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븐 문을 열다 [프롤로그]

열심히 사는 나에게 망치로 머리를 때리는 인간들 에게

by 썬썬

오늘도 나는 Back of House로 출근한다. 프로의 주방에서는 키친이라는 용어나 부엌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 물론 부엌이나 주방이나 한국어와 Back of House라는 단어는 분명 영어이냐 한국어이냐의 차이겠지만 내가 일하는 곳은 키친도 아니고 부엌도 아니고 주방도 아니다.


Back of House는 치열한 우리의 삶을 닮은 곳으로 물, 불, 음식재료, 화학 청소용품들 그리고 인간들의 또 다른 위험요소를 품고 있는 전쟁터이며 또 다른 군대로 불린다.


그곳에도 인간사에 존재하는 높고 낮은 서열과 상, 중, 하의 레벨이 존재하고

이제는 14년 차 셰프가 되었지만 한때 대학의 요리과를 입학. 졸업하고 취준생일 때까지는 나도 셰프 유니폼이마냥 좋았다.


첫 직장이라고 셰프라는 직함이 없는 최 말 (Prep Cook)으로 들어가 아바타처럼 부엌일을 했다.

여기서 Back of House가 아닌 부엌일을 했다는 표현이 말해주듯 그곳에서의 나의 서열이 하급에서도밑바닥 아주 밑바닥이었다.


누구든 나의 글을 읽는 사람들은 키친에서 누가 위이고 누가 밑바닥이냐 누가 그런 법을 정하

느냐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어느 누구도 그런 레벨을 법처럼 정해놓은 사람은 없어도 내가 Prep Cook 이라는 포지션(Position)에서 열심히 하더라도 직장에서의 높은 권위의 셰프라는 직함이 있어 그들의 우쭐함과 그 높은 직함이 주는 행동이나 갑질이 나 같은 사람의 입장을 분 초마다 위축되게 만든다.


나의 14년의 경험에 의하면 그중의 6년 중 1년 정도는 딱 한번 셰프라는 짧은 직함을 빼고는 직장을 옮기고 또 옮기고 새로운 직장에 레쥬메를 낼 때마다 나의 앞전에 일했던 Prep Cook이라는 경험으로 인해 늘 셰프직을 맡을 수 없었다. 아무리 Prep Cook이라 해도 모든 음식이 완전 조립채가 되어 손님 테이블에 서빙되기 전까지 사실 Pre Cook의 역할도 상당히 중요하다.


셰프들이 모든 요리를 만들기 전에 모든 재료들은 Prep Cook에 의해 준비되고 미리 Prep 해놓은 재료들을 셰프들이 예쁘게 프레젠테이션하며 음식을 나르는 Runner들에 의해 전달 손님 테이블로 서빙되어진다.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은 지극히 한 레스토랑의 예를 든 것이다. 여러 레스토랑에서 일해본 경험으로 규모가 작은 동네 장사 레스토랑이면 일수록 새로 들어온 직원이라고 실수를 이해해주거나 30분의 점심 식사 시간, 10분의 브레이크 타임은 절대 절대 기대할 수 없다. 더더군다나 일을 그만두게 될 땐 마지막 페이는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은 버려야 한다. 노동법 기관에 알리면 못 받은 임금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 이분야도 좁기 때문에 다음 직장을 구할 때를 위해 신고는 더더욱 할 수 없게된다. 나처럼 하급의 사람들은 여러 방면으로 속이 쓰릴수밖에 없다. 요리분야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허다하게 많다.


대학에서 요리 공부를 할 땐 마냥 셰프 유니폼이 좋았어도 나름 요리에 대한 열정과 꿈도 있어서 열심히 재료 공부하고 요리학과 봉사도 다니며 나도 그렇게 열심히 했던 날도 있었다. 그후 여러군데 레쥬메를 내고 취직한곳이 독일출신 셰프가 운영하는 일본 오마까세 레스토랑에서 일한첫날 내게 주어진 셰프옷은 누가 입고 세탁이 전혀 안되있고 찢어진 허름한 누런 흰색 유니폼을 받고 직장이 된것에 그나마 감사하며 불평없이 일을하고 어느날은

그 유니폼을 입은 채 집 현관 안쪽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다.

일이 힘들어서도 아니었고 돈을 못 받아서도 아니었다. 그 레스토랑에서 셰프장으로 있던 사람이 중국인 여성으로 웨이튜레스를 하다가 요리로 전향 한케이스였고 자신은 운이 너무 좋았다며 그렇게 일화를 들려주었다.

