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로스쿨 변호사의 꿈과 희망
결혼 후 혼자 처음으로 유럽 여행을 떠난 것은 2024년 봄 4월이었습니다.
물론 이 것을 얻기 위해서 와이프에게도 1개월간 혼자 떠날 수 있는 자유여행 기회를 제공했고, 제주로 떠난 와이프를 대신해서 4남매 등하교, 등하원, 간식과 끼니 챙기기, 설거지와 청소, 빨래 등 모든 것을 홀로 해내서 얻은 소중한 선물이었습니다.
늦은 나이에 결혼해서 4남매를 기르면서 변호사로 N잡러로 신문사 사장부터 소비자단체 대표까지 다양한 일을 하면서 1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다 보니 문득 20대처럼 혼자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20대처럼, 혼자 배낭하나 메고 떠나는 가벼운 마음과 짐으로 어디든 머무르고 싶은 곳에 머무르고 내 맘대로 눈치 안 보고 배려 안 하고 쉴 때 쉬고 놀 때 노는 그런 여행이 하고 싶었습니다. 아이들 키우거나 배우자와 함께 여행 가는 것도 정말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공감할 겁니다. 혼자만의 시간이 매우 필요하다는 것을요.
그렇게 2024년 4월 피렌체와 런던에서 1개월 남짓 머물면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20대 미혼 시절의 자유로운 영혼이 되살아 났습니다. 런던에서는 매일 밤마다 한 개의 뮤지컬을 보고, 피렌체에서는 골목골목마다 느껴지는 이탈리아의 감정을 느끼면서 각종 미술관에서 명화들을 보았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다들 50세 넘어 한 달 동안 대화할 친구도 없고, 술이나 골프도 없이 무슨 재미로 보내냐고 하는데, 전 원래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고, 술담배 안 해서 문제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결심했습니다. 매년 시간이 허락하는 한, 다른 모든 비용을 아껴서라도 1년에 최소 한 달 이상은 혼자 떠나보자고.........
맞습니다. 간덩이가 부은 50대 가장 맞고요. 돈 넉넉한 가장 맞습니다.
20대부터 일하기 시작해서 지난 30년간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대학, 대학원 다니면서 하다못해 방송대나 민간자격증이라도 따면서 10개의 직업을 거쳐 현재 변호사를 14년째 하면서 신문사 대표부터 소비자단체까지 정말 정신없이 달려오다 보니 다행스럽게 먹고 살만 해졌습니다.
일반 직장인에 비하면 이제는 좀 여유롭게 자리 잡은 변호사로 대한민국에서 일단 식품 사건 생기면 대기업부터 글로벌 기업까지 개인 사무소 운영하는 변호사지만 자문을 구하는 정도로 성장했기에 다행스럽게 이런 호사를 누리게 됩니다. 하지만 앞으로 늙고 병들어 여유로운 시간이 더 많아진들 건강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이런 시도는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당장 손해가 생기더라도 지금 할 일은 지금 해야한다는 절박함이 느껴졌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결심하니 이제 와이프 허락만 받으면 사실 모든 것은 일사천리가 됩니다.
그동안 노력과 고생, 그리고 헌신적인 가정생활을 인정받아 비교적 손쉽게 허락을 받자마자 제가 한 일은 바로 항공권 발급입니다. 그동안 사용한 카드 덕분에 마일리지가 좀 있어서 공짜 티켓을 찾아봅니다.
1. 아시아나 마일리지 티켓 발권
일단 아시다시피 마일리지 티켓은 금방 소진되기 때문에 속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좀 늦었는지 2025년 4월 중순 출발, 5월 중순 도착으로 보니 가고 싶은 이탈리아, 런던은 없더군요. 차선책으로 그동안 가본 적 없는 바르셀로나 IN, 프라하 OUT으로 발권했습니다.
(2022년 큰딸과 이탈리아와 프랑스에 갔던 적이 있어 이번이 3번째입니다)
2. 여행 경로 계획 수립
바르셀로나로 들어가서 처음에는 스페인이 너무 좋다는 분들이 많아서 거기만 한 달 가까이 있다가 나오기 직전 프라하를 들릴까 하다가 역시나 구관이 명관이라고 그동안 너무 좋았던 런던, 파리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결국 바르셀로나-마드리드-암스테르담-런던-파리-비엔나-프라하로 결정합니다. 사실 비엔나와 프라하는 2일 정도씩 정말 스쳐가는 거고, 암스테르담에서도 반고흐 미술관과 크륄러 뮐러 미술관 방문 빼고는 한 일이 없어서 결국 스페인-영국-프랑스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3. 여행 중 가장 즐거운 일
지나 보면 결국 반고흐 그림을 거의 다 보았지 쉽습니다. 반고흐 그림이 가장 많다는 반고흐 미술과, 두 번째라는 크뢸러 뮐러 미술과 을 암스테르담에서 갔었고, 스페인에서도 세계 3대 미술관이라는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과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과 모두 갔었고, 한두 점씩 있는 반고흐 작품도 넉넉히 여유롭게 감상했습니다.
그리고는 파리에 와서 루브르박물관, 피카소 박물관을 거쳐 오르세 미술관, 오랑주리까지 봤고, 오베르에서는 반고흐 무덤까지 정말 아를 정도 빼고 완전히 독파한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이것이 다는 아닙니다.
혼자 돌아다니면서 정말 나만 생각하고(물론 아이들과 와이프랑은 수시로 영상통화, 톡 많이 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남은 인생을 보낼지 지금 당장 한국 가면 무엇보다 해야 하고,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그리고 내가 하고픈 것이 무엇인지 등 정말 많은 고민과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게으르게 쉬어도 보고 아름다운 그림과 즐거운 음악을 듣고, 멋진 풍경을 보면서 그동안 찌들었던 마음도 한껏 정화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지겹게 돌아다녀보니 이제 당분간은 유럽에 올 일이 없겠다는 생각 들었고, 앞으로 해외에 간다면 1개월이라도 한 곳에 머물면서 어학연수라도 하면서 뭔가 규칙적으로 배울 것을 만들어 와야겠다는 결심도 했습니다.
언제가 될지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되면 해외 석사과정 1년짜리 정도나 방문연구원 과정도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50세 중년 남자의 혼자 떠나는 유럽여행은 아름답게 마무리되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배낭 하나 짊어지고 훌훌 털고 유유히 돌아다니고 싶을 겁니다.
그냥 떠나시면 됩니다. 굳이 한 달 아니어도 가까운 일본, 동남아 3-4일도 좋고, 시작이 중요합니다. 떠들썩한 단체 여행, 행복하지만 정신없는 가족여행보다 혼자만의 여행이 필요한 중년입니다.
마지막으로 1개월간 여행 가면 짐이 너무 많아 어떻게 옮겨 다녀 요하면서 걱정하시는데,
정말 배낭하나에 노트북 1개, 각종 충전기, 팬티 3개, 양말 3켤레, 반팔티 2개, 긴팔 2개, 면바지 1개(많이 해져서 3주 지나서 버리고 옴), 봄잠바 1개, 바람막이 1개로 다니면서 한인민박이나 호텔에서 빨아가면서 다녔고, 저를 위해서 옥스퍼드 대학 앞에서 모자 하나 산거랑 막내딸 인형하나 산거 빼고 쇼핑 안 했습니다. 필요한 거 전부 쿠팡에 팝니다. 짐을 가볍게 떠나야 마음도 가볍고 이동도 가볍습니다. 쇼핑은 한국에서 또는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하시면 됩니다.
아직도 할 말이 참 많습니다.
이제 짐을 풀었으니 차차 이야기도 저에게 해주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