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9년 5월 26일 한가족의 일상
A와 B는 놀이커뮤니티에서 연극공연을 함께 하면서 연인이 되었고, 1년의 연애 후 결혼을 해 딸 T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A는 26세이고, 의류점에서 남성의류를 판매하는 일을 한다. 그는 오전타임 일을 하기 때문에 9시에 출근해서 1시까지 근무를 한다. A의 부모세대에도 대다수 국민들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6시간이었으나 30여년이 지나면서 4시간으로 낮춰졌다. 대부분의 일자리는 오전타임, 오후타임, 저녁타임으로 나뉘고 각 타임마다 일하는 노동자가 다르다. 그렇다고 급여가 부모세대에 비해 낮지 않다.
2000년대 내내 갈수록 일자리가 줄어들고, 인구수가 늘어났고, AI 대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어지면서, 존엄한 일자리에 대한 이슈가 오랫동안 대두되었다. 새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주된 과제는 많은 국민들이 자신의 일자리를 가지고, 돈벌이를 하여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고용구조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일자리를 인위적으로 늘릴 경우 제한된 국가 예산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빠져나간다는 비판이 계속되었고, 실제적으로 노동문화를 바꾸어 인당 하는 일의 양을 대폭 줄여나가기로 했다. 일의 값어치를 점차 높여 가는 작업이었다. 주당 근무시간 최대치를 줄여나가기 시작했고, 2040년대는 주당 35시간(1일7시간*5일), 2050년대는 주당 30시간(1일6시간*5일), 2060년대는 주당 25시간(1일5시간*5일), 2070년대는 주당 20시간(1일4시간*5일)이 되었다. 앞으로는 주 5일제에서 주4일제로 조정해나간다고 한다. 아마 여기 즈음이 최고치이지 않을까 싶다.
사실 유럽 등에 비해 근무시간 조정이 매우 늦은 편이다. 20년대에는 과로사도 굉장히 많았고, 기록되지 않는 과잉노동현장도 많았으나 경제구조가 유지되기 위해서 고용주 등도 어쩔수 없이 시대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소비자가 사라지면 안되니까. 어쨋거나 A가 일하는 오전 시간에도 오후, 저녁근무를 하는 많은사람들이 매장을 오가기 때문에 특별히 일이 적고, 급여는 많이 받는 그런 건 아니라는 말씀.
A가 근무를 하는 동안, B는 일어나 T와 시간을 보낸다. 월요일부터 화요일은 B가 공동육아에 참여하는데 T네, K네, Y네 등 같은 라인에 사는 다섯 집 아이들이 모여 함께 놀고, 배우고, 쉬는 등의 활동을 같이 한다. 부모 중 한 사람씩 와서 함께 아이들과 아파트 근처 동산을 산책하기도 하고, 촉감놀이 등을 함께 하기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처음에는 5명의 부모가 모두 왔었지만 실내 공간에서 아이들과 함께 할 때는 5명 중 2-3명이 아이를 돌보고 나머지는 개인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시간을 보내는 방식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부모교육을 통해 학습하면서 의논하여 결정한다. 아직 T는 3살이라 야외활동에는 제한이 많지만 B와 A는 공동육아를 통해 훨씬 더 풍부한 감각과 관계를 경험하게 할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 부모 개인들에게도 정서적, 체력적으로 많은 도움이 된다.
오후2시가 되기 좀 전에 남편 A가 집에 도착하고, 공동육아 후 부모들이 흩어지면 B는 T와 함께 집으로 와 출근준비를 한다. B는 집 근처 내과 간호사직을 맡고 있다. 다른 직종들과 마찬가지로 오전근무, 오후근무가 나뉘어 있기 때문에 B는 A와 의논하여 근무시간대를 엇갈리게 맞추었다. 아이를 직접 함께 돌보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면 시기를 보고 근무시간을 오전 시간으로 함께 맞추고, 오후, 저녁은 개인시간, 부부시간도 늘여가자고 했다. 근무시간 평균이 하루 4시간으로 맞춰지면서 그동안 계속되었던 여성권리운동 등이 육아 분담에 실제적으로 변화를 가져왔다. 육아에 대해서는 공동육아, 홈스쿨링 개념도 훨씩 익숙해졌고, 이제 아이가 있는 100가구 중 80가구는 공동육아나 홈스쿨링을 간접체험해보고 인지하고 있으며, 40가구는 공동육아를 실행하고 있다.
노동현장에서는 성별에 상관없이 요구되는 시간으로 인해 성별 진급 차이나 노동시간 차이, 임금 차이 등의 문제가 대폭 줄어드는 효과를 이루었다. 시장에서는 남성들을 위한 다양한 커뮤니티, 취향사업, 인문학 활동 사업 등도 활성화 되었다. 결혼, 육아, 노동 이러한 것들을 동시에 실행하는 대한민국의 많은 청년들은 함께 키우고, 더 함께 일하는 구조를 택하며 다채로운 삶을 펼쳐나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