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잠 잠을 잘 잡시다

일찍 잠들기 프로젝트

by 코코 COCO

어릴 때부터 고요한 밤이 좋았다.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그리고 고요한 시간, 밤은 내가 마음껏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일찍 잠을 자면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임신 초기 호르몬의 영향으로 8시 이후에 잠이 든 적이 몇 번 있었고 아이를 키우면서부터는 아이와 함께 종종 일찍 잠이 들기도 했지만 여전히 나는 야행성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SNS에서 인터뷰 하나를 보게 되었다. 대다수 암환자의 공통적인 모습 중 하나가 '잠을 늦게 잔다'라는 것이었다. 사람마다 다 다르고 늦게 잠을 잔다고 해서 암환자가 되는 건 아니지만 건강에 부쩍 관심이 많아진 터라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잠이 몸과 마음의 건강에 큰 역할을 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최근 종종 잠이 오지 않아 새벽 3시가 될 때까지 핸드폰의 무의미한 정보들을 보다가 잠이 드는 경우가 많았다. 3~4시간 후 살짝 멍한 상태로 일어나 피곤한 상태로 하루를 보내니 별일 아닌 일에도 예민하게 굴었다. 아이에게도 훈육과 감정적인 말들이 아슬아슬하게 오가기 일쑤였다. 원래부터 저녁잠이 없다는 걸 아는 남편도 좀만 더 일찍 자라고 낮에도 잠깐씩 눈을 붙이라고 종종 내게 말했다. 왠지 눈 밑의 아이백과 다크서클도 최근 들어 더 도드라진 것 같았다.


이제는 결단을 해야 한다는 마음속 외침이 내 귀를 매일 찔렀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잘 되든 안되든 시도부터 하자는 생각에 11시에 잠이 들어서 다음날 아침 6시에 일어나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평소 12시를 넘겨서 잠이 들다 보니 침대에 누워서도 눈이 쉽게 감기지가 않았다. '오늘까지만' vs '자아해!', 두 마음의 갈등에서 갈팡질팡 하던 나는 30분이 돼서야 핸드폰을 끄고 잠을 청했다. 후회가 살짝 밀려왔지만 '처음부터 잘할 수 없다'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오늘 나는 11시에 잠이 들었고 깊고 편안한 잠을 푹 자게 될 것이다.'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스르르 잠이 들었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꿈을 꾼 후 새벽에 칭얼거리는 아이를 토닥여주며 눈을 떴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자서 그런 건지 나의 되뇜이 마법 주문으로 탈바꿈한 것인지 확신할 순 없었지만 아무튼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아 조용히 방을 나섰다. 시계를 보니 5시였다. 계획한 시간보다 더 잘 수 있었는데 깨서 아쉽다기 보단 1시간 더 벌었다는 생각에 기뻤다. 사색의 시간을 1시간이나 더 번 것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등원 준비 전 늘 일어나는 훈육의 상황에서도 좀 더 차분하고 단호하면서도 감정적으로 대응했던 나의 모습이었다.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는 책 구절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개를 끄덕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의구심이 있었는데 그 순간 말끔히 지워내 버렸다.

잠 패턴이 달라지니 낮에 잠깐 잠이 오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주야 근무를 하는 수많은 근로자분들이 존경스럽다. 나는 겨우 취침과 기상 시간을 2시간만 바꾸는 것이고 건강을 위해 시도한 만큼 잘 이겨낼 거다. 예민함도 사라지고 만성 피로도 줄어들기를 기대한다. 건강을 나타내는 여러 지표들이 정상 범위에 딱 들어맞는 결과지를 받고 싶다. 더 이상 훈육에 개인적이고 순간적인 감정이 영향을 주지 않기를 바란다. 나의 시간을 건강한 방법으로 취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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