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서점이 내 인생을 바꿨다

첫 방문

by 김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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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나는 경로는 다양하다.

마스다 미리가 좋아서 인터뷰가 실린 과월호 잡지를 샀다. 잡지를 넘기다 좋은 문구를 읽었다. 그래서 만나게 된 책이 야마시타 겐지의 <서점의 일생>이다. 이 책을 읽은 후 딱하나 남은 것이 있다면 바로 ‘발견 구매’라는 도서 구매 방식이다. 지금까지 나는 어디서든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하면 도서관에서 그 책을 빌려 보거나 소장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면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하곤 했다. 가끔 도서관이나 대형 서점에서 서가를 둘러보다 책을 집어든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더욱이 ‘동네 서점’은 대형 서점이나 도서관과는 서가를 구성하는 방식이 다르다. 서점 주인의 개인 취향과 정체성을 품고 있는 서가를 둘러보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책을 발견하는 기쁨이란 어떤 것일까 궁금해졌다.

궁금증을 푸는 건 어렵지 않았다. 주변의 ‘동네 서점’을 찾아 가보면 되니 말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내가 사는 도시 이름에 ‘동네 서점’을 덧붙여 입력해보았다. 페이지를 넘겨보니 가볼만한 곳이 두 곳으로 추려졌다(내가 사는 곳은 동네 서점의 수 자체가 적다). 블로그의 방문 글 중 ‘아이 책’ 이 있다는 말에 두 곳 중 한 곳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돌아오는 주말 가족과 함께 동네 서점 나들이를 갔다. ‘주말 서점 방문’ 일정에 들뜬 건 우리 가족 중 나 홀로였다. 남편은 언제나 그렇듯 무반응, 아이는 대놓고 가기 싫다고 부루퉁했다. 당연하다. 그들은 <서점의 일생>을 읽지 않았으니.

아쉬운 소리에 눈물까지 보이며 겨우 아이를 달래 서점에 갔다. 막상 서점에 도착하니 아이는 기분이 나아졌지만 그렇다고 서점 나들이를 즐기는 건 아니다. 책을 골라보라는 말에 영혼 없이 손에 가는 데로 몇 권 골라왔다. 아이의 책 고르는 태도란, 비유하자면 남편의 권유에 캠핑 용품을 고르는 내 모습 같다고나 할까. 그냥 아무거나 빨리 고르고 그 곳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 드는.

서점 주인은 어떤 사람일까? 실제로 처음 본 동네 서점 주인과 제대로 말 한마디 못 나누고 다급히 서점을 나서야했다. 아이가 판매중인 액세서리 반지를 껴보곤 손가락에서 반지가 빠지지 않는다고 나를 찾고, 나는 남편을 찾고 난리를 치렀다. 창피해서 대화고 뭐고 나눌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책 몇 권을 골라 서둘러 가게를 나서야했다. 아쉬움에 아이와 함께 서점 입구에서 사진을 찍었다.

‘다시 이곳을 찾고 싶다’라는 생각 한편 ‘과연 이곳에 다시 방문하게 될까’하는 의문도 들었다. 방금 산 책 네 권이 담긴 봉투를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사면 정가의 10%가 할인 된 가격에, 나중에 책 한권은 너끈히 살 수 있는 포인트가 쌓이고, 주말이라 할인권도 줄 텐데. 하는 생각. 그렇게 서점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나는 책을 무릎위에 둔 채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돌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