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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미나 Aug 25. 2021

방황의 이야기

Photo by Jeremy Vessey on Unsplash


이것은 단편영화 “방황의 이야기”의 줄거리이다. 


발단

방황이는 6년째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언젠가 시험에 붙으면 남들 보기에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매년 많은 것을 포기하고 최선을 다했다. 

방황이에게 어릴 적 절친 황방이가 있었다. 황방이는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카페, 옷가게, 연극공연장, 예식장 등에서 일을 하다가 사진사로 일을 시작, 창업을 했다.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혼자서 기반을 다져 가볼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방황이와 황방이 둘은 유치원 시절부터 중학생 때까지 절친한 친구였으나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황방이가 학교를 자퇴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서로를 오랫동안 잊고 지냈다. 


전개

방황이가 6번째 시험에서도 떨어졌다. 부모님의 기대반 걱정반의 조심스러운 표정을 다시 볼 자신이 없어 방황이는 거리를 배회했다. 걷는 것 말고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유원지 다리를 걷다가 뛰어내려 버리면 어떨까 생각을 했다. 수험표를 강가에 던지면서 영정사진으로 쓸 사진이 이것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한 방황이는 다시 길을 걸어 자그마한 방 한칸 크기의 사진관으로 들어갔다. 아늑한 분위기의 사진관은 황방이의 작업실이었다. 어린이부터 청소년, 청년, 중장년, 노인의 웃는 사진들로 벽이 가득 매워져 있었다. 황방이는 방황이를 반겼고, 방황이도 황방이를 보고 기뻤다. 한편으로 하필 이럴 때 만났다는 생각을 했고, 너무 초라한 자신의 상황을 물을까 두려워했다. 그러나 황방이는 별 다른 질문이 없었다. 방황이의 얼굴이 너무 슬퍼보였기 때문에 묻지 않기로 했다. 

대신 황방이는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지 물었다. 방황이는 얼버무리며 그냥 이쁘게 나온 사진 한장을 찍고 싶다고 했고, 황방이는 마침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며 참여해보길 제안했다. 탄생부터 지금까지 나를 드러내는 사진을 찍어 사진첩을 만드는 프로젝트인데 첫 모델로 참여해주면 어떠냐는 것이었다. 자신에게 경력이 되기 때문에 돈을 안 받고 하겠다고, 창업초기라 따로 모델비를 주고 모델을 고용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고 했다. 모델을 따로 구하기엔 비용 부담이 된다는 것이었다. 방황이는 죽기 전에 이 프로젝트를 하면 좋을 것 같았다. 바로 죽기엔 너무 억울했다. 적어도 자신을 위한 선물 한가지는 하고 가자고 생각했다. 유예시간을 주기로 했다. 

방황이와 황방이는 어린 시절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고, 즐겁고 힘들고 슬프고 설렜던 시간들을 회상하며 여러 공간을 방문했다. 황방이는 방황이의 이야기를 듣고 이것저것 기록하고, 그 내용과 어울리는 컨셉을 상의해서 사진을 찍어주었다. 1회, 2회, 촬영이 반복될수록 방황이는 웃음이 많아졌다. 언제 그렇게 힘들었냐는 듯 순간 순간 좌절을 잊기도 했다. 그러다 고등학교를 입학하면서부터 고시준비까지의 삶을 기록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방황이는 이 순간을 기록하고 싶지는 않았고, 황방이는 어렴풋이 짐작되는 방황이의 좌절을 모른척하며 너의 삶에 도움이 되는 기록을 남기면 될 것 같다고 한다. 굳이 아픈 기억을 다 꺼내어 볼 필요는 없다고. 마지막 촬영지는 방황이가 가장 좋아하는 구름을 배경으로 찍기 위해 산에 함께 오른다. 

황방이가 방황이를 촬영하던 중 산 절벽에서 떨어진다. 


절정

몸에 마비가 온 황방이는 겨우 의식을 회복하고 방황이는 황방이에게 죄책감을 느꼈다. 무언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황방이를 찾아가 울면서 사과했고, 방황이는 괜찮다는 듯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황방이가 죽었다. 방황이가 미친 듯이 우는데 병실에 누워있던 황방이가 빛나는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방황이가 놀라서 빈 침대를 쳐다보는데 바닥이 돌고, 천장이 돌았다. 어지러움을 느끼며 방황이는 기절하고, 다리 위에서 깨어난다.  

결말

경찰이 흔들며 깨운 것이다. 방황이는 술을 잔뜩 마시고 다리에서 뛰어 내리려다 쓰러져 잠든 것이었다. 깨어난 방황이는 경찰서를 나와 휘청거리며 그 골목을 찾았다. 

황방이가 운영하던 사진관으로. 사진관은 그대로 있었다. 그러나 황방이라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황방이는 자신이 상상해보았던 삶을 산 허구의 인물이라는 것을 말이다. 동시에 또 알았다. 꿈꾸던 삶을 살아도 우리 삶은 언제나 시행착오 앞에 놓이게 되어 있고, 유한하다는 것을. 이제 황방이처럼 용기를 내야 할 때임을. 자신은 미치도록 살고 싶어하는 이라는 것을. 

며칠 뒤 방황이는 멋지게 꾸며 입고 꽃다발을 산다. 그리고 골목길 그 사진관에서 활짝 웃는 사진을 찍는다. 

1년 뒤 사진이 액자에 넣어져 사진관에 걸려 있고, 방황이는 사진관 보조 일을 하고 있다. 


** 방황이는 10대 후반과 20대 중반까지의 내 삶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인물, 황방이는 20대 중반 이후의 내 삶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인물입니다. 방황이와 황방이는 중학생 때까지 절친한 친구였는데 그 이유는 그때까지 제 삶에서 저 스스로 안에서 가치관의 갈등을 겪은 적이 없는편이었기 때문입니다. 17세를 기준으로 저는 적응과 경쟁에서의 승리, 최선의 노력과 성과 등을 중시하는 생활을 하며 황방이와 헤어졌고, 문득 문득 황방이가 떠올랐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것 같습니다. 그러다 다시 황방이 식의 삶을 택하게 된건 방황이도 황방이도 유한한 삶을 산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 방황이와 황방이는 동일 인물이고, 나만의 가치관대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의 어려움에 대해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나의 가치관을 가지다가 사회 통념적인 가치관에 따라 살다가를 반복하는 우리들의 삶, 그러다 다시 나만의 가치관을 밀고 나가는 과정을 적어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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