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세가 또다시 롤러코스터처럼 누군가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들쑥날쑥 합니다. 누군가를 쾌재를 부를 수도, 누군가는 쓴 맛을 느낄 수도 있겠지요.
주변에서 많이들 이야기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머지않아 우리의 생활을 잡아 삼킬 거라고, 재빠르게 변화에 대비하여 적응하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볼 것이라고, 많은 의문점과 가끔의 공포심이 함께 다가옵니다.
물론 여기에 관해서는 설왕설래가 많습니다. 이번 에세이에서는 암호화폐가 진짜로 화폐로 사용될 거라는 낙관론을 갖기 전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4가지 중요한 단점들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암호화폐에 투자를 하건 말건 개인의 자유이지만, 그래도 알건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1. 발행하는데 천문학적인 에너지가 든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문제를 갖고 있지 않은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원전이 한번 터진 일을 경험한 이후에는 섣불리 에너지 정책에 대해 결정하거나 추진하는 일이 참 어렵고 조심스럽습니다. 이제 21세기의 화두는, 어떻게 하면 낮은 에너지를 통해 인간 편의적인 기존의 산업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에 있습니다. 과도한 화석 연료의 사용으로 인한 지구온난화 문제는 말할 것도 없지요.
암호화폐의 가장 큰 문제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99%, 사실 거의 문제의 전부 다라고 봐도 무방하죠. 발행하는데 화석연료, 에너지가 무진장 많이 듭니다. 발행하는 원리는 그냥 단순한 수학 문제, 단순하지만 무지하게 길고 방대한 노가다 문제를 컴퓨터 여러 대를 활용해서 풀어내는 겁니다. 그러면 그 정보에 대한 소유권을 가질 수 있죠.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레 문제의 난이도가 올라갑니다. 그래서 에너지를 말 그대로 천문학적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자, 생각해보면 우리 신용카드, 체크카드, 삼성페이 왜 쓰나요? 편하기 위해 쓰는 거죠. 주렁주렁 돈을 지갑에 꾸깃꾸깃 넣고 다닐 필요도 없이 전산화된 시스템을 통해서 결제를 합니다. (물론 보안에 에너지가 들겠지만, 그건 뭐 어디든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되면 실제 종이 화폐를 많이 발행할 필요도 없어져서, 에너지 친화적입니다. 이렇듯 시대가 발전하면서 화폐라는, 단순히 물건 거래의 편의성을 위한 '수단'은 가볍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무겁습니다.
암호화폐의 장점인 정보의 정확성, 투명성, 보안성은 훌륭합니다. 반박의 여지가 없어요. 화폐가 어음의 형태, 즉 '약속'이라는 측면에서 암호화폐는 괜찮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화폐는 '수단' 이자 '도구'이기 때문에 가벼워야 합니다. 이런 면에서 암호화폐는 전근대적이고 시대에 역행하는 수단입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상평통보 한 줄 만드는데 (채굴), 백만 원이 든다고 보면 됩니다. 좀 더 시간 지나면 천만 원이 들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고 그런 채굴 과정이 무슨 학술적인 의미가 있느냐? 뭐 나중에 운 좋으면 어쩌다 뭔가 하나 나올 수도 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환경 문제, 이거 절대 무시 못하는 이슈입니다. 세계 최강 미국도 결국 다시 파리기후협약에 가입했습니다. 어떤 간 큰 나라가 국제사회의 여론을 무시하고 혼자 탄소 뿜뿜대면서 채굴기 펑펑 돌린다? 그대로 외톨이 되는 거예요. 이미 여러 나라들이 채굴 금지를 취하고 있고, 곧 전 세계적으로도 제재가 들어갈 것입니다. 따라서 항구적인 생산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2. 가치 변동성이 심하고 판매자가 안 받을 수도 있다.
철수가 동네 국밥집에 가서 밥을 먹습니다. 다 먹고 계산을 해야겠죠? 김씨 할머니에게 암호화폐를 건넵니다. 할머니는 "이게, 뭐꼬? 비뜨... 코인? 뭔데, 총각 현금 없나?"라고 말하며 현금을 받길 원합니다. 철수는 어쩔 수 없이 암호화폐를 환전을 해서 다시 현금으로 바꿔서 할머니에게 건넵니다.
