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렛저널과 마지막 밤을

매일의 기록을 마무리하며

by 코코 COCO

큰맘 먹고 써 내려간 불렛저널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중간에 멈추거나 빠지는 날들이 많았던 지난날들의 기록들과는 달리 올해 불렛저널은 12개월간의 기록이 모두 남아있다. 비록 한 줄 일기나 매일 감정 표기는 중간에 사라졌지만 변화무쌍한 기록 양식들의 모습들은 불렛저널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니 결함이 되지 않는다(고 스스로 되뇌는 중이다).


페이지 수가 부족할까 봐 고민했던 시간이 무색할 만큼 아직도 남아있는 페이지들을 채우기 위해 잡다한 모든 것들을 기록하고 있다. 내 수준의 기록들을 양을 파악했으므로 내년에는 여러 노트를 만들기보단 불렛저널 한 권에 모든 걸 담도록 해야겠다.

'전업주부에게 무슨 불렛저널이 필요하냐?'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는데 그건 전업 주부의 삶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해 생기는 편견이다. 집안의 대소사와 아이가 속한 교육기관에서의 일정 그리고 주부인 나 개인적인 일 등을 세부적으로 구분하여 불렛저널에 기록하고 확인해야 무탈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전업주부의 삶은 멀리서 보면 단조로운 일상이지만 자세히 보면 정신없는 나날들이다.


다시 말해 전업주부가 하는 일들은 눈에 띄게 드러나지 않고 보수가 있는 일도 아니다. 그러나 손을 떼면 바로 확 드러나는 일들이기 때문에 매일 신경을 써야 한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한 번씩 내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순간에 맞닥뜨렸을 때이다. 자칫 내가 오발탄이 된 것 같은 공허함이 몰려온다. 그럴 때 내가 유의미한 삶을 살고 있음을 증명해 주는 것이 바로 불렛저널이다.


나에게는 이 두 가지의 이유가 불렛저널을 쓰게 한 원동력이었으며 그중에서도 후자의 이유가 12개월간 빼먹지 않고 써내려 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이미 잘 마무리되고 지나간 일들의 기록이지만 허투루 게 하루하루를 보내지는 않았다는 안도감과 뿌듯함이 나의 자존감을 한껏 올려주었다.


불렛저널을 시작하면서 참으로 다양한 양식들을 접하고 잘 쓰는 사람들의 노하우를 찾아보면서 나만의 불렛저널 양식을 구축해 갔다. 남들이 봐도 보기 좋고 내가 봐도 예쁘게 쓰기보다는 필요시 바로바로 쓸 수 있고 직관적으로 상황 파악이 가능하여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 딱 그 정도(불렛저널의 기본 중의 기본 기능)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쁘게 꾸미고 다양한 양식들을 사용하며 기록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해야겠다는 순간부터 귀찮은 마음이 툭 튀어나와 쓰려던 내용마저 다 내던져지는 순간이 올 것이기에 굳이 시도해 보는 무모한 행동은 지양하는 게 좋다고 스스로 다독였다.


이제 25년도가 약 2주 정도의 시간을 남겨두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여러 생각들을 담아 내년도 불렛저널을 준비해야겠다. 매일의 기록을 마무리하며 불렛저널의 마지막 밤은 좀 더 특별하게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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