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한 주, 아픈 토요일

바쁜 한 주가 끝났다.


숨 쉴틈 없는 회사 업무, 대학원 신입생 환영회 준비, 같이 입사한 동기의 퇴사회식자리 등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한 주였다.


매주 토요일은 대학원 수업을 듣는 날이며 오늘도 어김없이 학교에 갔다.


사실 아침에 너무 힘들어서 하루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지만


등록금을 생각하면 가야지라는 생각에 몸을 이끌었다.


아침 수업을 듣는데 갑작스레 심장 쪽이 꽉 조이는 통증을 느꼈다.


잠깐 그러고 말겠지 했는데 계속 통증이 이어졌다.


쉬는 시간 교수님께 심장 쪽 통증이 심해서 조퇴하겠다고 말씀드렸고


이를 들은 동기 형이 차에 태워 나를 대학병원 응급실에 데려다 주었다.


3년 전 쯤 가슴통증이 느껴져서 자다가 일어나는 경우가 몇 번 있었고


당시 검사 결과 몸에 이상은 없었고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낮에 이렇게 통증이 느껴진 건 처음이라 응급실에 가서


엑스레이, CT, 혈액검사를 진행했다.


응급실에 누워있다가 몸을 잠시 일으켜 세우려 하면 심장 쪽에 강한 통증이 느껴졌고


의사선생님이 진통제를 주입해주셨다.


그리고 간호사 선생님이 통증을 가라앉히는 약이라며 혀 밑에 약을 녹여 먹으라고 했다.


약을 다 녹여 먹은 후에도 가슴 통증은 가라앉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시야가 좁아지고


주위 소리들이 희미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실신할 것 같다는 생각에 호흡을 깊게 들었다 내쉬며 스스로 안간힘을 썼다.


의사 선생님에게도 상황을 말씀드렸고


약 때문인지 혈압이 갑자기 떨어졌다고 하셨다.


다행히 고비를 넘기면서 시야도, 청력도 돌아왔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의사선생님은 검사 결과 몸에 이상은 없다고 말씀해주셨고


나는 안도했다.


원인은 정확히 잘 모르겠지만 공황장애 때문에 그런 것으로 추정된다.


바쁘게 일하고, 대학원 행사 준비, 동기의 퇴사회식자리에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소모가 심했다보니 이런 증상이 나타난 것 같았다.


퇴원 수속을 밟으면서도 가슴통증은 있었지만


검사결과 이상없다는 말에 조금은 안도하며 집으로 귀가했다.


나는 사람이 많은 곳을 갔을 때 가슴이 답답하거나,


그 자리를 당장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 정도의 공황장애를 겪고 있었지만


이번에 심장쪽을 꽉 조이는 강한 통증을 처음 겪고


생각보다 내 공황증상이 심하구나 라고 생각했다.


1달 전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이 공황 치료약을 최대치로 주고 계신다는 말씀을 해주셨을때


놀라기도 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예상치 못한 가슴통증(심장 쪽을 쥐어짜면서 호흡이 곤란한 느낌)을 느끼며


간단하게 생각할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고, 내 자신을 아껴주며, 나를 돌봐줘야 하는데


주위의 시선을 신경쓰느라 내 자신을 잘 돌보지 못한게 속상했다.


보호자 없이 홀로 병상에 누워있는 내 자신이 불쌍하기도 했다.


의사 및 간호사 선생님들이 응급실에서 쉴 틈없이 뛰어다니면서 환자들을 케어하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감사하고,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의사 및 간호사 선생님들 또한 본인들을 잘 챙기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물론 잘하고 계시겠지만 나처럼 아프지 않기를 바랬다.


응급실에서 6시간 정도 있으면서 많은 환자들을 보았다.


나처럼 가슴통증으로 응급실에 와서 검사결과 심장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며 시술을 권유받는 환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데리고 온 자녀들,


심하게 넘어져 얼굴에 상처가 생긴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않은 어린 남자 아이,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여자친구가 출산을 하려하자 같이 와준 남자친구 등


각각의 사연을 가진 환자들을 볼 수 있었다.


다들 보호자가 있는데


나만 홀로 보호자 없이 병상에 있다보니 외로웠다.


병상에 있으면서 내가 이렇게 사는게 맞나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회사에서 인정은 받고 있지만


화장실 가는 시간, 점심 먹는 시간 빼고는


자리에 앉아 일을 쳐내기 바쁜 상황들이 머리를 스쳐갔다.


사실 버겁다.


그러나 여기서 그만두면 내 일상의 패턴이 무너질 것 같고


깊은 수렁에 빠질 것 같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버티고 있다.


그리고 취미 생활로 하고 싶어 벌려 놓은 일들은 많은데


진득하게 하는 건 없다보니,


스스로 위축되기도 한다.


이번주는 참으로 바쁜 한 주였다.


그리고 예상치 생각치 못하게 아픈 토요일이였다.


더이상 아프지 않고 싶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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