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K- 장녀/K-pop/K-food/K-beauty/K-culture
K- eldest daughter, K-pop, K-culture, K-food, K-service, K-beauty, K-drama, K-style… 세계가 인정하는 ‘K’의 이름에는 한 나라가 오랜 시간 쌓아온 태도와 정신이 담겨 있다. 겉의 화려함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쌓아온 성실함과 지켜내려는 태도가 ‘K’의 진정한 가치를 만들어왔다. 말없이 빈자리를 채우며 자신보다 모두를 앞세워온 사람들. 그들의 조용한 손길이 쌓여 지금의 ‘K’를 완성시켰다.
나는 이 결실 뒤에는 오래전부터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K-장녀’의 희생과 책임감이 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K-장녀의 이야기를 풀어가기 전에, 먼저 수많은 K-장녀들이 견디어 온 인내와 조용한 헌신에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 당신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귀했는지 알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자리를 끝까지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
옛날 우리 집 마당 처마 밑에는 제비 둥지가 있었다. 해마다 찾아온 제비 부부는 오자마자 둥지를 고쳐 짓고, 봄날 햇살처럼 먼지를 털어냈다. 곧 새끼를 품고 길러내는 동안, 새끼들은 입이 찢어질 듯 크게 벌렸고, 부모는 먹이를 물어다 그 입속으로 부지런히 넣었다. “지지배배, 지지배배” 정겨운 울음소리가 둥지를 가득 채우며, 우리 집 안에도 따스한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그러던 어느 날, 눈도 뜨지 못한 새끼제비 한 마리가 마당에 나뒹구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곧바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둥지에 넣어주었지만, 무슨 연유인지 그 제비는 또다시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그녀는 작은 생명을 외면하지 못하고 가재수건에 싸서 품에 안아 파리, 모기, 날벌레들을 잡아 먹이며 숨결을 지켜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먹이가 없는데도 제비는 잠도 자지 않고 배고픈 듯 계속 입을 벌렸다. 딱해 보였던 그녀는 불쌍한 마음에 아이스크림을 조금 먹여 보았다. 하지만 그게 독이 되었는지, 제비는 곧바로 숨을 거두었다. 그녀는 오래도록 마음 아파했는데, 남들보다 정이 많은 그녀였기에 더욱 그랬다.
그녀는 여섯 남매의 맏이다. 남아선호사상의 그늘이 짙게 드리운 집안에서, 부모의 하루를 떠받치는 일은 자연스레 어린 그녀의 몫이 되었다. 삼촌들까지 더해 늘 북적이던 집에서 그녀는 누구보다 먼저 부엌의 불을 밝히고 밥을 지어 식구들을 먹여 보낸 뒤에야 학교로 향하곤 했다. 병약한 어머니를 대신해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면서 열여섯 살 어린 막내 여동생을 키우다시피 보살폈다. 닭이 알 낳기만을 기다렸다가 프라이를 해서 간장과 참기름을 넣고 밥 비벼 주었고, 가끔 숨이 넘어갈 듯 맛있는 짜장면과 오므라이스도 만들어 주었다.
그녀는 한일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다가 파독 간호사 대열에 합류해 고국을 떠났다. 환자를 돌보는 일에 누구보다 성실했고,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병원 기숙사에서 오래 지내며 아낄 수 있는 한 푼까지 모아 고국의 가족들에게 부쳤다며 안도의 숨을 내쉬는 그녀는, 당시 한국이 겪던 외화 부족을 조금이나마 덜어낸 조용한 기여자이자 우리 집 경제를 살린 가장이었다. 그녀는 만혼에 화학선생인 독일남자와 결혼했다. 가족에게 소홀해지고 싶지 않아 삼십 년 가까이 야간 근무하면서 세 자녀를 훌륭하게 키워냈다. 늘 온화하고 헌신적인 마음으로 남편과 자식을 돌보며, 동양적인 정성과 지혜로 가정의 중심을 지켰다. 외국에서의 그 흔한 이혼의 현실 속에서도 평생 함께 살아온 비결을 묻는 말에 “독일 남자의 정서를 이해하는 건 참 쉽지 않았다”며 웃어넘긴다. 큰 대수술을 두 번이나 했지만 고국의 가족에게는 알리지도 않았다.
세상 누구보다 작은 생명 하나에도 끝까지 마음을 다하던 그녀는 지금도 가족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뒷바라지해 주려는 사랑을 멈추지 않는다. 누군가 아프다고 하면 서둘러 찾아가 도와주고, 힘들다 하면 조용히 곁을 내준다. 그녀는 여전히 부지런하다. 그녀의 손길이 닿은 자리들은 언제나 반듯하고 깨끗하다. 그녀의 정원에는 사과나무와 배나무, 버들나무, 동백꽃, 더덕꽃, 빨강. 노랑 해바라기, 코스모스, 나팔꽃 등등 수십 종의 수목과 꽃들이 제 빛을 잃지 않고 자라고 있다. 모두 그녀의 꾸준한 손끝이 길러낸 생명들이다. 낯선 땅에서 시작된 삶을 스스로 익숙한 삶으로 바꾸어, 어느덧 그곳에서 50년을 살아내고 있는 그녀다. 그럼에도 세월 속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볼 때 부끄럽고 창피한 순간들도 많았다며 참회하는 그녀의 기도 속에는 깊은 헌신과 따뜻한 마음이 깃들어 있다. 지금까지 당신의 삶을 지탱할 수 있던 것은 " 오직 예수님이 늘 함께해 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다"라고 말하는 그녀다.
그녀의 존재는 내 마음에 언제나 따스한 빛이 되어 주고 있다. 그 빛이 오래도록 건강하고 따뜻하게 이어지기를 나는 오늘도 기도한다.
"하나님 아버지!
먼 타국의 세월 속에서도 묵묵히 가정을 지켜 온 언니의 걸음을 오늘까지 이끌어 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그 길 위에 쌓였던 수많은 날들 속에 힘겨운 순간들과 언니의 선한 마음을 주님께서 다 기억하고 계심을 믿습니다.
하느님 아버지!, 이제는 언니의 마음에 고요한 평안이 머물게 하시고, 외로움이 스며들지 않도록 지켜 주옵소서. 작은 생각 하나까지도 주님의 빛으로 물들이시어, 언니가 자신을 귀히 여기며 주께 깊이 사랑받는 존재임을 날마다 느끼게 하옵소서.
주님! 언니의 몸과 마음에 새 힘을 더하시고, 오늘보다 내일이 더 따뜻한 햇살이 되게 하옵소서. 언니의 삶이 주님의 손길 아래 조용히 꽃피어, 잔잔한 기쁨으로 자라나게 인도해 주옵소서. 이 모든 기도, 우리의 위로자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 나의 언니 '김영진 (young jin - Falke)'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당신의 삶과 마음에 존경을 담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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