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범한츈 Jan 08. 2017

도전 5번 만에 합격한 도로주행 시험후기

도전 5번 만에 합격한 서울 양재 자동차 학원 도로주행 합격 후기

올해로 서른셋, 이제야 겨우 자동차 면허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운전면허증에 대한 나의 고군분투는 지금으로부터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여자친구(지금은 와이프)와 함께 데이트하는 마음으로 수강하여 아무 생각 없이 필기, 기능 시험을 합격하였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도로주행이 내 발목을 잡을지 몰랐다. 당시 2번의 도로주행을 쳤는데, 첫 번째는 70점으로 간신히 들어왔다가 후방 주차가 실패하며 문턱에서 실패하였고, (현재는 기능 시험으로 옮겨졌더라) 두 번째는 완주도 못하고 신호를 제대로 못 봐서 실격했다. 나는 그 후 멘붕에 빠졌고, 이런저런 핑계로 시험을 계속 미루었고, 1년 기간 만료가 되면서 자격이 소멸되었다. 그 후 2016년 뉴스에서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자동차 시험이 12월부터 어려워진다는 소식을 들었고 이렇게 하다간 평생 못 딸 거 같아서 추석 전날 종일 반차를 내고 다시 강남에서 신체검사, 필기, 기능 시험을 하루 만에 패스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게 되었다. 가본 사람들을 알겠지만 양재 자동차 학원의 운전 코스는 진짜 복잡하다. 그래서 중간에 다른 학원으로 옮겨볼까 했지만, 여기서도 운전을 못한다면 어디 가서 운전하겠냐는 생각을 가지고 다시 도전해보기로 하였다.  매우 돈이 아까웠지만 다시 도로주행 6시간 (30만 원 정도 했던 거 같다)을 신청하고 3일에 거쳐 연수를 받았다. 양재 자동차 학원에서 연수를 하고 무려 5번이나 시험을 치면서 느낀 점들을 필요한 분들이 있을 것 같아 내용을 함께 공유해보고자 한다.


두번은 가고싶지 않은 곳




처음 운전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중요하다.

그에게 배운 페달 발가락으로 컨트롤하기 신공


간소화 운전으로 기능 시험을 합격한 지라 (2016년 12월 전) 사실상 운전대를 잡고 도로에 나간다는 게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의구심은 잠시, 배정된 선생님께서 탑승하시고, 운전이 처음이냐며 (1년 전에 왔었지만 만료되었다고 말하기 좀 그래서 그냥 그렇다고 함) 물으시더니 하나하나 차근차근 알려주셨다. 그전에 선생님은 그냥 과묵했던 거 같은데 이번에 배정된 선생님은 매우 친절했다. 그의 말 중에 가장 와 닿았던 것은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 페달은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살짝살짝 눌러줘야 한다고 하시며, 그는 "발가락 누르기 기법"을 알려주었다. 이전에 연습하면서 페달을 어느 정도 밟아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던 적이 있었는데, 선생님이 일러주신 대로 페달에 발을 올리고 엄지발가락에 힘을 주고 까딱 까다 했더니 차가 아주 스무드하게 천천히 움직이고, 브레이크에서는 서서히 차가 정차했다. 매우 놀라운 발견이었다. 양재 자동차 학원은 1일 2시간 운전이지만 선생님들의 휴식시간이 시간당 20분 정도 주어져서, 사실상 하루 80분 운전연습을 할 수 있다. 위에 말한 것처럼 양재에는 차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오전 10시 30분대 시간을 추천한다.

우여곡절 끝에 잊힌 나의 기억을 살리면서, 3일간 6시간의 연수를 마치고, 다음날 1차 도로주행 시험을 응시하게 되었다.



실전은 연습과 달랐다.

감독관은 복불복, 칼 같은 채점


대부분 학원에서 연수까지 다하고 시험을 치면, 홈그라운드기 때문에 봐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그건 큰 오산이다. 일단 시험 검정에 관은 선생님들이 아니며, 검정 시험을 치는 태블릿과 자동차가 연결되어있어, 실시간으로 태블릿에 기록되고 블랙박스에 저장이 되기 때문에 절대 봐줄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서 친절한 감독관의 경우 옆에서 말로 주의해야 할 점이나, 특정지역에서 감점 사실을 미리 알려주고 다음에  조심할 수 있도록 하는 유형이 있는가 하면, 실수를 하였을 때 무안을 주어 더욱더 긴장하게 만들게 하거나, 화를 내는 감독관도 있다. 어차피 좋은 감독관이던 나쁜 감독관이든 봐주는 건 확실하게 없다. 좋은 감독관도 말만 좋게 하는 거지 응시생이 실수하면 실시간으로 태블릿으로 체크하여 감점시킨다



생각보다 합격생은 별로 없다.


