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망과 바람돌이

명리학+현대심리학 =심리컨설팅/ ADHD/ 창의력/양가적 감정 / 예술

by 김숙진


< 마 망 > 루이즈 브르주아

조각가이자 설치미술가인 '루이즈 부르주아'의 작품에서는 단순한 조형 감각을 넘어, 어린 시절의 경험과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 깊은 내면 탐구가 드러난다.

프랑스어로 ‘엄마’를 뜻하는 대표작 <마망>은 보호와 억압, 따뜻함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모성의 감정을 거대한 거미의 형상으로 구현한다. 이 거대한 조형물은 '루이즈 부르주아' 예술 세계의 핵심을 응축해 보여준다.

이 작품은 개인의 기억과 감정이 어떻게 조형 언어로 전환되는지, 그리고 한 인간의 내적 경험이 얼마나 강력한 창작의 원천이 될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제시한다.

이러한 해석은 작가를 특정한 성향이나 개인적 경험으로 단정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부모와 자식의 관계 속에서 축적된 감정의 결들이 어떻게 창의성으로 발현되는지를 가늠해 보려는 관점이다.


매일 다양한 성향의 아이들을 만나는 교육 현장에서 나는 보편화된 교육 방식과 부모의 획일적인 보육 태도를 마주한다. 그것이 아이 안에 이미 존재하는 고유한 감각과 잠재적 창의성을 오히려 억누르고 있지는 않은지 되묻게 된다. 만약 '루이즈 부르주아'가 자신의 감정과 성향을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환경을 만나지 못했다면, 우리는 과연 <마망>이라는 거대한 예술적 언어를 마주할 수 있었을까...,


내년에 중학교 2학년이 되는 ‘바람돌이’는 어릴 때부터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 오고 있다. 기획, 구성, 출연, 편집, 자막·제목 작성까지 전 과정을 혼자 한다. 한국사를 특히 좋아해 '한국사능력검정시험 2급'을 취득했으며, 상상과 이미지 사고를 글로 풀어내는 데 강점이 있다. 스스로를 ‘관종’이라 표현할 만큼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며, 이 성향은 관심 추구가 아니라 기획과 표현으로 이어진다. 전반적으로 '바람돌이는' 자신의 생각을 구조화해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지적 역량이 두드러진 학생이다.


한편 ‘바람돌이’의 엄마는 오랫동안 두 가지 마음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 수면에 어려움을 겪는 아들이 ADHD라는 전문가의 진단을 받았지만, 일상에서 마주하는 모습 앞에서는 ‘정말 그런가’라는 의문을 쉽게 지우지 못한다. 동시에 아이가 머리가 좋다는 느낌 역시 분명해, 특목고 진학에 대한 기대를 선뜻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엄마는 아들을 '계속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아이'로 보아야 할지, 아니면 '조금만 더 믿고 밀어주면 크게 성장할 아이'로 바라보아야 할지 사이에서 늘 갈팡질팡하고 있다.


나는 교육과 현대심리검사와 상담을 병행하며 아이를 살펴본 결과, ‘바람돌이’는 단정적인 진단보다는 학습 과정과 일상에서의 반응을 중심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이미 여러 차례 심리검사를 거친 아이였기에, 추가적인 검사로 다시 규정하기보다는 다른 관점에서 기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문제 여부’를 가르는 접근 대신, 이 아이가 지닌 인식 구조와 기질을 이해하기 위해 명리학의 관점에서 분석해 보았다.

‘바람돌이’는 申월에 甲寅 일주를 지닌 편인( 편인: 직관과 상상력이 강하고 인식 속도가 빠른 기질을 가리키는 명리 용어) 격 사주로, 이는 ADHD라기보다는 인식 속도와 감각 수용력이 빠른 기질에 가깝다. 다시 말해, 주의력 결핍이나 충동 조절의 문제라기보다 사고와 이미지가 앞서가는 인지 구조를 지닌 경우다. 환경에 따라 산만함으로도, 창의성과 몰입력으로도 드러날 수 있는 경계선에 위치한 아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편인형, 이른바 ‘바람돌이’와 같은 아이들의 양육과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멈추게 하거나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흐를 수 있는 통로를 설계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일부 예술가와 창작자들은 이러한 편인적 인식 구조를 바탕으로 감정과 이미지를 작품으로 풀어내 왔다. '루이즈 부르주아'의 작업 역시 이러한 인식 방식과 맞닿아 있다. 나는 이 시점에서 '루이즈 부르주아'의 마망(엄마)을 떠올렸다. '부르주아'에게 거미는 무섭지만 보호하고, 인내하며, 끊임없이 실을 잇는 존재로서, 바로 마망을 형상화한 은유였다. 마망은 딸을 예술가로 만들려 하지 않았고, 방향을 정해 밀어붙이지도 않았다. 다만 아이가 혼자 머무르며 관찰하고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했고, 찢어진 것을 다시 엮는 일의 가치를 삶으로 보여주었다. 그 조용한 허락 속에서 '부르주아'는 자기만의 세계를 축적해 나갔다.


'바람돌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접근은 환경과 습관의 조정이다. 기상부터 취침까지 하루의 흐름을 단순하고 반복 가능한 루틴으로 고정시키면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고, 불안과 충동은 자연스럽게 완화된다. 목표와 과제는 눈에 보이도록 제시하고, 완료 과정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면 안정감과 자기 조절력이 함께 향상된다. 과제는 큰 단위보다 작고 명확한 단계로 나누어 제시하는 것이 집중 유지에 유리하다.

학습은 장시간 지속하기보다 30분 집중 후 짧은 신체 활동을 포함한 휴식을 반복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암기나 이해가 필요한 내용은 걷기, 말로 설명하기, 손으로 써보기 등 몸을 활용한 학습 방식이 집중과 기억에 도움이 된다.

감정과 충동 조절에서는 행동을 지적하기보다 즉시 실행 가능한 구체적 지시가 효과적이며, 긴장이 높아질 경우 잠시 자리를 벗어나 감정을 가라앉힐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제한된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면 통제에 대한 반발을 줄일 수 있다.


나는 ‘바람돌이’의 엄마(마망)에게, 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더 빠른 경쟁이나 성취의 증명이 아니라 자신의 속도로 세계를 엮어 갈 수 있는 교육 환경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렸다. 이에 따라 고등학교 진학 역시 특목고보다는, 자율성과 탐색의 시간이 보장되는 '대안학교'를 염두에 두고 차분히 준비해 볼 것을 제안했다.


“마망,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빠져 있는 시간들 속에서도 나는 나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 시간들이 모여 결국 내가 누구인지 말해 줄 거예요. 느려도 괜찮아요. 나는 나로 끝까지 가고 싶어요. 그러니 나를 바꾸려 하지 말고, 나로 자랄 수 있는 길만 만들어 주세요. 나는 정해진 답을 따라가는 사람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대신 내 안에 쌓인 감정과 생각, 이미지들을 하나씩 세워 가며 나만의 세계를 만들 것입니다. 그것이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그곳에서 나는 충분히 단단해질 테니, 마망 나를 믿어 주세요.”

카카오톡ID : for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