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디자인 제작 후기
변태 이상우 감독 신작 <더티 로맨스> 포스터 제작을 진행하였다. 언제나 그렇듯 독립영화고 급하게 촬영되다 보니, 포스터로 사용할 스틸사진을 따로 제공받지 못했다. 그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여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번에 제공받은 이미지는 여태 받은 이미지 중 가장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포스터 디자인은 진행해야 하기에 차근차근 디자인을 준비해보았다.
타이틀 로고 디자인
포스터 디자인을 하면서 가장 처음 하는 일은 타이틀 로고 디자인이다. 영화의 느낌을 생각하면서 느낌을 넣는다. 크게 세리프 느낌이 맞는지 산세리프 느낌이 맞는지를 생각해보는데 이번 영화는 세리프 느낌으로 가는 게 맞다고 판단하여 디자인하였다. 타이틀 로고에 영향을 가장 많이 주는 것은 영화 제목의 단어 조합과 글자 수인데 이번 영화는 단어 두 개의 조합으로 구성되었고 그 단어의 글자 수도 2, 3으로 떨어져서 비교적 안정감 있는 디자인이 가능했다.
되짚어보면 가장 힘들었던 타이틀은 "나는 쓰레기다" 작품이었다. 글자 조합도 어렵고 단어와 단어가 연결이 아니라 글자 배치에 애를 많이 먹었다 (다음 기회에 포스팅)
더티의 획에 포인트를 주고 로맨스 글꼴을 리드미컬하게 배열하여 마무리하였다
포스터 콘셉트 디자인 제안
영화 포스터 재료들이 다 나왔으니, 이제 감독에게 보여줄 콘셉트 디자인을 해야 한다. 제작사에서 추천해준 이미지들이 거의 영화에서 추출한 캡처본이라 상태가 매우 좋지 못했기에 나는 제공된 이미지를 바탕으로 타이틀 타이포그래피와 그래픽으로 조합하여 제안하고자 하였다. 강렬한 느낌이 드는 이불을 포인트로 살려 텍스트 강조 안을 제안하고자 하였다 아래는 가장 처음 제안했던 콘셉트 포스터다
엄마는 창녀다 포스터 디자인 이후로 빨간색 성애자가 된 감독님 타깃으로 그러나 감독님은 여배우의 얼굴이 더 노출되기를 바랐거 너무 많은 부분이 가려지는 느낌이라 이 안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다. (나는 엄청 마음에 들었으나) 최종 결정은 변태 이상우 감독이 하는 거라 이제 그의 입맛에 맞도록 디자인을 해야 했다.
포스터 두 번째 안
노멀 하게 가는 방향을 잡았지만 위의 슬랜트 콘셉트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서 두 가지 방향으로 디자인했다. 하나는 위에 것을 좀 더 발전시키는 안, 나머지 하나는 그냥 노멀 하게 가는 안, 완성된 디자인은 아래와 같다
몇몇 디자이너분들에게도 공유했는데, 슬렌트 안이 더 좋아 보인다고 피드백을 받았고 감독님을 한 번 더 회유하였는데 최종적으로는 노멀 디자인 안을 선택하였다.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고 감독님 의견을 따르기로 하였다.
최종 디자인
위의 의견을 수렴하여 아래와 같이 디자인을 최종 완성하였다. 영화는 12월 중 개봉 예정
작업을 마치며
이상우 감독과의 영화 포스터 작업은 항상 즐겁다. 영화 타이틀과 포스터는 영화의 옷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옷을 입혀 주고 싶은 게 디자이너의 마음. 미천한 나의 의견을 많이 들어줘서 고맙기도 하다. 아무쪼록 힘들게 개봉하는 더티 로맨스가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7년 2월 15일 수정
감독님이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 내가 제안했던 안에서 좀더 다듬어서 아래와 같이 최종결정되었다. 업데이트 안하고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오해를 방지하고자, 최종안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