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마케팅이다
2012년 변호사 시험 1회 합격증을 받고 나이 40에 개업 변호사로 세상에 나왔습니다.
벌써 14년 전이라니 믿기지도 않지만 그 사이 아이가 넷이 되고, 로스쿨 학생 때 태어난 큰아이가 중학생인 걸 보니 시간을 헛되이 보낸 것만은 아닌 것이 확실합니다.
당시 15,000명 전후 변호사 숫자에도 과다하다는 비판이 내부에서 많았는데,
이제는 무려 40,000명에 가깝다니 진짜 개업변호사들 죽어나간다는 소리가 단순히 꾀병은 아닐 겁니다. 그런데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지만 이렇게 어렵다는 시장에서도 살아남는 자가 있습니다.
마치 완전히 죽어버린 시장 혹은 외진 곳에 위치한 식당이 유명 맛집으로 알려져 홀로 승승장구하는 얘기를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 식당은 과연 뭐가 달랐을까요? 최근 법률신문에서 잘 나가는 변호사는 이런 것이 다르다면서 인터뷰한 기사가 있었습니다.
'고객이 찾으면 언제든 바로 전화한다'
'카톡이나 문자에 숫자 1이 보이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고객에게 질문하기 전에 먼저 상황을 알아본다'
등등 자기만의 노하우를 공개했는데,
결론적으로 실력 기반에 고객 응대 자세가 달랐습니다.
그리고 실력이 있어도 매우 겸손하되 고객의 신뢰를 잃지 않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있었습니다.
수능만점자가 성실하게 교과서에 전념했어요랑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기본을 지킨다는 원칙입니다.
저는 지금 시간당 100만 원을 받으면서 상담과 자문 위주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직원도 재택, 저도 재택을 하면서 노트북과 휴대폰이 있는 대한민국과 그 외 전 세계가 제 일터가 되고 있으며 실제로 많은 일들을 온라인으로 처리합니다. 최근에는 복대리앱이 있어 아주 유용하게 활용하다 보니 형사 사건을 제외하고는 큰 문제없이 사건 처리도 가능합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이런 시스템을 갖추게 된 것은 아닙니다.
사실 원래 게으르고 사람 만나기를 싫어하는 극단적인 내향형 인간이어서 개업 초기부터 어떻게 하면 의뢰인을 만나지 않고 사건을 수임하고 돈을 벌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상담도 초기에는 대면이 많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로 핑계대기도 좋고, 줌이나 구글 미팅을 많이 이용하고, 전화 상담이나 대면 상담 비용을 같게 해서 특히 지방 거주 고객들의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런 것이 모두 가능했던 것은 역시나 제가 '식품전문변호사'로서 비록 네이버 등에서 광고를 진행하지 않지만 각종 신문 인터뷰나 네이버 블로그 40만 방문자, 1,000개가 넘는 글목록 등으로 자연스럽게 포지셔닝했던 결과입니다.
개업초기 수임료와 상담료를 얼마 받아야 할지도 모르던 어리바리 신입 변호사가 누구한테 배운 적도 없이 성장해 온 이야기를 위에 있는 책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송무 시장은 분명히 개업 변호사에게 한계가 있습니다. 대기업은 대형로펌, 형사 사건은 전관이나 국선 변호사에게 갈 수밖에 없습니다. 행정 사건은 일반 변호사는 접근도 어렵고, 가사는 워낙 이혼전문 변호사가 많아야 최악의 시장이라 진입하기도 싫었습니다.
개업초기부터 사건 상담과 자문을 하면서도 당장의 수임보다 고객의 신뢰를 얻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기업 고객을 위주로 시장을 좁혀가면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학회 활동도 하고, 각종 회의나 세미나에 비용을 생각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석해서 전문성을 알리고, 친목을 도모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술과 담배를 못하는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었던 무기가 바로 골프였습니다.
결론적으로 기업에서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임원의 순서대로 성장하듯이 이제 부장 정도는 올라온 것 같습니다. 회사는 아니지만 개업 변호사에게도 성장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원, 대리는 부장보다 물리적인 업무시간은 훨씬 많겠지만 연봉은 낮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업무를 파악하고 나중에 직급이 올라가 지시하는 자리에 가서 자신의 경험을 살릴 수 있습니다. 그런 과정 없이 바로 올라갈 경우 오너 자식이 아닌 경우를 제외하면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는 것이 있어야 시킬 수도 있고, 시켜서 완성된 작업에서 문제를 발견하거나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시키는 일만 하는 사원, 대리가 되지 말고 자신이 사장이라고 생각하면서 고민하는 사람이 되어야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개업변호사도 내적 승진이 필수고, 우리의 목표도 조직을 운영하는 사장, 진정한 책임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오너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멋지게 전문가로서 인정받으며 화려한 은퇴를 꿈꿀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