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평소에 주식매매를 자주 하는 편이 아니다. MTS를 아예 쓰지 않고 HTS로만 주식을 하고, 보통 일주일에 한두 번 접속하지만 아무것도 안 사고 아무것도 안 팔 때도 많으며, 그마저 건너뛸 때도 있다. 정말 할 게 없으면 한 달에 한 번도 HTS에 안 들어갈 때도 있다.
주식을 자주 하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의 종목이 지수추종ETF 라서 뉴스로만 봐도 쉽게 변화를 알 수 있기 때문이고, 고배당주이기 때문에 샀다 팔았다 하는 것보다 그냥 내버려두는 게 수익률이 더 좋기 때문이다.
오늘은 새로운 걸 사봐야지, 하는 것도 잘 없다. 현재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최근에 편입/편출 된 것도 한참 오래되어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트레이딩을 하는 주목적은 새로운 걸 사고 파는 게 아니라. 평가수익률을 관리하기 위해서니깐. 떨어진 건 조금 더 사주고, 너무 오른 건 조금 정리(분할매도)해주고. 그런 식으로 수량만 관리하는 것이다.
최근에 주식을 조금 더 샀다. 이전에 수익을 실현한(많이 털어낸) 종목이 다시 떨어지길 기다렸다가 추가매수를 한 것이다. 그래서 얼마 되지 않던 주식 수량이 다시 늘어났고, 수량의 자릿수가 바뀐 것에 의의를 둔다.
정말 조금 샀는데, 그날 장 마감 후에 얼마나 체결됐는지 확인해 보니 50만원이었다.
필자는 보통 하루에 식비, 교통비, 문화생활비까지 다 포함해서 많으면 2~3만원 정도를 소비한다. 물론 주말에는 조금 더 커지기도 한다.
하루에 2.5만원을 쓴다고 가정했을 때, 50만원을 쓰는 데는 3주 정도가 걸린다. 그걸 주식으로는 하루 만에 다 쓴다. 그것도 아주 조금 썼다고 생각하면서.
누구에게나 마찬가지겠지만, 주식을 하면 할수록 트레이딩 금액에 둔감해지게 된다. 하루에 백만원, 오백만원, 심지어 천만원도 우습다. 그만큼 사고팔고 하는 것이 쉽기 때문이다. 나도 어느 순간에선가 50만원을 소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게 느껴진다. 무려 3주나 되는 생활비인데도.
주식창을 열면 거기 찍혀있는 돈이 돈이 아니라 그냥 단순한 숫자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마치 (가본 적은 없지만) 카지노의 칩 처럼. 주식창 홈페이지의 디자인은 사람들을 둔감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그래서 주식이 위험하다.
기관투자자로 일했던 유튜버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얘기가 있다. 이렇게 저렇게 사고팔고 싶은데, 사내 보고 체계가 너무 까다롭다는 것. 일일이 팀장님, 부장님을 설득하고 이렇게 매매하겠습니다, 매번 말해야 하는 게 불편하다고. 거기에 대해 높은 분들은 이렇게 말한다.
응. 그거 일부러 불편하게 해 놓은 거야. 너희들 자주 사고팔지 말라고.
주식에서 회전율이라는 용어가 있다. 특정 기간에서 전체 자본금 대비 매매 금액(왔다갔다 하는 금액)의 비율을 나타낸 것인데, 신기하게도 회전율이 일정 이상 높아질수록 수익률은 떨어진다.
물론 주식시장에 들어온 이상 사고파는 행위 자체는 필수적으로 해야 하지만, 너무 잦은 매매는 수수료 부담과 손절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 지금 이거 팔고, 올라가는 다른 종목 올라타고 싶은데, 하면서 말이다.
예전에는 단순히 수익률 몇 퍼센트, 얼마 벌었습니다,라는 기사를 보면 우와 대단하다 그렇게 느꼈었는데, 주식을 실제로 해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은 욕망을 절제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욕망을 절제하면, 회전율이 줄어들고, 결국 전체기간 수익률은 높아진다. 절대로 잃지 않는 투자, 꾸준한 수익을 내는 투자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주식을 하고 있지만, 매번 주식을 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다짐하곤 한다. 주식투자로 '지속적으로' 돈을 버는 유일한 방법은, 주식을 하지 않는 것이다.
돈에 무덤덤해지는 순간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명심하자. 이건 진짜 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