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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범한츈 Sep 29. 2017

디자이너에게 상처를 주는 말

무심코 던진 상처, 디자이너의 창의력을 꺾습니다.

 

일부 디자인에 대한 개념이 없는 일반인들은 디자이너의 일과 역할을 무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렇게 디자이너와 일반인을 구분하는 게 참 우습기는 하지만 일반인(비 디자이너)들은 디자인에 대해서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가끔은 디자이너이게 무례를 범하기도 하여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는 일이 많다. 내가 최근에 겪은 일들과 몇 가지 사례들을 살펴보자



" 디자인은 그냥 멋만 내는 것 아니야??" (디자인 뭐 별거 있어?)


디자인의 세계에 대해 무지한 일반인들이 흔히 하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겪어본 이들 중에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대부분 잘된 디자인을 통해서 감동을 받아보지 못했거나, 좋은 디자인을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주로 이런 말을 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도 막상 좋은 디자인을 보여주고, 그 결과물을 통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을 경험했다면 다음부터는 이러한 막말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디자인의 힘?)



이거 '그냥' 좀 해줘

어떤 노동이든 노동후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응당 당연한 일인데, 유독 디자인은 그렇지 않다. 창작자가 손이 빨라서 빠르게 나온 창작물일지라도, 그 창작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시간, 고뇌, 생각, 스트레스 등 다양한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일반인들은 이런 창작자의 고통을 1도 생각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좀 해달라는 이야기를 참 쉽게 그리고 많이 한다.  뭐라도  맡겨놓은 사람처럼 맥락 없이 "그냥" 해줄 수 있냐는 부탁은 나는 거의 들어주지 않는 편이다. 그냥 해달라고 하는 사람은 아웃풋이 잘 나와도 그만, 잘 못 나와도 그만이다. 디자인에 대한 판단의 능력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디자인의 대해 위대함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절대로 '그냥' 해달라고 하지 않으며, 꼭 큰돈이 아니더라도 그것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려고 한다.  



포토샵 이걸로 하면 금방 하지 않아?

국내에 '포토샵'('뽀샵'이라고 부름)이라는 용어와 프로그램은 너무 보편화되어 있다. 마치 워드 프로그램처럼 단순한 작업을 만드는 그런 툴로 알고 있는 일반인들이 많고 그렇다 보니 그 툴을 다루는 디자이너도 하찮게 보는 경우도 많다. 본인의 머릿속에 있는걸 세상 밖으로 위대하게 탄생시키는 디자이너들의 숭고한 마음은 전혀 생각지 않고, 자신은 포토샵의 어떤 기능 하나를 모르기 때문에 구현해내지 못하며, 이렇게 '내' 머릿속에서 밖으로 끄집어내는 일은 디자이너인 '네'가 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그 일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 일인지 판단하지 못한다.  며칠 전 회사 일 때문에 너무 바빠서 회사일 외로 부탁받은 일을 못해주는 일이 생겨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길 권했는데, 디자이너도 아닌 그 사람이 끝내 하는 말은 "포토샵 설치 파일 좀 보내줄래?" 포토샵만 있으면 본인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림 못 그리는 사람에게 아무리 좋은 장비를 쥐어줘 봐라 좋은 그림이 나오는지..



이거랑 똑같이 해줘


어디서 좋은 건 또 보고 와서, 이것저것 래퍼런스들을 집어던지면서 이렇게 똑같이 해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비슷하게 해달라고 하는 사람들은 양반에 속한다)  그림도 베끼는 건 쉬울 거라고 생각하며  이대로 그냥 똑같이 베끼면 편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 디자이너와 같은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들어낸 아이디어의 산물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느낀다. 그런 디자이너에게 격 떨어지게 똑같이 베껴달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



디자인,  이거 해서 밥빌어 먹고살아?


회사 소장님께서 대략 30년 전 시각디자인학과를 진학한다고 선언하셨을 때, 주변에서는 '거기 나와서 뭐하게?, 영화간판 그림쟁이밖에 더 되겠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세상이 살기 좋아지면서, 디자인이 필요한 곳들이 하나둘 보이고, 그 성과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디자인하면 단순한 그림쟁이로 생각하는 멍청한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은 디자인은 보이는 외관뿐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인은 외관뿐 아니라, 내면적인 것도 모두 컨트롤할 수 있으며, 디자인이 들어간 것과 들어가지 않은 것에 대한 결과물은 천지차다. 사용자의 행동까지 변화시키는 디자인의 놀라운 힘은 내가 지금도 디자인을 하는 이유고 이것에 대한 굉장한 자부심이 있다.  이렇게 위대한 디자인의 힘은 곳곳에서 발휘되고 있고, 여러 가지 수치, 디자인 이론, 철학들로 그 위대함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니 그런 무식한 소리는 제발 하지 말자. 그래, 나 디자인해서 밥 빌어 먹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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