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을사년을 보내고 병오년을 맞이하며 우리 모두에게 올리는 감사
저는 몇 해 전에 학생들로부터 ‘참 좋은 분’이라는 이름의 <상장>을 하나 받았습니다!
위 사람은 부모도 포기한 학생들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고,
‘뭐가 되어도 되겠지’라는 믿음을 가지시고,
진심으로 학생들을 대하셨기에 위 상장을 수여함.
– 참 좋은 분 김숙진 선생님께
제자(준재, 성표, 지원, 유진, 승미, 기범) 일동 –
이 상장은 지금도 제 책상 옆 벽면에 떡하니 붙어 있습니다. 아마 제 삶이 끝날 때까지, 제 곁에서 함께 숨 쉬며 살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이 상장은 제가 힘들고 지칠 때마다 제 마음의 萬病通治약이 되어 주었고, 아직까지도 이보다 더 좋은 약은 없다는 생각입니다.
‘고작 상장 하나 가지고 요란을 떤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제 서랍 속에는 거의 백여 통이 넘는 편지와 카드들이 도란도란, 싱글벙글, 잠도 자지 않고 속삭이고 있습니다. 올해도 스승의 날을 맞아 아이들이 건네준 마음의 선물들이 제 보물 상자에 새로운 가족으로 자리했고, 해마다 받는 크리스마스 카드들은 제 겨울을 밝혀 주는 따뜻한 활력소가 되어 주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꺼내 읽다 보면, 제가 누군가의 인생에 잠시라도 따뜻한 자국으로 남아 있었다는 사실이 고맙고도 벅차서 마음이 오래 따뜻해집니다.
한국 사회에서 사교육은 종종 가정경제를 힘들게 하는 원인으로 손가락질을 받기도 합니다. 그 안에서 선생으로 살아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지금까지 이렇게 건실하게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은 저를 따라주고 지켜봐 준 우리 아이들 덕분입니다.
아이들이 저를 ‘선인장’, ‘아따맘마’, ‘숙자루’, ‘나문희’ '윤미래' ;양희경' 이라 부르며 키득키득 웃고 다닌다는 것도 다 알고 있습니다. 가끔 귀에 들리면 괜히 팔짝팔짝 뛰어보지만, 속으로는 ‘참 기똥차게 별명도 잘 만드는 내 새끼들이구나’ 하고 웃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길거리에서 우리 아이들 두 명과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어찌나 반가워하던지, 저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우리는 어제 본 것도, 내일 또 만날 것도 모두 잊은 채 오래 못 본 사람들처럼, 다시는 못 볼 사람들처럼 요란하게 인사하고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저만치 가던 아이들이 뒤돌아서 저를 부르더니 소리치더군요.
“ 선생님, 멋있어요! 짱이에요! '고급스러운 저승사자' 같아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쳐다보는 것 같아 웃음을 참으며 저는 그저 손만 흔들어 주었습니다. ‘저승사자가 고급스러워 봤자지’ 하며 혼자 실실 웃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이 순간이 좋은 이유는 우리 아이들 덕분에 제 인생의 한 시절을 참 젊고 따뜻하게 살고 있다는 안도감과 감사함 때문이라는 것을요. 누가 저에게 상장을 주고, 편지를 써 주고, 카드를 건네고, 별명을 지어주겠습니까...,
이제 한 해의 끝자락에서, 우리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각자의 빛깔로 이 세상을 밝혀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도합니다. 그리고 제가 아이들이 준 보물들을 꺼내 보며 힘을 얻듯, 우리 아이들의 보물 상자 안에도 제가 살포시 들어가 있기를 욕심이겠지만 소망해 봅니다.
"소중한 우리 아이들, 올 한 해도 정말 고생 많았어요. 마음이 가벼운 날도 있었고, 무거운 날도 있었겠지만 그 모든 시간이 여러분을 조금 더 단단하고, 속 깊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을 거라 믿어요. 다가오는 새해에는 조금 더 웃고, 조금 덜 아파하고, 조금 더 자신을 아끼며 살아가길 바랍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여러분의 편이 되어 주는 어른들이 이 세상 어딘가에 꼭 있다는 것, 잊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도 마음을 담아 새해 인사드립니다.
"우리 모두의 하루하루에 작은 안도와 작은 웃음이 자주 머무는 그런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새해에는 서로를 조금 더 많이 응원하며, 조금 더 많이 웃고, 조금 더 많이 행복해지자고요. 오늘보다 내일이, 내일보다 모레가 조금 더 따뜻해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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