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이야기
드디어 책이 나왔다. 그런데 이상하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마치 꿈속을 걷는 기분이랄까. 기분이 째지게 좋을줄만 알았는데 한없이 쑥스럽고 이유 없이 긴장되기만 했다. 그리고 도무지 무엇을 썼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책이 나왔다고 지인들에게 알려야 했는데 누구한테까지 알려야 하는지 모호했다. 마치 청첩장을 다시 돌리는 기분이었다. 일단 종종 왕래하는 사람들에게 연락했고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더라도 출간 소식을 듣지 않으면 아쉬워할 것 같은 사람들에게 연락했다. 굉장히 쑥스러웠지만 모두들 많은 축하와 응원을 보내주었다.
<교보문고에서 내 이름이 적힌 책을 발견하다>
책이 나오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 서울 출장이 잡혔다. 온라인에서만 보던 책을 대형서점에서 눈으로 확인할 기회가 온 것이다. 영등포 타임스퀘어점 교보문고에 들어섰다. 서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에세이' 코너에 사람들이 북적였다. 떨리는 마음으로 코너를 두리번거렸지만 익숙한 표지는 보이지 않았다. 함께 온 친구가 답답한 마음에 검색대에서 책을 검색했고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뒤편, '사회/정치' 코너에서 책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려 <보수를 보수하라> 옆에 말이다. 순간 적잖이 당황했지만, 그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환경 및 기후변화 관련 책들도 다 이 코너에 몰려 있었다. 카테고리가 이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람들이 북적이는 쪽이 살짝 부러워졌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대형서점에서 내가 쓴 책을 두 눈으로 확인하는 역사적인 순간이 아닌가. 잘 키운 아이를 학교나 사회에 내보낸 마음이 이런 걸까 싶었다.
<첫 사인>
간만의 서울행이라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도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이들이 대뜸 사인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자칭 타칭 악필인 나는 정말 이것만은 피하고 싶었고 견딜 수 없는 쑥스러움이 몰려왔지만, 친구들의 강압적인 요구에 첫 사인을 하게 되었다. 카페에서 빌린 볼펜으로 한 내 첫 사인은 정말 모기 같았다. 하아....
<이소라 언니의 책 홍보>
모델 이소라 언니의 유튜브를 구독한다. 10만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 '이소라잇LeeSora it'의 이소라 언니는 직접 촬영과 편집을 하며 매력 넘치는 유튜브 영상을 제작한다. 코로나로 인해 추석에도 부모님 댁에 가지 않고 남편과 집콕하고 있던 어느 날, 소라 언니의 라방에 참여하게 되었고 운 좋게 퀴즈를 맞히게 되었다. 퀴즈의 경품은 바로 근력 운동 밴드! 이를 계기로 소라 언니와 이메일을 주고받았는데, 내가 들인 노력에 비해 큰 선물을 받는 기분이라 따로 드릴 것은 없고 책이 나오면 꼭 보내드린다고 약속했었다. 책이 나온 후 이메일을 보냈더니 소라 언니가 말하기를, '보람씨, 책은 제가 주문했어요. 잘 읽어볼게요.' 으아아아아....이메일 답장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직접 구매해서 봐주신다니, 정말 고맙고 기뻤다. 그런데 소라 언니는 내 생각보다 더 대인배였는데.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하루 만에 다 읽었다는 메일이 또 도착했고, 며칠 뒤 업로드된 유튜브 영상에서는 내 책을 추천해주시는 게 아닌가! 푹 자고 일어난 토요일 오전, 업로드된 영상을 보다가 이불 속에서 벌떡 일어났다. 으아아아아! 이소라 포에버(하트)
'이소라잇LeeSora it' ☞
<자유지은 작가님의 책 홍보>
책을 계약하고 내 머리에 불쑥 떠오른 분은 다름 아닌 자유지은 작가님이었다. 브런치에 처음 글을 올릴 때 멘토가 되어주셨던 분이다. 그렇기에 계약 소식도 바로 알려드렸는데 출간된 책도 꼭 직접 전해드리고 싶었다. 작가님을 뵙기로 하고 꾸안꾸 글씨로 사인한 책을 챙겨 자리에 나갔다. 작가님은 바쁜 집필 작업 중에도 나와주셔서 나와 폭풍 수다를 떨어주셨다. 내가 아는 유일한 작가님이라 다른 데서는 들어보지 못한 이런저런 팁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올라온 깜짝 후기글! 으아아아아아....바쁜 와중에 책을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후기까지 작성해주시다니...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하트하트)
지구를 위한 덜어내기 by 자유지은 ☞
https://brunch.co.kr/@flappergirl/140
책이 나온 지 한 달이 조금 안 된 이 시점에서 생활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사명감은 조금 더 생겼다. 환경을 위해 뭐라도 하자고 말하는 동시에 자신을 너무 옥죄이지 말자고도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떤 방향성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많은 정보를 책에 집어넣었다. 정보성 글을 읽으면 자신을 나무라는 느낌이나 적대감을 느낄 수 있는데, 부디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로 자신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안 좋은 감정을 품지 않기를 바란다. 서로 응원하고 칭찬해야 더 힘내서 한 뜻을 향해 걸어갈 수 있으니까 말이다. 요즘은 집에 놓인 책이 나를 지켜보고 응원하는 기분이 든다. 이제부터는 내 분신인 책의 존재만으로도 더 힘 내서 지구를 위해 살아갈 수 있겠다.
- 끝 -
<축소주의자가 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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