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발견한 날
우연히 SNS에서 '쓰는 인간'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신작인 줄 알았는데 이미 6개월 전에 발간한 책이었다. 이제야 내 눈에 들어오다니. 내년에 발견했으면 통탄할 뻔했다.
'쓰는 인간', 자음 7자와 모음 4자로 이루어진 이 4개의 단어가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작가분들이라면 누구나 마음이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땡땡땡 울릴 것이다. 나를 비롯해 여기서 활동하는 모든 분들이 다 '쓰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두 이 '쓰는 행위'에 대해 각별한 애착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와 같은 사람들을 저 책에서는 뭐라고 설명할지 기대감이 차오르지 않을 수가 없다.
또 다른 기대는 '쓰는 인간'들이 썼던 도구들과 과거의 수많은 '쓰는 인간'들에 대한, 특히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았던 '쓰는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을 것만 같다. 와, 이거 완전 해피 메리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자주 가는 집 앞 도서관에서 대출이 가능한지 확인해 보았다. 마치 보물찾기 하는 어린아이처럼 마음이 두근거렸다. 없다면 다른 곳에서 상호 대차로 빌리거나 그것도 안된다면 직접 방문하는 한이 있더라도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다(물론 책을 직접 구입해서 영구 소장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전업 주부 입장에서는 아이에게 뭐라도 하나 더 사주고 조금이라도 아껴 쓰려는 마음이 우선인지라 너그러이 바라봐 주시길. 그래도 결혼 전에는 서점에 가면 두께와 상관없이 3~5권씩 무조건 사서 끙끙거리며 들고 집으로 돌아오곤 했답니다). 다행히 집 앞 도서관에도 있고 상호대차도 가능했다. 정말 해피 메리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쓰는 행위'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가지게 된 건 조안나 작가의 '나의 다정한 그림들' 덕분이었다. 내가 바라본 작가의 모습은 책을 사랑하면서 쓰는 걸 사랑했고 그림에 대한 단상을 쓰는 것으로 그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작가가 알려준 여러 화가들의 작품과 작가의 문체 그리고 쓰는 행위에 대해서도 인상적이었던 책이었기에 꽤 여러 번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그래서 더욱더 '쓰는 인간'이라는 책이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과거에는 단순히 펜과 종이로만 무언가를 쓸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도구들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쓰는 행위를 돕는 도구들의 수가 많을수록 고르는 재미가 있다. 현재 나는 주로 불렛저널과 핸드폰을 이용해서 글을 쓴다. 불렛저널은 노트와 펜으로, 브런치는 핸드폰 앱에서 블루투스 키보드와 나의 양쪽 엄지손가락을 활용한다.
생각보다 나의 손가락들은 꽤 능력을 갖춘 신체다. 과거 사회생활을 하던 시절에는 쓰는 도구 중에 노트북도 있었다. 함께 딸려 온 유선 마우스를 쓰다가 번거로워서 무선 마우스로 바꿨는데 그마저도 귀찮아서 손가락으로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만 불편했지 나중에는 어찌나 편하던지. 아무튼 내 손가락들은 쓰는 도구(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색하지만)들 중에서 가장 소중하게 다뤄야 할 것 같다.
돌이켜보니 나름대로 매주 꾸준히 한 편의 글을 썼다. 잘 다듬겠다 하면서도 날것의 글들이 꽤 많지만 그럼에도 읽어주시는 분들 덕분에 기분도 좋고 쓸 힘도 난다. 내년에도 '쓰는 인간'답게 열심히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