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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범한츈 Oct 16. 2019

완벽해 보였던 싸이월드의 추억

당대 최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초라한 몰락

전 세계에 소셜 네트워크 트렌드가 생기기도 전에, 이미 대한민국에서는 시대를 앞서간 서비스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1999년 세상에 나온 싸이월드.. 당시 똑딱이 카메라와 핸드폰(피쳐폰이라고 정확하게 쓰는 게 맞겠다)의 열풍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며, 싸이월드는 순식간에 대한민국을 잠식했다. 순식간에 가입자가 3500만 명을 돌파하였다. 미니홈피 프로필에 어떤 이야기를 쓰는지와  배경 음악으로 사용자의 기분을 파악하기도 하고, 미니룸이나 미니홈피를 꾸미기 위해 도토리를 사재기하는 사람도 많았다.  


싸이월드가 가장 잘 나가던 시절, 조승우의 싸이 광고도 있었다.배경음악을 나눠주던 기억도 난다.


이렇게 승승장구할 줄 알았던 싸이월드는 정말 순식간에 망해버렸다. 최근 싸이월드 웹, 모바일 접속이 되지 않고, 1년에 단돈 2만 원만 내면 연장할 수 있는 cyworld.com의 도메인 소유권도 연장되지 않자, 다시 한번 싸이월드가 수면에 올랐다. 현재 일부 복구되기는 했지만(서비스 종료는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밝힘), 여전히 요즘 제공되는 sns 서비스라고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서비스 상태가 매우 불안 정정한 상황이다.


완벽해 보였던 싸이월드는 영원할 줄 알았다.

내가 싸이월드를 가장 처음에 접한 것은 대학교 1학년 때(2004년)였는데, 특성상 사진을 무제한으로 아카이빙 할 수 있고, 내가 구입한 음악을 계속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는 이 서비스가 정말인지 영원할 줄 알았다.


합법적 음원 판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음원을 스트리밍으로 듣기보다는 소리바다를 이용한 불법 다운로드가 많았는데, 싸이월드는 도토리를 이용해서 BGM을 구입하게 하여, 법적인 절차를 모두 해결했을뿐더러, 무제한으로 스트리밍이 가능했다.


완벽한 도토리 수익구조

싸이월드 내에서 쓰는 가상화폐 개념의 도토리는 음원 구입뿐 아니라, 미니홈피를 꾸미기 위한 스킨, 미니룸 등의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다. 실제로 이 도토리로 싸이월드는 1일 매출 3억 원, 연 매출 1천억을 찍기도 했다. 도토리를 친구에게 선물해주는 기능도 있었는데, 이 기능을 이용해 도토리를 구걸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렇게 수익구조도 완벽해 보였다.


시대를 뛰어넘은 UX와 초창기 서비스들

싸이월드는 시대를 뛰어넘는 UX들이 존재했다. 일촌의 개념(일촌을 신청할 때 이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인맥에 대한 고민을 잠시 하게 만들었던), 일촌들의 미니홈피를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한 UI(일명 파도타기라고 부름) 미니홈피 내 프로필 사진 영역 하단에 자신의 기분을 표시할 수 있는 서비스도 있었고, 하단에는 일촌평들이 노출될 수 있도록 되어있으며, 일촌평은 업데이트가 되면, 이전 평은 사라지는 구조로 되어있었다.

메뉴도 다이어리, 사진첩, 게시판, 방명록으로 분리되어 세분화되어이 있었다.

미니홈피뿐만 아니라, 싸이월드는 '클럽'이라는 서비스도 있었다.

미니홈피가 개인의 공간이라면, 단체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을 모이게 만들어주는 서비스였다. 당시 다음 카페에서 시작된 커뮤니티 서비스는, 싸이월드에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자연스럽게 대규모로 싸이월드 클럽으로 모여들었다. 잘 생각해보면 이 서비스 구조는 훗날 만들어진 페이스북의 페이지와도 유사한 개념이다.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도 싸이월드를 참고했다고 전해진다)


그렇다면 이렇게 싸이월드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때는 잘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도 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이제는 이해가 가는 몇 가지가 있다.


꾸미기에 집중한 수익구조

싸이월드의 주 수익은 도토리였다. 도토리 1개에 100원이었고, 도토리를 충전해서 음원도 사고, 미니홈피를 꾸밀 수 있는 구조다. 당시 한국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아바타 열풍이 있었다.



당시 유행이었던 세이클럽에서도 아바타를 꾸미기 위해 같은 콘셉트를 도입하였다. 사람들이 더 멋지게 보이고 싶어서 더 좋은 아이템들을 구매할 것이라 예상했다. 실제로 초창기 사용자들은 더 화려하고 있어빌리티를 위해 도토리를 사다 날랐고, 싸이월드는 계속해서 이케아를 방문한 듯한 온갖 가구들과, 옷가지 아이템들을 판매했다. 유행에 치중한 이 아이템 전략은 얼마 가지 않아 시들해졌다. 똑딱이 디카와 휴대폰 사진의 화질이 점차 나아지면서  미니홈피처럼 좁은 화면이 아닌, 대화면 전체를 이용한 블로그 서비스가 더 인기를 엊기시작한 것이다. (싸이월드도 블로그 서비스 등 뒤늦게 서비스를 시작하긴 했었다) 결국 싸이월드에서 사용자가 이탈이 가속화되었고, 자연스럽게 싸이월드의 수익구조는 사라졌고, 싸이월드도 거으 사라지게 되었다.