그렇게 좋은 레스토랑에서 일하더라도 여전히 인사과 라는 부분은 많이 부족하고 일할수 있는 환경이 많이 열약했다. 손님이 디너를 먹는 레스토랑은 너무나 화려한곳이었다. 그이후 그곳은 나와 맞지 않고 셰프와 상의끝에 나는 다른 레스토랑으로 바로 취직을 하게 되었고 그곳은 동네 장사이긴 하지만 그 셰프 자체로 보면 셰프 오너는 Bouchon으로 유명한 레스토랑인 토마스 켈러 밑에서 일해본적 있던 셰프였다.


그는 자기를 따르는 자들 주로 Sous Chef 외에는 아랫 직원들을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았다. 사실 이곳에서 일할 땐 프랑스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와 잡은 두 번째 직장이었다. 역시 이곳에서도 임금은 받지 못했다.


예전엔 직장이라고 가고 세월이 지났어도 2017년에 프랑스 유학을 다녀온 지 얼마 안 되었어도 그들은 역시 변하지 않았다.

큰 결심 없이 동네 레스토랑을 과감히 그만두고 역시나 마지막 페이는 받지 못한 채 수십 군데 레쥬메를 넣고 나서 나에게 맞는 미슐랭 레스토랑에 일을 하게 되었다.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는 것처럼 어떤 그림인지 보이게 된 것이 무엇이냐면 우리는 살면서 직장을 얻기 전에 어떠한 직함을 받고 싶어 한다. 내가 딱 한번 셰프로써 일을 해보았고 미슐랭에 입사하기 전에 회사 인터뷰를 통해 셰프라는 직책은 많이 사라졌고 요즘 레스토랑의 서열은 Prep cook, Sous Chef, Executive Chef 뿐이다. 그 외에 샐러드 파트, 시푸드 파트, 스테이크 파트 등이 있는데 보다시피 Chef라는 직책은 내가 사는 타운에서는 없어진 지 오래다. 회사에서는 나에게 Chef 직함을 주겠다고 했지만 Chef가 되면 오롯이 레시피와 만들어지는 디저트 등의 소스들의 정확한 맛을 지정해주고 Pre Cook 하는 직원들에게 어떠한 마찰 없이 더 좋은 제안을 할 수 있다는 점 그런 것들이 Chef 가 할 수 있는 권한이라 포기할 수 없었지만

Prep Cook이 아닌 레스토랑에 Pastry Department에서 어떠한 직함 없이 일하기를 결정했다. Prep Cook의 역할은 시키는 데로 하는 아바타일 수 있겠지만 레시피를 보고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만드는 재미도 있지만 손에 스킬이 붙어 확실히 실력은 좋아지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우리 레스토랑은 120 로케이션에 65가지 다른 브랜드가 있으며 레스토랑 회사로 유일하게 Enterprise, INC 로써 오픈한 지 50년이 된 큰 규모의 회사에 직원수 일만 명이다.


단 한 명의 직원에게도 한 명 한 명 인격을 대해주는 회장님은 팬데믹이 일어난 지난 3월에도 전 직원에

편지를 써 읽어보도록 하며 음성으로도 이런 사태가 되어 유감이다 라며 눈물을 흘렸다.


나의 직장에는 4명의 Sous Chef가 있는데 요리학교를 나오지 않았어도 입사는 Dish Washer로

지금은 Sous Chef로 일하는 분이 계신다.


보통 이 분야에서는 레쥬메에 Dishwasher의 경력자는 요리분야에 얼씬도 할 수 없다.

내가 몸담고 있는 직장은 편견이 없고 학교 출신 상관없이 열심히만 하면 기회를 주는 것에 입사 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감동을 느끼고 있다.


예전에는 요리학과 대학을 나와 프랑스 유명 요리학교 출신이라는 배경이 있었어도 확실한 계획과

꿈이 있었음에도 매일매일을 방황을 하는 인생을 살았다면 지금은 더할 나위 없이 일이 좋고 사람도 좋다. 내가 겪은 경험엔 어떠한 질문을 던져야 하며 내가 미처 못 본 비밀들이 있는지 이 책에서 사람에 대한 고찰과 Back of House에서 마주하는 사랑스러운 요리 재료들도 이야기를 다뤄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