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18~19세기 몽골 사회의 정주화(定住化) 경향을 '몽골 유목사회의 변질'이라고 소개한다. '변질'의 의미는 성질이 달라지거나 물질의 질이 변함. 또는 그런 성질이나 물질을 뜻한다. 변화와 성장이 부패와 다르듯 변질은 속성의 변화를 뜻하는데 뉘앙스가 다르다. 초원에서 양 치고 말 먹이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유목의 삶을 사는 게 정체성인가. 그런 정체성이라면 없는 게 낫다. 우리가 흰옷 입고 똥 지게 지고 다닐 때 일본은 항공모함과 제로전투기를 만들어 미국을 도발했다. 역사에는 가정(if)이 없지만 서양 문명을 잽싸게 받아들인 그들의 선택이 얄밉고 교활하다. 그것으로 제국을 꿈꾸고 침략과 학살을 밥먹듯 했으니. 학살의 후손들은 선조를 찬양하며 학살의 과거를 외면한다.
바람은 불었지만 파도는 잔주름으로파닥거렸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젊은 부부가 모래 위에 앉아서 바다를 본다. 봉평해변은 모래사장이 활처럼 휘었고 길이는 백오십 미터의 아담한 해수욕장이다. 물은 찼다. 연일 삼십 사도를 치솟는 더위도 아직 물을 데우기엔 이른가 보다. 짠물로 입가심을 하고 맨발 수영으로 백 미터 남짓의 양안을 오갔다. 몇 차례 수영하니 몸에서 열이 났다.
두 길 안쪽의 수심에 미역귀가 다닥다닥 장미처럼 붙은 바위가 나타나고 머리칼 같은 잘피 군락이 배를 쓰다듬고 작은 물고기떼가 쏘다니고 놀래미가 바위틈으로 숨어 눈치를 살핀다. 방파제 아래엔 톳을 닮은 해초가 무성하다. 해초를 헤치며 나아갔다. 바다 민달팽이 군소가 많이 보인다. 새끼 군소는 어미를 따라다닌다. 백군소를 처음 봤는데 아름다웠다. 군소를 별미로 치는 사람이 있지만 난 먹지 않는다.
'바위나 암초지역을 천천히 기어 다니며 살아가고, 먹이는 녹조류, 홍조류, 갈조류 등이며, 특히 파래류를 좋아한다.
향이 독특하여 특히 남해안 바닷가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다. 배를 갈라 내장과 색소를 빼내고 물에 삶아 주로 초장을 곁들여 먹는다. 경상도 해안 지방에서는 제사상에도 올린다. 중국에서는 상처나 염증의 치료제로도 사용한다.'
<지식 백과>
바다는 텅 비어간다. 바다 수영은 의외의 상황에 침착해야 한다. 이번엔 롱핀을 끼고 아이들이 모여 있는 건너편 자갈밭으로 헤엄쳤다. 물으니 게를 잡는 중이란다. 조그만 녀석들이 벌써 채집의 재미를 알다니 귀엽다. 커서 욕망의 한계를 넘지 말고 즐기길.
물속에 참고동이 몇 낱 보인다.
다음엔 잠수복을 입고 센터 스노클을 끼고 종아리에 수중칼을 차고 뛰어들었다. 물에 오래 머무니 체온 유지가 필수다. 거제 구조라 바다에서 이맘때 잡은 참고동은 별미였다. 그때 함께 간 화실 동료들이 떠오른다. 상어 지느러미만 한 핀을 끼니 쑥쑥 나간다 한 대접 잡고 물에서 나왔다. 한 시간 반쯤 놀았나. 짠물이라 힘들이지 않고 수영하니 힘이 남아돈다. 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커피를 샀다. 땡볕은 동해와 솔숲에 쏟아지고 차들이 바다 쪽으로 곤두박질치듯 달린다. 살다 보니 수영 장비가 늘었다. 죽부인 같은 독서대와 돋보기 안경이 친구다. 그러저러 시간 죽이는 흔해빠진 노인이 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