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에라도 유명해지고 싶다

by 김모씨

오늘도 평화로운 나의 일상. 변화가 없어도 너무 없다. 살아 있는 증거라도 남기듯 글을 쓴다. 며칠 전 책 읽다가 알았다. 나도 ‘유명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그것을 명예욕이라고 불러야하나.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싶은 욕구가 있음을 이제야 알아차렸다. 살아서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없다면 사후에라도 유명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으로?


아무리 궁리해도 유명해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생각나는 거라곤 아이를 잘 키워서 사교육 없이 명문대에 보내거나 몸짱 아줌마로 거듭나는 일 정도이다. 세상에 명문대 재학 중인 자녀를 둔 학부모와 몸짱 아줌마들은 이미 차고 넘친다. 산골에서 자급자족하며 자녀를 아이비리그 대학 3군데에 합격시키는 정도가 아니면 주목받기 힘들 것 같다. 역시 유명해지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육아서를 천 권 이상 읽거나 뒤늦게 미라클 모닝에 합류하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떠오르는 것들은 이미 레드오션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나는 유명한 사람들을 그저 억세게 운 좋은 사람들의 요행정도로만 여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말이다. 한 분야의 책을 천 권 읽을 정도로 어딘가에 흠뻑 빠져본 적 없다. 새벽 네 시에 몸을 일으켜 삶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그저 시류에 편승하는 현상으로 쉽게 치부해버렸다.


그렇게 오늘도 가장 쉽고 안전한 선택을 하며 어제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낸다. 그런 삶에 기적처럼 변화가 찾아와 하루아침에 유명한 사람이 될 리가 없다. 삶의 지향점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마냥 쉽지만은 않은 선택을 하고 싶다.


유명한 걸로 유명한, 움직임이 곧 자본과 닿아있는 삶도 부러운 구석이 있지만 내가 바라는 영향력의 범위는 그리 크지 않다. 이를테면 ‘동네에서 유명한 정도’가 적당하다.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가족을 제외한 일련의 무리를 거느리고(?) 오랜 시간 자기 길을 걷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살아 온 세월만큼 쌓이는 무언가를 갖고 싶다. 내가 바라는 유명함 뒤에는 꾸준함과 절대적 시간이라는 가치가 숨어있었다.


유명해질 다른 방법을 강구해보기로 한다. 몇 십년간 글을 써온 할머니라든가 읽은 책에 특별한 의미와 표식을 남긴 고인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자녀가 읽은 책을 평생 함께 읽은 엄마, 유년시절의 행복했던 기억만을 모아 책으로 엮어 부모에게 선물한 중년의 딸이 되어보기로 한다.

지금부터라도 생각으로만 그치지 말고 무언가 시작해야겠다. 유명해지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