위에 말할 것처럼 양재는 차가 너무 많아서 그런지 정말 합격자가 너무 없다. 5번을 치르는 동안 나와 차를 같이 탄 사람이 10명인데 그중에 합격한 사람은 단 한 명이었다. 나도 실격을 무려 3번이나 당했는데, 의외로 실격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도로주행 실격 유형


설마 내가 실격을 하겠냐?라고 장담하고 차에 올랐지만 실격으로 세 번 낙방했다. 여태까지 33년간 보행자로 살아왔는데, 운전자가 되니 참 헛갈리는 것들이 많았고, 모르면 용감하다고 아무 생각 없이 차에 오른 게 내 잘못이었다. 하나씩 알아갈수록 헛갈리는 것들이 더 생겼지만, 물로 보고 연습 + 공부를 안 하면 정말 합격하기가 힘들다. 내가 당하거나 본 황당 실격 유형들을 아래 정리해본다.

1.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누가 횡단보도에서 지나가냐 하겠지만 초보운전자는 시야가 좁아서 횡단보도가 잘 보이지 않는데, 거기다가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가 있다. (B, D 코스에서 서초구청 앞쪽) 연습할 때도 보행자가 없기 때문에 그냥 통과했을 텐데 한 번씩 사람이 지나가고 있을 때가 있다 이럴 때는 무조건 정지해야 한다. 황당 경우가 응시생이 사람이 있는 걸 보고 일시 정지한 것 까지는 좋았는데, 지나가는 보행자가 노란 차의 응시생이 안쓰러웠는지 먼저 지나가라고 손으로 표시했고, 응시생은 그걸 보고 지나갔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실격당했다!! (절대 사람부터 보내야 한다고 한다.)

2. 안전지대가 있다고 안심하지 마라.
이건 내 경우인데, 좌회전을 위해 좌측 포켓 차모로 붙어야 하는데, 안전지대가 표시되어있어 무조건 끝까지 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좌측 깜빡이만 넣고 사이드 거울로 뒤를 보지 않고 바로 차선 변경을 시도했다. 그 순간 뒤에서 차가 빵!!!! 하여 부딪칠뻔했는데, 알고 보니 그 차가 안전지대 위로 와서 내가 진입하려던 차로에 먼저 본인이 들어가려고 했던 것이다. 나는 사고가 날뻔했다는 이유로 그 자리에서 실격되었다. 포켓 차로도 안심할 곳이 아니며, 무조건 차선 변경 시 사이드 거울로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3. 아직도 익숙지 않은 주황색 불, 녹색 화살표 등
보행자로 살면 사실 주황색 불이랑 녹색 화살표 등은 아웃 오브 안중이다. 사실 삼십삼 년 만에 처음 관심 가져 본 신호인데, 처음에 이거 왜 이렇게 헛갈리는지 모르겠다. 왜 이렇게 헛갈리는지 연구(?)를 해보니, 붉은색 신호는 정지, 초록색은 출발! 만 외우고 있다가 갑자가 4색 신호등에서 여러 개의 컬러들과 도형(?)들이 나오니 헛갈렸던 것으로 파악했다. 신호위반은 바로 실격이기 때문에 헛갈리면 절대 안 된다.





좌회전 신호시에는 초록색 화살표가 불이 들어오면 가야 함 (초록색은 직진 차량 신호임, 가끔 동시신호 있음)
주황색 불일 때도 그냥 정지하는 게 마음 편함


4. 내리막길 속도위반
마지막 시험 내 바로 전에 치던 응시생이었는데, 출발 100m도 안되어 실격했다. 이유는 B, D 코스가 출발하는 지점이 약간 내리막으로 되어있는데 제한속도가 40km다, 그런데 50km로 주행하여 실격이 되었다.  이 경우 역시 블랙박스 및 자동채점이 되어 그냥 바로 실격이다. (어떤 차로 시험을 치는지도 중요해 보이는데, 양재 자동차 학원에는 새 차, 헌차가 있다. 새 차는 기어 및 페달이 비교적 뻑뻑하여 컨트롤하기 편한데, 헌차의 경우 페달이 매우 느슨하여 조금만 밟아도 차가 확 나간다. 그리고 기어에 조금만 힘을 많이 주면 D로 가지 않고 그 밑으로 이동해버린다.)  도로주행은 시간제한이 없으므로 그냥 천천히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다. 무조건 서행.




