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은 단순하게 꾸미는 작업이 아니다
흔히 프레젠테이션을 디자인한다고 하면, 사족이라고 생각한다. 즉, 프레젠테이션에서의 디자인은 쓸데없는 짓으로 치부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디자인' 분야에 대한 오해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 생각한다.
비 디자인 전공자들은 '디자인'이라는 것은 단순히 보기 좋게 예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시각적으로 정돈되어 보이게 만드는 효과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단순하게 디자인이라는 것은 예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흔히, 디자인에 관련된 속담으로 '보기 좋은 떡이 먹기 좋다'라는 속담이 비유되곤 하는데, 나는 이 속담의 비유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떡이 단순히 이쁘게 만드는 게 디자이너의 일이 아니라, 떡을 제대로 먹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내는 게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프레젠테이션을 디자인을 한다는 것은, 프레젠테이션 할 주제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드러내도록 만들도록 시각화시키는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프레젠테이션 디자인도 마찬가지로 단순히 꾸미는 작업이 아니다. 프레젠테이션을 디자인을 한다는 것은, 프레젠테이션 할 주제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드러내도록 만들도록 시각화시키는 것으로, 일종의 프레젠테이션의 완성을 위한 정리 작업으로 생각하는 게 좋다. 이런 맥락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사람이 디자인을 하는 게 가장 좋고,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프레젠테이션의 주제(꼭 반드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전달해야 하는 핵심 내용)에 대해서 명확히 이해하고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을 단순하게 꾸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디자인 템플릿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나도 종종 프레젠테이션 디자인 템플릿을 공유해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대답부터 말하면 나는 어떠한 디자인 템플릿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은 그 프레젠테이션 주제에 맞는 맞춤옷이다. 다른데 억지로 끼워 입힐 수 있지만, 그것도 어쩌다 맞아떨어졌을 때나 효과적으로 보이지, 아무 데나 끼워 입히면 그만큼 이상한 광경도 없다. 나는 매번 프레젠테이션 주제에 맞도록 새로운 옷을 만들기 때문에 미리 만들어놓은 디자인 템플릿이 존재하지 않는다.
디자인 템플릿 때문에 그 프레젠테이션이 잘 보일 수 있다면 나도 그 마법 같은 템플릿을 한번 가져보고 싶다. 하지만 이런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것도 디자인에 대한 오해인데, 디자인이라는 것은 전문가들만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내가 단연코 이야기하는데, 디자인이라는 것은 배워서 하는 게 아니다. 내가 이렇게 강력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나는 학부 때 디자인 전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현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한 지 올해로 9년 차이지만, 더욱더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디자인이라는 것은 규칙이다. 그 규칙만 알면, 누구나 쉽게 디자인에 대해 접근할 수 있다. 디자인을 요리에 비유해보자. 우리가 제일 처음 요리를 시작할 때 기본 재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설탕은'00' 소금은 '00' 00안에 들어갈 말을 모르는 사람이 있나?, 이렇게 요리에 필요한 기본 재료의 습성을 이해한 다음, 이런 응용이 들어간다.
- 내가 찌개를 끓였는데, 너무 짜다. 그렇다면 설탕을 좀 더 넣어볼 수 있겠다.
- 반대로 너무 달다, 그렇다면 소금을 좀 더 넣어 볼 수 있겠다.
디자인도 이런 것처럼 몇 가지 규칙이 존재한다. 그 규칙을 조금이라도 알고 싶은 호기심을 가진 자라면, 쉽게 이 규칙을 터득하고 실제 생활에 녹일 수 있다. 요리가 아무리 어려워도 우리 엄마도, 아빠도 다 하는 게 요리다.
디자인도 그렇다. 방법만 알면 다 할 수 있다.
나는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을 위한 기본 요소들을 프레젠테이션 디자인 머테리얼 스라고 이름을 붙였다.
요리를 위해 기본 조미료들이 있는 것처럼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에도 이런 것들이 존재한다.
이런 것들을 알고 디자인에 참고하는 것과, 모르고 디자인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아래 브런치 북을 통해서, (오래된 자료긴 하지만) 몇 가지 아이디어에 대해 정리해두었으니 참고하실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겠다. (내년 즈음 버전 2로 업데이트 예정)
https://brunch.co.kr/brunchbook/presentation
앞에 내용과 이어서,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은 큰 노하우를 요하지는 않는다.
충분한 자료들이 이미 준비되어있다면 슬라이드에 널브러져 있는 것부터 정리하자. 더 이상 늘어놓지 말자. 더 이상 자료를 찾지도 말고, 꾸미려고 하지 말자. 주말 내 늘어놓은 거실을 떠올려보자, 거실 정리를 위해 분리수거를 해서 갖다 버리는 게 맞지, 새로운 아이템들을 사서 거실에 다시 꺼내놓는 것은 정리가 아니다. 이미 늘어놓은 아이템들만으로도 충분히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이 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슬라이드 한 장에 텍스트만 남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전문적인 그래픽 디자이너가 아닌 이상 대부분은 텍스트 형태로 채워지게 된다.(그래서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약간의 이해만 있다면 더 나은 디자인이 가능하다)
이 정리의 기술은 매우 중요하다. 어쨌든 그 프레젠테이션을 듣는 여러분의 상사나, 청중들은 그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의 내용을 꼼꼼히 읽지 않는다. 사람이란 존재는 매우 이기적인 동물이라 내가 듣고 싶어 하는 것만 듣고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직장의 상사들이라면 더 그렇다. 그들은 그냥 읽지 않고 화면을 볼뿐이다. 읽는 것과 보는 것은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이 차이를 모르는 사람은, 청중들이 무조건 내가 알게 모르게 표기해놓은 장치들을 다 해석해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빽빽하게 글로만 들어차 있는 슬라이드 디자인은 외면받기 쉽다)
청중들이 슬라이드를 읽진 않고 보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최대한 눈을 편안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을 을 우선 가볍게 하고 연설자의 말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