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의 뜻밖의 행운

누군가의 작은 희망이 되기를 바라며

by 코코 COCO

요 근래 이상하게 잔뇨감이 느껴질 때가 많아서 병원에 갔더니 방광염이라며 약을 처방해 주셨다. 통증은 없어서 심하진 않을 것 같았는데 나의 오만한 착각이었다. 심한 편이라며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을 경우 약을 바꿔야 하니 다시 오라고 하셨다. 괜히 마음이 착잡해졌다.


꿀꿀해진 기분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간식을 한 아름 사들고 왔다. 오늘은 절제고 뭐고 다 먹어치우리라. 아래로 푹 꺼져버린 마음부터 올리고 봐야 할 것 같았다. 괜히 피곤함이 몰려오는 듯했다. 갑자기 지쳐버린 몸을 이끌고 아이와 약속한 책들을 빌리기 위해 도서관에 가려는데 이번엔 연체 메시지가 날아왔다. 아뿔싸, 오늘 반납하면 되는 줄 알았던 책들 중 한 권이 어제까지 반납해야 했던 책이라는 사실에 또 한 번 마음이 착잡해졌다. 남편 명의로 4권 더 빌릴 수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으며 도서관으로 향했다.


연체자라는 사실에 대한 부끄러움과 죄송한 마음을 담아 사서 선생님께 책을 반납하고 아이가 요청한 책들을 골랐다. 내가 빌릴 수 있는 딱 1권을 어떤 책으로 할지 고민하던 중에 또 하나의 메시지가 도착했는데 이번에는 교통카드 납부 연체로 이자가 붙어서 나간다는 내용이었다. 깜짝 놀라 확인해 보니 내가 잠깐 체크카드에 있는 돈을 다른 계좌로 옮겼던 날이 하필이면 교통카드 납부일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큰돈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결제일에 납부할 수 있었던 돈을 꼼꼼하게 확인하지 못한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오늘따라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괜히 심술이 났다. 오늘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히가시노 게이고' 추리소설을 고르기로 했다. 평소 좋아하는 작가와 장르의 책을 읽어야만 바닥까지 떨어진 기분이 나아질 것 같아 신중한 고민 끝에 한 권을 선택한 후 사서 선생님께로 향했다. 그런데 사서 선생님이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시며 장부 하나를 가지고 오시는 게 아닌가.


"코코 님, 지금 연체 중이신데 이번 달에 독서의 날 행사로 연체 해지를 해드리고 있습니다. 해지해드릴까요?"


일부로 눈도 못 마주치고 있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눈을 번쩍 뜨고 사서 선생님을 똑바로 쳐다봤다.


"네,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정말 기뻤다. 고민했던 다른 책을 잽싸게 고르고 에세이 2권을 더 골랐다. 4권에서 8권으로 바뀐 대출 도서가 내 어깨를 짓눌렀지만 부풀 대로 부풀어진 내 마음을 진정시켜 주는 역할을 제대로 해내주었다. 약 잘 챙겨 먹고 잠 잘자면 방광염이 완치될 거라는 확신이, 다음부터는 잊지 않고 납부일을 잘 챙기겠다는 다짐이 더 이상 부담스럽지가 않았다.


이상하게 일이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왠지 나한테만 그런 일이 연달아 생기는 것 같아 화딱지가 나고 괜히 억울한 마음이다. 나의 오늘처럼 하루 만에 뜻밖의 행운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늘 하루 만에 찾아오라는 법도 없다. 그러니 어떻게 내가 누군가에게 감히 힘들고 지치더라도 뜻밖의 행운이 온고 단정고 기다리라 말할 수 있을까? 그저 나의 하루를 보며 작은 희망을 가져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코코'라는 무명 브런치 작가의 글을 읽었는데 왠지 나에게도 뜻밖의 행운이 올 것만 같아!"


* 이 글은 사실 두 번째 쓰는 글입니다. 저장을 못하고 잠시 다른 앱으로 넘어간 사이 열심히 썼던 글들이 다 지워지고 마지막 한 문장만 남아버리더라고요. 그래도 제 옆에 놓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으로 힘을 얻어 다시 썼습니다. 쓰고 난 후 다시 읽어보니 두 번째로 쓴 글이 더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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