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마스크

현대심리상담 +명리학 = 심리 컨설팅// 현대통합 심리적성

by 김숙진

이 더위에도 검정 마스크를 쓰고, 검정 캡 모자를 깊게 눌러쓴 채 틈만 나면 책상에 엎드리는 중3 여학생이 있다. 뭔 말이라도 들어볼까 하면 귀가 대문짝 만하게 커지는 듯하다. 예쁜 얼굴인데 하관을 못 본 지 오래되어 기억이 희미하다.

'마스크'를 못 벗는 것인지, 안 벗는 것 인지 궁금해 물어보지만 매서운 눈초리만 보여줄 뿐이다. 공부를 뒷전으로 하지는 않지만 열심히 하지도 않는다. 애가 탄 부모는 뭐가 불만인지 좀처럼 알 수 없다며 종합심리검사를 원하셨다. 이 친구가 과연 협조할까?

고민 끝에 '마스크' 라도 벗기자 싶어 간식을 챙기고, 메이크 업 좀 알려달라는 등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가면 도망가고, 오면 따라오는 지루한 반복이 계속되어 난 더 이상 관심을 주지 않는 척했다. 때마침 그룹심리검사가 한쪽에서 진행 중이었지만 의중을 떠보지도 않았다.

며칠 후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종합 심리검사를 받아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만 표 내지 않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검사지를 작성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현대심리는 검사시점의 컨디션이나 감정상태가 양호해야 한다. 응답자가 '좋아 보이는 답'을 선택할 가능이 없어야 하고, '보이고 싶은 모습'이 아닌 내면이 반영될 수 있도록 솔직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방적이고 자유스러운 어린이 FC 형이다. 자발적, 적극적, 창조적, 직감적이며 즐기는 특징이 강하고 희로애락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개방적인 생활태도를 갖고 있다. 눈여겨볼 것은 FC 외에 CP. NP. A. AC 가 모두 중심점에 몰려 있어 다중인격의 우려가 있다.

학습에 대한 동기 및 적극적인 자세는 의외로 양호한 점수를 받았으나 계획성과 조직성이 부족했다. 기억력과 학습 집중력도 양호하나 핵심파악과 요약에 대한 학습전략 수준이 최하로 낮았다. 우울증이 경계선에 머물러있다.

DISC행동유형은 '주도형'으로 결과를 성취하기 위해 장애를 극복함으로 스스로 환경을 조성하고, 의사를 빠르게 내리며 결과를 얻고자 한다. 도전을 받아들이고, 의사결정을 신속히 내리는 스타일로 기존의 상태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는 등 지도력을 발휘한다. 어려운 문제를 속도 있게 해결하고자 하는 유형이다.

대인관계지능과 논리수학지능과 공간 지능이 우수하고, 특히 공간지능은 160으로 상당히 높았다. 미술가, 공예원, 만화가, 애니메이터, 제품, 시각 디자이너 및 인테리어, 분장사, 메이크업아티스트, 애완동물 미용사 등이 적합하다.

ESTP형이다. 개방적, 활동적, 적극적, 진취적이다. 항상 즐겁고 재치군이며 모든 일에 관심을 갖고 지나치게 참견한다. 끝마무리가 부족하며, 욕심이 많고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 대중 앞에 강하고, 과잉 행동적 , 목소리 크고 산만하며 말이 많고, 잘 따지며 꾸중을 해도 자기 입장을 끝까지 말한다. 정보통이다. 말과 행동의 불일치를 임기응변으로 커버하고, 뛰어난 감각과 유행에 민감한 호탕형이다.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는 정상 내지 가벼운 시험불안이 있을 정도이다.

모든 검사수치가 경계선에 있다. 질풍노도의 시기다. 지금까지는 다양한 이유를 들어가며 "마스크 벗어줄래?"를 골백번도 더 말했는데, 앞으로는 "5만 원 줄게 마스크 벗어. 다신 쓰지 말기, 어때?" 하며 단 한 번에 단판을 짓는 방법이 더 효과적 일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도덕적 양심과 보편적 통제에 호소하기보다는, 논리와 실용성에 기준한 결과제시를 해야 마음이 움직인다.

"학습태도가 안 좋아" 보다는 "30분만 집중해서 해보자"가 더 좋고, "왜 똑똑한 아이가 계속 틀려?" 보다는 "이 문제 맞히면 인정!" 이 좋다. 막연하게 "네 미래를 위해 말하는 거야" 보다는 "내일 밖에 기회 없어"가 훨씬 설득력 있다. 그 누구에게도 어디서든 통제당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스타일이다. 즉시 결과가 나오는 구체적인 목표에 청개구리 경쟁심이 발동하면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능력의 소유자다.

선생이 아닌 상담자로, 제자가 아닌 내담자로 虛心坦懷한 대화를 나누었다. 마스크를 쓰는 이유는 화장을 안 해서이고, 화장 했는데 자신 마음에 안 들어서 이고, 이제는 마스크 쓰면 화장한 것 처럼 느껴져 쓴다고 했다. 긴 상담이 끝나고 일어서면서 내담자는 드디어 마스크를 벗었다. 1년 7개월 만에 마스크에 가려진 얼굴을 보았다. 눈 부시게 아름다웠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스트레가 많은 직장인과 공부 중압감에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종합심리검사는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만큼 보편화되었다. 주관적인 느낌이나 편견이 있을 수 없고, 과학적으로 분석된 축적된 데이터가 기반이 되다 보니 신뢰도가 높아 우호적이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오래가면 우울과 짜증과 분노로 병이 되어 버린다. 배 아프고 감기만 들어도 병원 가면서 회복탄력성이 급격히 떨어져 자존감 낮아지는 것은 왜 간과하는지 모르겠다. 늘 '애면글면'한 마음은 아프다. 말도 못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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