한국에만 맞춤형 싸이월드

싸이월드는 토종 소셜 네트워크라고 말하는데, 이 토종이라는 것과 소셜 네트워크는 너무나 상충되는 단어다. 싸이월드는 너무나 한국 맞춤형이었다. 꾸미기에 집중한 미니홈피 제공이나, 다국어에 대한 배려도 전혀 없었으며, 국내 법으로 인해 외국인은 가입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소셜 네트워크의 가능성을 알아본 싸이월드가 선택한 방법은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어처구니가 없는데, 각 나라별로 서비스를 오픈하는 것이다.  싸이월드 대만, 미국, 중국 등에 자체적으로 서비스를 오픈하였고,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마인드인지 도토리 개념부터 꾸미기 전략까지 거의 동일하였다. 맞춘 것이라고는 아바타의 피부 컬러를 그 나라 상황에 맞도록 튜닝하는 정도였다.

소셜 네트워크의 기본은 커넥션인데, 나라가 달라서 이 커넥션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웃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도대체 이러한 결정은 누가 내린 것일까?


망조의 시작 대기업 합병

싸이월드는 사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서버 유지비용 탓에 2003년 SK커뮤니케이션즈에 매각된다. 싸이월드의 안정된 기본 서비스와 서버가 안정화되며 싸이월드는 2005-2006년 최대 전성기를 맞았다. 싸이월드가 SK컴즈에 인수되고 나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한 것이 딱 한 가지가 있다. 당시 네이트온 메신저가 매우 핫했는데 네이트온의 아이디 옆에 집 모양을 누르면 바로 싸이월드로 이동되는 서비스였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최대 전성기를 찍은 싸이월드는 대기업 특유의 꽉 막힌 의사 결정으로 인해 계속해서 고꾸라지기 시작한다. 올라가는 건 쉽지만 내려오는 건 정말 쉽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네이트와의 어처구니없는 통합

SK컴즈는 갑작 싸이월드와 네이트와의 통합을 선언했다. 근데 이 통합이 좀 이상했던 기억인데 싸이월드 아이디로 로그인도 할 수 있고, 네이트 아이디로도 로그인이 가능했었다. 그러다가 또 이메일로 로그인이 변경되면서 혼란스러웠던 기억이다. 그리고 싸이월드 닷컴으로 들어갔는데, 네이트 주소로 자동 변경이 되면서도 매우 혼란스러웠다. 몇몇 혼란을 느낀 사람들이 많았고, 이러한 맥락을 이해할 수 없는 통합정책으로 인해 많은 사용자들이 이탈하였다.


2010년 당시에 캡처해 둔 이미지들

서비스별로 디자인 룩이 다 다르다.



초기 모바일 대응의 실패

싸이월드는 모바일 대응이 매우 늦었다. 지금 다시 기억을 더듬어보니, 늦은 것 같진 않다. 생각해보니 피쳐폰 시절 통신사 요금 중에 '싸이월드 요금제'가 있었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으로 데이터를 마음대로 쓸 수 없던 시절, SK컴즈에서 내놓은 유료 서비스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히 무료로 뿌렸어도 부족할 서비스였는데, 이걸 유료로 제공했다.


이때 네이트온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3천 건 메시지 무료라니, 해도 너무한다.

문제는 이때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것이라던 스마트폰이 아이폰을 시작으로 2009년 전 세계를 강타할 즈음이었다. 애플리케이션으로 빨리 갈아타야 하는데, SK컴즈의 대응은 늦었다. 아마 SK Telecom과의 수익배분 문제에 있어서 의사결정이 매우 늦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여차저차 뒤늦게 싸이월드 애플리케이션이 나오긴 했고, 뒤이어 네이트온도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긴 했지만 이미 카카오톡 메신저가 출시되었고, 페이스북, 트위터가 안정적 궤도를 오른 뒤라 늦어도 너무도 늦었다.


2010년도에 직접 캡처한 싸이월드 애플리케이션


추억팔이만 하는 싸이월드

2003년 SK컴즈에 합병된 후 싸이월드는 최고점을 찍고, 하염없이 내리막길을 뛰어내려왔다. 이미 너덜너덜해질 데로 너덜너덜해진 싸이월드는 2013년 SK컴즈에서 다시 분사하여, 재기를 노렸다. 하지만 10년 동안 찢길 대로 찢기고, 사용자들은 페이스북 등으로 대거 이탈한 후였다.   당시에 나는 그래도 싸이월드에 대한 희망은 있었다. 나의 어린 시절(?)에 대한 사진과 기록이 남아있는 곳이며, 원한다면 다시 이용해볼 여지도 있었다. 하지만 분사한 지 5년이 지난 지금, 뚜렷한 성과가 없다.  


언제적 미니미 ㅜ


나는 그런 이유 중 하나는 과도한 추억팔이라고 생각된다. 과거는 과거대로 묻어두고,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해야 하는데, 과거의 아카이브를 다시 꺼내 보여주기 바쁜 형국이다. 향수를 팔아 과거의 사용자를 돌아오게 할 순 있지만, 새로운 사용자들을 맞이하기에는 이런 추억팔이가 득이 될 것 같진 않다.




세상에 없던, 세상을 뒤흔든 서비스가 국내에서 최초 론칭이 되었고, 가능성도 많았지만, 대기업의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인해 완전히 좌초시켜버린 싸이월드가 안타깝고,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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