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by 소인

杂文(298)

서당 개는 죄가 없다.

녀석은 생긴 대로 살 뿐이고, 어쩌다 우리와 인연을 맺어 가족이 됐다.

매일 새벽마다 내가 데리고 산책 나가 용변과 바람을 쏘인다. 날 새고부터 마당 서성이다 내가 꾸물대면 짜증 내며 빨리 나오라고 보채는 것도 따지고 보면 순전히 내가 길들인 탓이다. 저녁엔 아내와 딸이 산책시킨다. 녀석은 자신의 불알을 떼는 수술이 예정됐다는 걸 모른다. 매일 호기심을 채우고 바람의 냄새를 맡고 풀밭을 달리는 신나는 산책을 기다릴 뿐이다.


예전에 개 키울 땐 새끼 때 예방주사 맞히고 튼튼한 목줄 하나면 됐는데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 예방접종은 기본이고 목줄도 크면 하네스로 가슴 줄로 바꾸고, 목걸이 형 진딧물 퇴치제는 육 개월 간 목에 찬다. 광견병 접종과 회충약을 먹이고 매달 심장사상충 예방약을 먹인다. 또 중요한 건 반려동물 등록을 해야 하는데 곰돌이는 왼 어깨 피하(皮下)에 칩을 심었다. 동물 등록은 잃어버림을 예방하기 위함이라지만 실은 유기 방지라는 혐의가 짙다. 한 해 버리는 동물 중 개가 십 만이라니 기가 찬다. 산 생명을 공장에서 찍어 나온 상품처럼 쉽게 사고 기르다 싫증 난다고 말썽 부린다고 키울 형편이 안 된다고 버리는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도 믿을만한 인간이 못 된다.


곰돌이는 성격이 순한 편이라 길에서 만나는 다른 개에게 호기심은 보여도 공격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 개는 순해서 안 물어요'는 절대 통하지 않는다. 개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감정을 지닌 동물이다. 갑작스레 감정의 기복이 찾아와 돌발 행동이 튀어나올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산책할 때 리드 줄을 잡지만 사람, 동물과 마주쳤을 때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개의 방어 행동이 공격으로 비칠 때가 있는 거다. 해마다 크고 작은 개 물림 사고는 이천 건이 넘는다.


어떤 사람이 자신과 타인을 사랑하는 행위는 이기적이며 이타성을 지닌 인간 보편의 유전 형질이다. 또한 자연을 아끼고 생태 보전에 적극적인 사람이 개나 고양이를 혐오하고 싫어하는 건 지독한 모순이다. 에리히 프롬은 '삶에 대한 사랑은 모든 종류의 사랑의 핵심이다. 사랑은 인간, 동물, 식물 안의 생명에 대한 사랑이다. 삶에 대한 사랑은 추상적인 것과는 아주 거리가 멀고, 모든 종류의 사랑에 포함되어 있는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동물과 식물을 따로 떼어 사랑할 수 없는 것처럼 생명체인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건 지구의 구성원으로 연대하는 인식이다. 물론 함께 사는 건 개인의 선택이지만 동물 보호에 대한 공감을 지니고 살아야 지구의 기후 변화에도 인식을 확장해 나갈 수 있다. 의식은 금을 그어 구분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경계를 넘나들며 성장하는 거라 믿는다.


서당 개 곰돌이는 다음 달 중성화 수술을 받기로 했다.

개와 상의한 건 아니고 순전히 가족의 결정이다. 구체적으로는 아내와 딸의 결정이었고 나는 반대하지 못했다. 개는 종족 번식이나 짝짓기의 쾌락에 탐닉하지 못한다. 장마 통에 붉덩물 콸콸 흐르는 강 건너가는 수캐의 열정은 발정 난 암캐의 냄새에 본능적으로 따를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곰돌이의 2세를 보고 싶지만 키울 능력이 없다. 수를 늘려 곤란한 상황을 만들기보다, 사람과 동물을 향한 만일의 공격 본능을 순치(馴致)시키기 위해 거세를 결정했다.


어떤 집에 늙은 잡종견이 살았다.

가장인 주인은 개가 사는 동안 여러 가지 수술로 돈을 들였는데, 기자가 그 이유를 물었다. '비싼 견종도 아닌데 그렇게 많은 돈을 들인 이유가 뭔가요?' 기자의 질문엔 개의 차별이 들었다. 사람도 백인과 황인종, 흑인 인종에 따라 차별하냐고 묻는다면 '사람과 개가 같냐'라고 반문할 거다. 같다. 사람도 개도 같은 생명체다. 장애라고 가족을 버리는 건 반생명이다. 가장인 주인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 녀석이 어릴 때 우리 가족이 되었지요. 아이들은 개의 재롱에 귀여워하며 사랑스럽게 키웠답니다. 그러다 아이들은 점점 자라고 개도 늙어 눈곱이 끼고 털은 빠져 보기 싫게 되고 여기저기 아픈 데가 많아졌지요. 제가 퇴근하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녀석은 내 발소리를 듣고 아픈 몸으로도 뛰어나와 반겨주었지요. 아이들은 각자 방에서 자기 일에만 빠져 있을 때도 말이에요. 전 녀석에게 갚을 수 없는 사랑을 빚졌답니다.' 그제야 기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보면 사는 동안 많은 동물과 함께 살았다.

여러 사건을 겪기도 했고 그들에게 넘치는 사랑도 받았지만 난 별로 해준 게 없다. 사람들은 야생의 들개를 잡아다 키운 게 개의 기원이라고 말하지만 어쩌면 호기심 많은 들개가 제 발로 인간의 마을에 손님처럼 찾아왔을지도 모른다. 이집트 벽화의 고양이를 보면 인간과 고양이의 동거는 역사가 깊다. 개와 고양이의 움직임은 현란하다 못해 경이롭다. 그들의 착하고 쿨한 성정을 가까이서 보면 반할 수밖에 없단 생각이다. '개만도 못한 인간'은 개를 낮춰보는 말이다. 인간은 원래 개처럼 짖고 기던 동물이었다. 고작 생각한다는 걸 특권으로 여겨 생태종을 망가뜨리는 초록별의 유일한 말종이다. 가을장마 온다더니 새벽에 양조장에서 막걸리 빼고 나니 빗방울이 떨어졌다. 서당 개는 시원해진 날씨에 구석에서 낮잠을 즐기는지 꼬리도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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