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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과 밧줄

깃발과 밧줄.PNG


'나'라는 깃발이 여러 밧줄에 묶인 채 서있다.


깃발의 기둥은 부부라는 이름으로 뿌리를 잡고 있다.


여러 밧줄들의 이름을 보면


첫 번째 밧줄엔 가족,


두 번째 밧줄엔 회사동료,


세 번째 밧줄엔 친구들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되어 있다.


깃발을 꽂을 당시 부부라는 기둥은 뿌리를 내리려 했으나


쉽게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거센 바람이 불자 기둥이 뽑혀버렸다.


깃발은 기둥이 뽑혀 크게 흔들대지만


가족, 회사동료, 친구들이라는 밧줄로 간간히 버티고 있다.




거센 바람은 멈추지 않았고


이내 회사동료라는 밧줄 하나가 조금씩 끊어지려 한다.


깃발은 이것마저 끊어지면 날아갈 것 같다며


안절부절못하게 되었다.




다행히 바람이 사그라들었고,


밧줄은 끊어지지 않았다.


바람이 약하게 부니 깃발은 크게 흔들리지 않고 서있다.


언젠가 더 거친 바람이 불어올까 걱정도 되지만


깃발은 밧줄들과 함께 서있다.




가장 오랜 시간 나를 지탱해 준 가족이라는 밧줄을 가만히 바라보니


참 많이도 해져있다.


언제 줄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많이 해져있다.


그 상황에도 불구하고 밧줄은 내가 날아가지 않도록 어떻게든 잡고 있으려 한다.


밧줄을 바라보는 깃발은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낸다.




회사동료라는 밧줄을 바라보니


깃발과 묶인 지 얼마 안 된 것처럼 보인다.


겉보기엔 잘 묶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구성이 그리 튼튼한 것 같지 않다.


깃발은 이 밧줄과 더 튼튼하게 연결되기를 희망하고 노력하고 있다.




친구라는 밧줄을 바라보니


정겨운 느낌이 든다.


이 밧줄도 참 오래되었는데 내 옆에서 나를 열심히 잡아주고 있다.


서로 힘들 때 바라봐주고 이해해 주고 응원해 주는 참 고마운 밧줄이다.




나는 단순히 깃발이었지만


이제는 깃발의 기둥까지 되고자 한다.


내가 기둥이 되어 뿌리를 깊게 잡아야만


밧줄들이 덜 힘들고 그들을 고생시키지 않을 것 같다.


"밧줄들아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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