간 그 부담이 생각보다

커져 있을 거라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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