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면 감정조절을 잘하게 될까?
그럴 때가 가끔씩 있다. 별거 아닌 거 같은데 내가 밑도 끝도 없이 한없이 떨어지고 있는 기분이 드는 날이. 그리고 그 기분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누군가는 내 감정과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참 그런 날이 있다.
그런 감정이 드는 날은 문득 난 아직도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는 단순히 힘들면 힘들다고,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고 날것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그게 딱히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솔직한 게 뭐가 나빠.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가 힘들다고 표현하면 곁에 있는 사람들은 더더욱 힘들 수 있다는 거. 지금보다 좀 어렸을 땐 다들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는 줄 알았지. 근데 가만 보면 그게 아니더라고. 힘들다고 말만 안 하고 있을 뿐, 눈짓으로, 몸짓으로, 표정으로 각양각색 여러가지 언어가 이제는 보인다.
사람은 누군가가 건네는 말 한마디에 감정이 동화되기 쉽다. 어른이 되었을때 내가 힘든 상황에서 힘들다고 말을 한다면? 그 말을 듣는 상대는 부정적인 에너지가 전달받아 같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 누가 봐도 힘든 상황에서 긍정적인 말을 한다면? 그 상대는 희망차고 순간이나마 웃을 수 있다. 같은 상황이라도 내 말 한마디가 이렇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니, 진짜 어른이 되었다는 건 이런 부분에서 책임감을 느낀다.
어렸을 땐 어른은 전부 뭐든지 능숙한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감정 조절이나 표현은 어른보다 아이가 더 능숙하다. 어른이나 아이나 숨김없이 전부 감정을 드러내도 아이는 곧잘 잊는 경우가 많으니까. 다만, 아이는 감정을 잘 잊어도 부정적인 기억은 오래도록 남는다.
그 기억들은 아마 평생 무의식적으로 따라올지 모른다. 따라서 나는 어른이나 아이나 구별 없이 책임감을 느낀다.
어른이 되었다는 건 여전히 무섭다. 아이였을 땐 몰랐어도 되는 것들이 내 발목에 족쇄로 주렁주렁 달려있어 가끔은 발이 무거울 때가 있다. 그래도 그 족쇄는 나에게 생각하는 성숙함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느끼게 해 결국 나를 변화시켰다. 지금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 기미가 보일 때면 같이 감정을 삼킨다. 이런 게 바로 내가 한걸음 성장했다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