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

서평:온벼리 작가/다정함이 건네는 위로/겨울지나 다가온 봄의 기운

by 김숙진

책장을 넘기다 마주한 145쪽, ‘그날 식탁 아래 숨겨진 남자의 손을 오래 기억했고, 부부 사기단이 된 것 같은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는 문장에서 나는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찰나의 침묵 뒤 터져 나온 웃음은 이내 멈출 줄 모르는 눈물이 되어 쏟아졌다. 마음 깊은 곳에 억눌려 있던 감정의 응어리가 작가의 정직한 문장과 충돌하며 비로소 터져 나오는 '정화(Catharsis)'의 순간이었다. 나는 온벼리 작가가 정성껏 깔아놓은 공감의 그물에 기꺼이 걸려들었다.


'인간'은 본래 타고난 기운의 편중을 타인과의 관계와 환경을 통해 조율하며 살아가는 존재다. 하지만 각박한 현대 사회는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상생(相生)보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강요한다. 원치 않은 세상에 태어나 힘겨운 삶을 견뎌야 하는 아이들과, 자신의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서툰 부모들이 늘어가는 것은 어쩌면 우리 안의 '다정함'이라는 생명력이 고갈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작가는 그들을 비판하는 대신 특유의 덤덤한 문체로 그 모든 서툶을 어루만진다. 때로는 아픈 현실을 직시하게 하며 병을 주다가도, 이내 다정한 위로의 약을 건네는 이 책의 힘은 분명하다. 특히 146쪽부터 결말을 향해 겹겹이 쌓아 올린 주옥같은 글귀들과, 마지막 책장을 장식한 새봄이 와 가족들의 사진을 마주하는 순간 얼어붙었던 마음에 따뜻한 봄의 기운이 성큼 찾아온다. 삶은 다시 계절을 돌아 시린 겨울을 맞이하겠지만, “네가 있었기에 내가 있었다”는 고백을 품은 이상 이제는 어떤 계절도 두렵지 않다.


간질간질한 설렘과 먹먹한 슬픔 사이에서 방황하던 감정들을 이토록 단아한 언어로 승화시킨 온벼리 작가의 필력은, 그 자체로 그가 이미 '다정한 어른'의 격(格)을 갖추었음을 증명한다. 이 책은 다정해지고 싶지만 길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가장 온건하고도 강력한 처방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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