물건을 팔고 사는 행위에서 금액을 어떤 식으로 받을 것 인지는 판매자 마음입니다. 현금, 카드, 암호화폐, 금, 수표, 주식, 그림, 아이템, 조각상, 수석, 상평통보(?)... 어떤 것이든 가능하죠. 판매자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구매자는 물건의 값을 지불하면 됩니다. 물론 구매자도 결제 수단이 마음에 안 들면 애초에 안 사면 되죠. 결국 상호 동의가 필요한 게 구매라는 행위의 본질입니다.
할머니처럼 암호화폐가 뭔지 몰라서 안 받는 경우도 있고, 판매자가 가치가 불안하다고 느껴서 다른 수단을 요구할 때도 있습니다. 회사에서 물건을 주문해서 결제를 해야 하는데, 물건 판매자가 암호화폐는 가치가 너무 오락가락해서 안 받는다고 말합니다. 돈으로 주세요. 그러면 어쩔 수 없이 구매자는 현금으로 다시 바꿔서 지불해야 합니다. 이거, 암호화폐로 결제할 때마다 시세 확인해야 하고, 불편하고 번거롭습니다.
비슷한 예로 화폐가치가 폭락한 남미(아프리카?)의 어떤 나라가 있는데, 자국 화폐가 너무 가치가 없다 보니 판매자가 그것을 받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냥 다른 물건으로 주세요. 물물 교환하죠. 이런 식입니다. 암호화폐는 기본적으로 가치 변동성이 이보다 훨씬 크다 보니 가격이 낮을 때는 결제를 거부하는 판매자가 속출할 것입니다. 아니면 더 많은 암호화폐를 요구하겠죠. 가격 변동성, 즉 화폐로써의 안정성도 그리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3. 화폐량 조절이 거의 불가능하다.
시중 물가나 여러 경제 상황을 고려해서 국가 경제 전문가들은 금리나 화폐량(통화량)을 조절합니다. 사람이 할 때도 있고, 어쩌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요. 실물 화폐는 그것이 쉽습니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다릅니다. 앞서 말했듯이 암호화폐는 채굴량이 정해져 있고, 나중에는 채굴을 하면 할수록 난이도가 어려워져서 통화량이 거의 올라가지 않습니다. 분명 시장에 돈을 풀어야 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는데, 전혀 손을 쓰지 못하는 것이죠. 화폐가치는 들쑥날쑥한데, 통화량 조절 능력은 없습니다. 경제학자들이 경제위기에서 과연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4. 암호학이 발전하면 불안하다.
암호화폐는 말 그대로 암호입니다. 암호로 묶는 기술이 있다면 푸는 기술도 있겠죠? 다들 알다시피 과학은 절대로 뒤로 가지 않습니다. 단지 속력의 문제일 뿐, 어떻게든 앞으로 갑니다. 양자컴퓨터는 언젠가는 상용화될 것이며, '노가다'에 특화된 이러한 슈퍼컴퓨터는 수많은 암호들을 하나 둘 무장 해제시킬 것입니다. 암호화폐 기술도 발전할 것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암호화폐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노가다로 언젠가는 풀린다는 것이죠. 노가다 마스터가 등장하면 게임 끝입니다.
블록체인, 참 좋은 기술입니다. peer-to-peer 라고도 하죠. 로그가 투명하고, 보안성도 훌륭합니다. 활용 가치가 높은 미래의 정보 형태예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화폐로써의 사용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그저 좋은 '물건' 이죠.
블록체인은 장단점이 뚜렷합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아마도 기업과 기업 간의 약정이나, 국가와 국가 간의 어떤 약속(조약)을 저장하는 특수한 용도로의 정보 활용에 더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쨌든 정보는 투명하고, 조작의 여지가 없고, 보안성이 훌륭하고, 훼손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거래 과정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범용적이고 개인적인 활용은 쉽지 않습니다. 암호화폐에 낙관론을 갖기 전에, 꼭 이것을 짚고 넘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로도 괜찮은 '물건'입니다. 워낙 가격 변동성이 크니깐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면 '현금'을 얻을 수 있지요. 대부분은 이것 때문에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불편하지만, 진실은 진실입니다. 혹시 주변에서 암호화폐에 투자하라고 부추기는 사람이 있다면 꼭 한번 물어보세요.
"암호화폐로 '돈' 좀 버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