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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당고수 N잡러 Dec 08. 2022

사춘기 자녀, 유럽 여행가서 휴대폰과의 전쟁3

루브르 박물관, 콜로세움보다 카톡이 좋니 

'휴대폰을 뺏기는 아이는 아직 사춘기가 아닙니다'


엄마한테 대들다가 휴대폰을 빼앗긴 큰딸 얘기를 독서모임 하는 어머님들께 문의하면서 사춘기인지 여쭤보자 여중생을 키우는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다.




업무 때문에 하루 50통의 전화를 하고, 수시로 카톡과 메일 등을 확인하면서 자는 시간 빼고 휴대폰을 끼고 사는 나로서 사춘기 딸의 휴대폰에 대한 열망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5학년까지 키즈폰으로 버티어 준 것만 해도 한편으로는 대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유럽여행 가기 직전 엄마가 쓰던 갤노트11 휴대폰이 생긴 딸은 하루 1시간 제한 시간을 아쉬워하면서 나름 잘 적응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유럽 여행에 가서였다. 가서 사진도 찍고 친구들에게 보내줘야 한다면서 휴대폰 제한 시간을 풀어달라 했고, 그래도 여행인데 어느 정도 자유를 줘야 어리지만 즐겁게 보낼 거란 생각에 허락을 해주었습니다. 다만, 로밍은 안 해갔기 때문에 사실 와이파이만 되는터라 해봐야 얼마나 하겠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그러나 이건 저의 착각이었습니다.


유럽도 이제 인터넷 환경이 좋아서 한인 민박은 당연하고, 공공장소나 기차 안에서도 와이파이가 잘 터지더라고요. 그리고 엄마가 없으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 휴대폰을 달라고 하더군요. 사실 약 2주간 하루 2-3만보를 걸으면서 힘들다는 내색도 없이 잘 따라다녀서 웬만한 다른 건 전부 원하는 대로 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다행히 크게 다툴 일도 없었죠.




아이들마다 다르겠지만 사춘기 초등 여학생들은 아직은 미숙해서 기껏해야 여자 아이돌 가수 노래를 듣거나 스노 같은 앱을 사용해서 셀카 찍기, 유튜브로 흔한 남매 보기 정도가 다라 웬만하면 많이 허용해줬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이 휴대폰 사용시간이 늘어날수록 짜증을 내는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더군요. 그리고 잠시라도 와이파이가 안 되는 곳이나 제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 정말 이유 없이 화를 내고 삐지기도 해서 속을 좀 썩었습니다.


베르사유 궁전에 가서 정원 산책을 해보니 배도 탈 수 있고, 골프 카트나 자전거를 타면서 둘러볼 수 있어서 같이 해보려고 했는데, 마침 현금으로만 보증금을 맡겨야 해서 가지고 간 현금이 없다는 이유로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입이 댓 발로 나와서는 갑자기 사라져서 정말 아이를 잃어버린 줄 알고 30분 정도를 미친놈처럼 이끝에서 저 끝으로 뛰어다녔는데 태연하게 거위랑 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안심이 되기도 하면서 정말 가서 한 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꾹 참았던 기억이 나예요. 


이 사건도 결국 발단은 제가 휴대폰을 빌려주지 않자 짜증 낼 거리를 찾아서 생긴 일이었습니다.







아무튼 같이 2주간의 여행을 다니면서 싸울 일이 몇 번 있었지만 모두 휴대폰과 관련해서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좀 과했나라는 생각도 들지만 아빠 입장에서 비싼 돈 내고 유럽까지 가서 휴대폰 화면만 바라보는 딸을 보면서 참는 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집집마다 다르겠지만 묘수는 없고, 결국 아이와 가기 전부터 약속을 단단히 하고 원칙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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