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고 소소한 하루의 삶
말문이 터지고 점점 표현력이 커진 아이는 거의 매일 불을 끄고 누울 때까지 쉴 새 없이 조잘댄다. 그러다 아이의 목소리가 점점 늘어지고 아이의 눈꺼풀이 허공을 향해 깜박이는 속도가 점점 늘어지다가 곤히 잠이 드는 모습을 보며 나는 늘 기도한다.
"하나님, 오늘도 제 품에서 아이가 무탈하게 곤히 잠들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 하루도 무탈하게 해 주세요."
최근 비 오던 어느 날, 아이와 함께 방문했던 가게의 계단에서 아이가 굴러 떨어질 뻔한 일이 있었다. 앞서가던 아이가 발을 헛디딘 것이다. 하마터면 바닥까지 구를뻔한 순간 마침 지나던 한 아저씨께서 아이를 잡아주셨다. 아이는 자기는 괜찮다면서 연신 내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급하게 올라가면 안 된다는 말이 뒤이어 절로 나왔지만 더 이상 이어가지 않고 놀란 아이를 다독였다.
아이가 다치지 않고 무사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니 그제야 아이를 잡아주신 아저씨게 제대로 감사 표현을 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다시 감사 인사를 드렸다. 한 아주머니께서도 어른들도 장화를 신고 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면 발을 헛디딜 때가 있다며 아이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알려주셨다. 비 오는 날에는 별생각 없이 아이에게 장화를 신겼는데 새삼 장화가 다르게 보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한마음으로 바라보시고 걱정해 주셨던 당시 계셨던 분들의 마음이 느껴져 또 한 번 감사했다.
20대 시절, '무탈하고 평범하게 사는 게 좋다',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힘들다'라는 어른들의 말씀에 늘 반기를 들었다. 해보지도 않고 겁부터 먹으면 어쩌라는 말인가. 평범하게 사는 게 도대체 왜 힘든 것인가. 그런데 지금은 벌써부터 아이가 그저 무탈하고 평범한 하루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니.
그 계기는 늘 받았던 거라 별생각 없이 받았던 건강검진으로 인해서였다. 언젠가는 위기로 변했을지도 모를 상황을 건강검진 덕분에 알게 되면서 '평범한 삶'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었고 어른들의 말씀을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생활 속에서 겪는 짜증 나고 화나는 일들조차 아픈 사람들에게는 부러운 일상의 모습들 중 하나였음을 간접적으로 체험했던 값진 경험이었다. 익숙해진 삶에 가끔은 그 사실을 잊고 예전처럼 짜증을 내는 모습이 아직도 남아있지만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다잡으며 감사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계단을 구르는 아이의 모습과 소리 지르는 내 모습이 머릿속에서 그려졌던 그 순간은 지금도 아찔하다. 과잉보호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간혹 들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상황은 애초부터 안 만드는 게 낫고 안전 부분에서 만큼은 과함이 부족함보단 낫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다만 입보다는 두 눈과 귀를 열어 아이에게 먼저 기회를 주고는 있다. 물론 안전 부분만큼은 예외 없다. 내 오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유치원에서 동요 부르기 대회가 열렸던 날,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노래를 부르며 등원했다. 긴장되고 떨린다는 아이의 말에 손을 꼭 잡고 안아주며 '틀려도 괜찮아.'라고 말해주었다. 1등 안 해도 좋다. 상을 못 받아도 좋다. 틀려도 좋다. 그저 아이가 행복한 마음으로 단상에 올라 노래를 부르고 다시 단상에 내려왔으면 좋겠다.
아이와의 등하원길이 평범하고 소소한 하루의 삶으로 무탈하게 그려지길 바랄 뿐이다. 오늘 저녁도 감사기도를 드리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하루를 기다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