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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인 Jan 15. 2023

杂文(318)

杂文(318)


먼 데 사는 고양이가 죽었다.

짐승은 죽을 때가 되면 집 나가서 죽는다는데 고양이 '하늘'인 가족 품에서 떠났다. 천상 가족인 거다. 내가 기르던 고양이들은 행복하게 살다가 홀연히 집을 나가버리기 일쑤였다. 개의 죽음은 숱하게 겪었다. '나라'는 우리 곁에서 천수를 누리다 떠났다. 가끔 나라가 묻힌 뒷산 솔숲을 바라본다. 하늘인 길냥이로 만나 십 년 넘게 위로와 웃음을 주고 갔다. 더러운 인간의 죽음보다 슬프다.


개는 생과 사를 모른다.

불가에선 구무불성(狗無佛性)이라 해서 짐승에겐 불성이 없다고 한다. 인간이 저지르는 업장(業障)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때 개와 고양이를 보면 해탈한 존재 같기도 하다. 그들은 지금, 여기를 즐길 뿐이다. 사후 세계를 믿지 않지만 하늘인 좋은 데 갔을 거다.


 업장은 말, 동작 또는 마음으로 지은 악업에 의한 장애를 이른다. 딱 나를 두고 하는 말 같다. 말과 행동, 마음 어느 한 구석 죄를 짓지 않은 데가 없으니. 인간의 죄는 불가에서 삼독(三毒)이라 일컫는 탐욕(貪慾)과 진에(瞋恚)와 우치(愚癡), 곧 탐내어 그칠 줄 모르는 욕심과 노여움과 어리석음의 탐진치(貪瞋癡)에서 비롯된다. 불자는 아니지만 이것도 꼭 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생명 가진 존재는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거친다. 삶이란 태생과 성장, 변화, 적멸의 전 과정이다. 삶은 죽음으로 향하는 숙명을 지녔다. 오래 살려고 운동하는 사람, 하루를 살아도 그대를 사랑할 수 있다면 하고 노래하는 사람, 오늘이 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바라던 내일일 수 있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길게 십오 년을 산다고 하면 남은 시간을 후회 없이 유의미하게 계획하고 실천할 일이다.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를 어기지 않았다는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는 공자가 칠십에 이르러 얻은 경지다. 범인은 칠십 팔십을 살아도 매일 법도를 어기고 후회하는 실수를 되풀이한다. 불완전한 존재란 말로 노추(老醜)를 변호할 생각은 없다. 망령된 생각과 행동은 몽둥이로 맞아도 싸다. 세상에는 팔팔한 노년들이 거리를 활보하며 적의를 불태운다. 자기들 끼리 그것을 노익장이라고 한다. 재앙도 이런 재앙이 없다.


우리집 개는 나보다 오래 살지 모른다.

과거를 지울 수만 있다면 개의 나이만큼 살아도 좋겠다. 장수하며 여럿 괴롭히는 것보다 삶을 즐기다 짧게 떠나는 것도 잘사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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