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테슬라는 언제 오는 거니?
사실 나는 자동차를 좋아하지 않고, 운전하는 것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일주일에 1번 할까 말까 한다. (요즘은 3주에 할까 말까) 왠지 운전하면서 이것저것 신경 쓰는 것도 귀찮고, 남에게 피해 주고 사는 성격이 못돼서 주행이나 주차할 때 버벅거리서 다른 차들의 통행을 방해하는 미안함과 최책감으로 운전을 별로 하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내 첫 중고차(내연차)를 산지 올해로 벌써 4년 차이지만 내 뒷좌석엔 아직도 '초보운전'이 붙어있을 정도다. (2만 km 조금 넘게 탐)
차가 있지만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는 걸 좋아하고, 멀어도 지하철이나 대중교통을 우선 찾는 편이다. 그런 내가 전기 차인 테슬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던 작년 10월 중순 즈음, 아무 생각 없이 우리 부부는 하남 스타필드를 향했다. 3층을 지나다가 우연히 테슬라 매장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른 아침시간이라 대기줄이 없었고, 우리는 홀린 듯이 테슬라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가까이서 보니까 디자인이 참 예쁘다. 와이프와 먼발치에서 테슬라를 보며 "아~ 예쁘다 예쁘다"하고 있었는데 직원이 오더니 시승 권유를 하였고, 디자인에 혹해버린 우리는 당일 오후 2시 시승 예약이 되었다.
내 차 말고 남(?)의 차는 처음 운전해보고, 전기차 역시 처음 운전하는 것이라 무척이나 떨렸다. 옆에 어드바이저분이 같이 탑승해서 어렵지 않게 시승을 마칠 수 있었다.
시승이 끝나고, 우리 부부는 잠시 동안 서로를 쳐다보며 아무 말이 없었다. 이미 눈빛으로 '어멋 이건 사야 해'를 쏘는 것을 서로 직감했다. 우린 이런 건 아주 죽이 잘 맞는 편이라, 밑도 끝도 없이 바로 100만 원의 선수금을 걸고 예약을 마쳤다. 그것도 모델 Y 롱 레인지 버전을 말이다. 차에 관심도 없던 내가 왜 갑자기 테슬라 Y에 꽂혔을까? 그 이유를 몇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첫째- 뭔가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의 느낌
테슬라... 뭔가 아이폰을 처음 사용했을 때의 느낌이다. 왠지 이 차는 '사자마자 유행 끝!'이 아니라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탈 때마다 재미있는 느낌을 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둘째 - '계기판이 없다고?' 완전 내 스타일!!
내연차에 익숙한 사람들은 모델 3, 모델 Y를 보면 '깡통'같아서 싫다고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테슬라 모델 3, Y는 계기판도 없고, 마치 우주선이나 비행기 조정석을 연상시키는 그런 무수히 많은 버튼들이 없다. 운전석에는 오직 핸들과 조작 레버, 그리고 가운데에는 큰 디스플레이만 위치해있다.
나는 보자마자 소릴 질렀다. '오 이거 완전 내 스타일!!'
사실 지금 내 차에는 는 쓰는 버튼들만 쓰는데 왜 이렇게 쓸데없는 버튼들이 많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속도계나 볼 줄 알지 그 옆에 있는 계기판은 뭐 때문에 있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고,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조작해야 할 것들이 디스플레이 UI를 통해 들어가야 해서 불편하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거 진짜 완전 내 스타일이다.
셋째 - 오토파일럿과 Full Self Driving
세 번째는 오토파일럿과 fsd기능이다. 차선을 앞차 간격에 맞추어 물고 가는 오토파일럿은 테슬라 전제품에 기본 설치되어있지만 차선 변경, 주차 기능, 호출기능 등이 포함된 full selfl driving은 추가 옵션이다 현재는 904만 원을 추가해야 되는데 우리는 이 기능도 넣어서 예약을 했다. 사실 테슬라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본가는 부산, 처갓집은 김해인데 명절이나 가끔 내려갈 때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한다. (서울에서 부산을 내려갈 때마다 느끼는 건 고속도로에 진입하면 부산까지는 거의 직진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끔 내가 운전하는 것보다 자율주행이 더 안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음 ㅋㅋ)
나는 운전을 안 좋아해서 단거리도 신경이 많이 쓰이는 편인데, 장거리는 정말 신경이 3배로 쓰인다. 너무 신경을 많이 써서 졸리지도 않고, 덕분에 장거리 이후 집에 오면 긴장이 풀어져 완전 딥슬립을 한다.
