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모이

현대심리학+ 명리학 = 심리 컨설팅 // couch potato 극복

by 김숙진

"드실래요?"

지렁이젤리 한 봉지를 내민다.

" 네~ 주세요."

난 지렁이를 질겅질겅 씹으며 녀석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싱글벙글이다. 한 줌의 젤리 속에 말로는 다 표현 못할 사랑과 존경을 포장해 건네었다는 듯이 말이다.

"또 숙제 안 해왔어요?"

"아주 안 한 건..., "

하며 시선을 피한다. 나이 먹은 사람은 당 떨어지면 쓰러진다는 소리는 어디서 들었는지, 혼날 거 같으면 단거부터 챙겨 와 선생 보자마자 주섬주섬 꺼내 먹이고 보는 애달픈 녀석이다!

매가리 없이 순하고, 훈계에 순종하는 편이다. 처음에는 몸이 약해서 자주 조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졸아도 졸아도 너무 졸았다. 공부 안 하고 노는 것은 잘했는데 조느냐 놀지도 못했다. 참다못해 닦달해서 알아냈다. 쌍코피 터져가며 밤새워 게임한다는 사실을, 게임 못하게 하느냐 일 년도 더 넘게 공을 들였다. 게임만 잡으면 만사가 해결될 줄 알았다.


이 녀석이 couch potato( 게으른 사람) 임을 알려준 것은 命理 (명리) 다. 공부 약속을 안 지키니 學母와 자주 연락을 하게 되었고, 게임 못하게 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던 중, '술월 신금'에 '인성다자' 임을 알게 되었다. 건조한 술월인데 水가 전무해서 모든 문제의 원인은 '게임'이 아니라 '게으름'이었다. 게으르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던 나는 學母께 "무섭게 게으르죠?" 여쭸더니 어떻게 알았냐며 탄식하셨다. 그러나 대운에서 水가 들어와 있어 아쉬운 데로 父母가 부지런함을 습관화시켜 준다면 극복할 수 있는데 왜 이리되었나? 궁금했다.

어머니는 아이가 초4 때부터 couch potato 길을 걷기 시작했던 것 같다고 했다. 命理는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삶을 산다는 전제아래 과거를 찾고, 현재를 깨달아 좋은 미래를 그리기에 도움이 되는 학문이다. 자연의 이치를 인간의 삶에 투영하여 인간의 운명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하나, 결국 사람이 행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는 현대심리검사를 통해 적성을 알아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심리 성격유형 중에서 가장 관용적이며 온화한 ' ISFP '형이다. 마음이 너그럽고 순하며 끈기가 부족하고, 동식물 사육이나 재배를 좋아하며 잔잔하게 산만한 편이다. 낙천적이며 천하태평 행동이 느리다. Egogram결과도 안빈낙도 비현실적인 사고방식이 가장 큰 문제로 드러났다. 학습에 대한 계획성 및 조직성이 부족하고, 학습전략이나 자기만의 기억을 잘하는 방법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인간친화지능'이 우수해 직업 적성으로는 웨딩 플래너, 사회단체 위원, 경영자, 호텔리어, 배우, 이벤트 기획자, 기업가, 인사 담당자, 영업사원, 개그맨, 비서, 방문교사, 승무원, 판매원, 선교사, 마케팅 조사원 등이 제시되었다.

검사상으로도 게임으로부터 많이 벗어난 상태라 하니 고마웠다. 그러나 우울의 방어기제로 스마일을 사용한다는 것에 확신이 들었고, 가장 문제는 무기력상태가 심화 경계에 있다는 점이다. 정신적·신체적 피로가 모두 누적되어 정서적인 반응도 무뎌지고, 행동 동력 자체가 현저히 떨어진 상태다.


" 코로나 때 전학 했어요. 친구들과 정말 잘 안 맞았었요.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비대면 수업으로 학교를 안 갔죠. 편했어요. 엄마는 그때 직장일로 무지 바쁘셨던 것 같아요. 코로나도 한 번 걸렸고요. 아프고 나서 더 했어요. 비대면 학교수업 대충 하고, 학원 안 다니고, 밤새 게임하고, 자고, 먹고, 숙제 미루고... 자고 나서 또 게임..., "


그동안 couch potato가 된 원인을 찾고자 물어보면 미소로 일관했었는데 심리검사를 하니까 속에 있는 말을 한 것 같아 그동안 열이 펄펄 끊는데도 집에 있는 약만 먹이며 빨리 나으라고 소리소리 지른 거와 뭐가 다른 가 싶어 미안했다.

2020년 1월 20일부터 2022년 8월 31일까지 코로나 시대였다. 命理 관점에서 보면 우리 아이는 공교롭게도 2019년도부터 2021년까지를 특별히 맞춤형 교육과 사랑을 듬뿍 주어야 하는 시기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랬구나..., 코로나 때 무지 힘들었구나! 원래 부지런했던 아이였네. 아이고 진작 얘기하지 왜 그동안 말 안 했어? 선생님은 코로나 생각을 못했네... 미안해. (중략) 어떻게 할까? 작게 다시 시작해 보자. 게임 어렵게 줄었으니 게임시간 늘릴 건 없고, 간단한 요리도 하고, 강아지랑 산책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더도 말고 30분씩만 네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해보자, 시작이 반이야!"

외부과제는 부담스럽고, 내부욕구는 늘 쉬고 싶은 couch potato를 툭툭 깨우듯 상담했다. 내년에 고교생이 되는 현실을 직시시키면서, 자기 주도 루틴을 만들어 학부모와 함께 4주 생활 동기 회복을 목표로 달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었다. 5주부터는 '학습습관 바로잡기' solution이 추가될 것이다. 부모님께는 코로나 시대 때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한 것을 반성하며 부모가 아닌 아들 친구가 되어 같이 뛰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렸다.


부모의 가장 바람직한 역할은 무엇인가? 자식에게 안전한 그늘이 되면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 발판이 되어주는 것이라고 동. 서양 심리학은 한 목소리로 외친다. 이를 위해 자식이 20살 되기 전 까지는 자식의 정신과 육체에 좋은 습관들이 장착될 수 있도록 본보기가 되는 교육과 훈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내 자식에게는 다이아몬드 같은 찬란한 보석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한 줌의 닭모이가 필요하다. 부모의 사랑은 화려한 선물이 아니라, 아이가 자라날 힘이 되는 따뜻한 양식이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영양가 있는 닭모이가 필요하다는 것, 꼭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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