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끼리

수필- 영화 언터처블:1%의 우정/죽마고우/참된 우정/21c 가상의우정

by 김숙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언터처블:1%의 우정> 은 프랑스 귀족 사회의 최상류 층이자 정계에도 영향력이 컸던 샴페인 회사 사장 ‘필립 포조 디 보르고’와 빈민가 출신 청년 ‘에브델’의 이야기를 모델로 한다. 이 극적인 우정은 계층과 환경의 차이를 뛰어넘는 인간적 연대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큰 흥행을 거두었다.


하루 24시간 내내 누군가의 손길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전신마비의 상위 1% 백만장자 ‘필립’과, 가진 것이라고는 건강한 신체 하나뿐인 하위 1% 백수 ‘드리스’가 만났다. 서로의 삶은 극단적으로 달랐고, 처음 만남은 어색함과 충돌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티격태격 좌충우돌하는 동안에도 '필립'은 자신을 장애인으로 대하지 않는 '드리스'에게 마음을 열었고, '드리스' 역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존중해 주는 '필립'에게 진심을 느끼고 다가선다.

시간이 흐르며 '드리스'는 자신의 어머니와 동생들을 부양해야 한다는 현실 앞에서 고민에 빠진다.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필립'은, 자신의 곁에 머무르기보다 가족 곁으로 돌아가라며 '드리스를 떠나보낸다. 그러나 서로의 빈자리는 쉽게 메워지지 않았다. '필립'의 건강은 급격히 악화되고, '드리스' 역시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한다. 그러던 중 '필립'의 안 좋은 상황을 알게 된 '드리스'는 다시 그의 곁으로 돌아가 삶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필립' 또한 '드리스'의 가족을 살피며 두 사람은 이전보다 더 단단한 우정을 쌓아간다.


불교 경전『육방예경(六方禮敬)』에서는 참된 우정에 대해, 어려울 때 큰 도움을 주고, 기쁠 때나 괴로울 때나 한결같으며, 이로운 말을 건네고 자비심을 지닌 친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필립’과 ‘드리스’는 이러한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며, 진정한 우정이 우리 삶 속에 실제로 존재함을 보여 주었다. 존재 자체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그들의 우정은, 충분히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나에게는 여섯 살 때부터 지금까지 시간을 함께 건너온 친구가 둘 있다. 친구들의 이름만 불러도 흙먼지 날리던 골목과 웃음소리가 한꺼번에 떠오른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 2학기때 전학을 하는 바람에 우리는 더 이상 눈만 뜨면 만나던 사이가 아니게 되었다. 그 대신 편지와 전화로 마음을 주고받으며,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꼭 만나온 사이로 오십여 년을 간직해 왔다. 가끔은 오래 말이 없던 시절도 있었지만, 막상 얼굴을 마주하면 모든 게 괜찮아지고 좋아진다. 설명 없이도 통하는 죽마고우를 넘어 가족 같은 우정이다. 이제야 알겠다. 이 오래된 우정들과, 서로 다른 시절에 만난 우정들이 아무 말 없이 내 삶의 폭을 넓혀 주며 나를 여기까지 데려다주었다는 것을.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우정을 세 가지로 나누었다. 첫째는 쾌락의 우정이다. 함께 있을 때 즐겁고 기분 전환이 되며 재미를 공유하는 관계다. 둘째는 이익의 우정으로, 서로에게 돌아오는 이득이 있을 때 유지되는 관계를 말한다. 목적이 사라지면 관계도 자연스레 끝난다. 그리고 셋째가 그가 가장 이상적이라 여긴 '참된 우정'이다. 이 우정에는 계산이 없다. 무엇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함께한다. 관계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우정이다.

그런데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앞에 그가 살던 시대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우정이 더해졌다. 바로 ‘가상의 우정’이다. 가상공간은 떨어진 삶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고, 정보와 감정을 나누는 플랫폼이 되며, 게임과 일상을 함께하는 또 하나의 만남의 장이 된다. 공간의 제약은 사라지고, 번거로운 약속 없이도 관계는 이어진다.

이렇게 우정의 방식이 끝없이 확장된 시대를 살며, 나는 문득 묻게 된다. 우리는 너무 쉽게 연결되고, 너무 쉽게 외로워지는 것은 아닐까? 누군가의 삶에 조건 없이 머무를 줄도 모르면서, 그저 바라기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참된 우정'은 이 빠른 시대 속에서 더 멀리 있는 이상으로만 남겨야 할 것인까? 과연 '나는, 우리는 어떤 우정을 찾고, 어떤 우정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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