내가 시승에서 겪어본 테슬라의 자율주행은 정말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반대편 차량 흐름까지 읽고, 갑자기 차가 서서히 속도를 줄이길래 왜 그럴까 했더니 내 눈에는 보이지도 않았는데 전방에 아스팔트 포장이 벗겨진 부분이 있어 그것을 감지하고 스스로 속도를 늦추고 있었다. 관심을 더 가져서 유튜브 영상을 많이 찾아보니 앞으론 더 자율주행 기능이 좋아질 것이고 현재 한국에서는 큰 도로에 나와야 fsd기능이 활성화되는데 곧 한국에서도 출발할 때부터 도착할 때가 완전히 자율주행으로 다닐 수 있도록 될 것이라 했다.
장거리 운전을 하면 발목이랑 손목이 가끔씩 아픈데, 자율주행이 된다면 정말 이런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넷째 - 차가 조금은 더 커도 좋겠다.
현재 나는 소형 해치백(118d)을 4년 동안 타고 있다. 연비가 진짜 좋고, 애기 없는 우리 둘 부부에게는 기동성이 좋아 정말 더할 나위 없는 차다. 가끔 이케아를 가거나 할 때 차가 조금 더 컸으면 좋겠지만, 차가 커지면 기동성이 떨어질 것은 뻔하고, 둘밖에 없는데 큰 차를 타면 기름값이랑 이런저런 게 더 많이 나올 것 같아서 이 정도면 감지덕지다 싶었다.
그런데 만약 내가 전기차를 산다면? 어차피 회사에서 공짜로 전기 밥을 줄 수 있으니, 조금은 더 커도 좋겠다. 사실 소형 해치백은 시내운전에는 정말 좋지만, 가끔 장거리를 운행하고 오면 허리가 좀 쑤실 때가 있다. 아무래도 차가 크면 좀 더 안정감이 느껴질 것 같았다.
모델 3과 모델 Y를 둘 다 타보았는데, 모델 Y를 시승 후에 모델 3을 탔더니 차가 너무 조그마해 보였다. 그래 이번엔 우린 더 큰 차로 가는 거야 모델 Y!, 너로 정했다.
다섯째- 유지비가 적다
위와 이어지는 내용일 수 있지만, 전기차를 사면 유지비가 줄어든다. 얼마 타고 다니지도 않아서 기름값도 많이 들지 않았지만, 이제 회사에서 충전할 수 있으니 기름값도 줄어들 것이고, 통행비는 50% 감면, 게다가 엔진오일이나 브레이크 오일 등 기타 내연차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주기적으로 지출했던 비용이 이제 전혀 들지 않을 것이다.
여섯째 - 가장 큰 이유 갑자기 가격 인상
사실 다섯 번째까지가 고민 사항이었고, 예약하고 나서 거의 10일간 와이프와 상의와 상의를 거듭했다.
'전기 차는 사실 아직 시기상 조래'
'모델 와이는 보조금을 50%만 준데"
'사람들이 그 차(모델 와이) 살 거면 그냥 조금 더 주고 더 좋은 차를 살 수 있데'
'모델 3 스탠더드가 가격 깡패래'
우리가 실행력도 빠르지만, 귀도 얇아서 취소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예약을 하고 정확히 2주 뒤에, 갑자기 테슬라가 전 모델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모델 Y를 기준으로 대략 1천만 원 정도를 인상한 것이다.
'오!! 대 박스 지금 아니면 못 사겠네!!'
그래서 우린 모든 고민을 넣어두고 그냥 모델 Y를 사기로 했다.
그렇게 테슬람이 되었다. 테멘!!
긴가민가 테슬라를 예약하고 어느덧 4개월이 흘렀다. 대충 보니 10개월 이상 걸리는 것 같은데, 테슬라 예산을 통장에 긁어모으고 있던 차에... 현금은 두면 뭐하나 싶어 테슬라 주식을 손대기 시작했다... 근데 망한 것 같다. 제발... 올라주세요 더 올라서 모델 X로 갈아탈 수 있게 해 주세요!!! 테멘!!!!!
그러고 보니 나의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스마트워치에 대한 관심과 비슷한 지점이 있어 보인다. 나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손목에 시계에 대한 관심이 없었지만, 애플 워치 1세대부터, 4, 7까지 손목에 차가며 수많은 줄질과 액세서리들에 관심이 생겼다. 손목에 애플 워치를 제대로 보는 날이 몇 번 없지만, 하루라도 손목에 차지 않으면 몬가 어색함마저 느껴진다. 나에게 전기차는 새로운 관심사가 되었고, 충분히 내연차와는 인연이 없었던 나를 새로운 길로 인도해줄 그런 녀석이 될 것만 같다.
엇 다음 포털 메인에 소개 되었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