기타 점수를 깎아 먹는 행동들


새로운 운전면허는 점수 배점이 높아져서 웬만한 건 -7점이다. 70점 이상 합격이고, 감점 행위를 할 때마다 감점되기 때문에 점수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미리미리 알려주는 감독관도 있지만 어떤 감독관은 시험이 끝날 때까지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

1. 차선 변경 시 진로방해
사실 초보들은 차선 변경이 가장 어렵다. 그냥 감으로만 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게 하면 진짜 너무 운발이다. 이왕 연습하고 시험 친다고 생각하고 실제 상황을 생각하면서 마인드 컨트롤해야 한다. 나는 유튜브를 검색해서 좋은 자료들을 많이 찾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내가 터득한 팁은 차가 이동하려는 차선에서 완전히 다 보일 때, (50원짜리 동전 크기 정도) 이동하는 게 가장 좋다! 였는데, 이렇게 50원짜리만 보고 지나가면 큰일 난다. 왜냐면 너무 당황한 나머지 사이드미러에 보이지 않는 차, 즉 나와 비슷한 속도로 가고 있는 엽차를 못 보았기 때문이다. (차가 널찍한 도로라면, 50원짜리만 봐도 되겠지만..) 두 번 정도 머리를 도리도리 하면서 앞 상황도 체크하고 옆 차가 있을 경우 그 차를 먼저 보내주면서 그 차의 뒤 꽁무니를 따라 자연스럽게 진입하면 수월하다.

참고 유튜브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1&v=uMUhm4rPQdY

https://www.youtube.com/watch?v=gw_8DY3TAJo


2. 횡단보도에서 차선 변경 금지
도로주행 연수 받으면서 나에게 아무도 이 사실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는데, (당연한 상식이라 그랬겠는데 나는 몰랐다 ㅋㅋ) 횡단보도에서 차선을 변경하면 절대 안 된다. 차선 변경은 무조건 점선에서!!! (잘 보면 터널안은 실선으로만 되어 있다. 때문에 터널에서는 차선변경이 절대 안되는 것!!)


3. 중립 기어
차가 신호대기 중이거나 차량이 많아서 차가 5초 이상 정지하고 있을 때 반드시 기어를 중립으로 놓아야 한다. 이것도 자동으로 태블릿에 체크가 되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5초 이상 정지할 것이라면 중립에 기어를 놓아야 한다. 주행 시 두 손은 핸들, 신호에 걸리거나 차량이 밀려 서게 되었을 때는 왼손은 기어로 가져가서 대기 해놓고 있으면 편하다. 그리고 기어 중립 일 때 액셀을 밟아도 감점되더라. (차가 너무 밀려서 감독관이 차를 조금 앞으로 가자고 했는데, 내 머릿속에 있던 상황이 아니라 당황하다가 기어를 D로 바꾸지 않고 가다가 감점)




기타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


코스는 무조건 외우는 게 좋고 여의가 된다면 신호등의 위치를 잘 파악해 놓으면 좋다. 그래야 차선 변경을 어디서 해야 하는지도 감이 오고, 어느 곳에서 정지해야 하는지 잘 알 수 있다. 학원에서 제공하는 영상은 너무 무성의할 정도로 대충인데, 요즘 유튜브에 보니 어떤 외부강사가 노선을 제대로 설명해 놓은 게 있어 링크를 걸어놓는다. 나는 한 10번씩은 보고 외운 거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KJCsqswfFXc

https://www.youtube.com/watch?v=OLhWU1EH1J4&t=383s

https://www.youtube.com/watch?v=XbfndLi3SB4&t=17s

https://www.youtube.com/watch?v=XA6Wg5evTE0



도로주행은 시험 제한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서 행하는 게 좋고, 교통법규에 의거하여 채점되기 때문에 법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서행 운전을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년 동안 질질 끌었던 운전면허, 계속 도로주행에서 물먹을 때마다  상심이 컸다. 무엇보다도 도로주행 검정비가 너무 비싸서였는데, 양재 자동차 학원은 검정료가 4만 4천 원이며, 10일 단위로 보험료도 내야 하기 때문에 (거의 5만 원씩 나감) 심적 부담이 매우 컸다. 하지만 주변에서 응원도 많이 해주시고, 지금 따면 몇십 년을 쓸 수 있는 거니 너무 아까워하지 말고 힘내라고.. (아시는 분은 8번 만에 붙었다는 ㅋㅋ)

어렵게 따고 나니 운전을 바로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도 생기고, 참 공부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응시생 여러분 파이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