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응모

주5일 글쓰기

by 김모씨


방구석 글쓰기 2년 차, 얼마 전부터 소설(나부랭이)을 쓰기 시작했다. 완성 후 폴더 안에만 잘 모셔두고 있던 차에 지역 기반의 문학상 공모전 소식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마감 기한은 8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홈페이지를 방문해 문학상의 기존 수상작과 심사위원 평을 하나하나 읽어 보았다. 문학상의 성격과 내 글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누군가가 내 글을 읽게 된다니, 그것도 평가의 목적으로.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울렁거렸다. 첫 페이지만 읽고 원고 전체가 폐지 상자로 직행하는 건 아닌지 두려워졌다.


한 편으로 내가 쓴 글이 당당하게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상금을 받으면 어떻게 쓸까. 고마운 사람들에게 크게 대접 한 번 하고 나머지는 조금씩 아껴서 글 쓰는 생활에 보태서 써야지. 피부과도 좀 가고 시상식에 입고 갈 정장 한 벌 사야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혼자 피식피식 웃다가 현실로 돌아왔다. 아무렴 그럴 리가 없다. 행여나. 그래도 만에 하나. 아니야. 겨우 처음 써 본 소설로 수상을 꿈꾸다니 미친 게 틀림없구나.

퇴고를 거듭하고 엉성한 구조를 보완하는데 쓸 시간을 이렇게 황당무계한 꿈을 꾸며 보냈다.


그래도 행복했다. 일단 써놓은 게 있으니 어디든 응모는 해볼 수 있겠구나 싶어 지역 기반의 신문사를 포함한 신춘문예 공모 일정을 찾아보았다.

대부분의 언론사 공모전은 12월이 신청 기간이었다. 12월까지 뭐가 되었든 써 보리라 다짐했다. 시작만 하고 완성하지 못한 글이 많이 쌓여 있다. 의욕만 앞선 결과다.

완성된 글은 든든한 총알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공모전에 내든 출판사에 투고 기획서를 쓰든 일단 써놓은 글이 있어야 한다. 모두에게 거절을 당한 후라도 글만 있다면 자비 출판이라도 해볼 수 있다. 그러니까 글을 써야 한다. 계속. 성실하게. 써야만 하는 것이다.


글쓰기에 관한 책을 종종 읽는다. 어떤 이들은 글을 쓰는 일은 끝이 없는 거절을 당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방구석에서 주 5일 글을 쓰는 지난 시간 거절을 당한 적이 없다.

거절을 당하고 싶다. 되도록 많이. 공모전에서 낙방을 하고 출판사로부터 퇴짜를 맞고 싶다. 크고 작은 글쓰기 대회에 내 글을 출품해보고 싶다.

거절을 횟수만큼 시도해본 거니까. 바꿔말하자면 내가 쓴 글로 최대한 많은 시도를 해보고 싶다.


접수 마감일을 며칠 앞두고 오늘 오후, 드디어 우체국을 찾았다.

내가 쓴 첫 번째 소설의 원고를 조심스럽게 우편 봉투에 넣었다. 주소를 적고 빠른 등기로 접수를 마쳤다.

월요일에 목적지에 도착할 나의 원고, 누군가 봉투를 열어 읽게 될 나의 첫 번째 소설은 이제 내 손을 떠났다. 접수 확인증을 접어 지갑 안쪽에 넣어두었다.


오늘은 이걸 써야지. 나의 첫 번째 응모에 관해서. 달뜬 마음으로 우체국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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