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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woHearted Apr 18. 2021

젓가락 숟가락

미국 사람 한국 사람


한국사람: "오오~ 젓가락 받침? 좋은데?! 어디서 그런 기술을 배웠니?"

미국사람: "뭐래니. 한국사람들은 다 이렇게 하거든?!"

한국사람: "...;;; (넌 아니잖;;;) 근데 님아. 수저는 용도에 맞게 쓰셈."

미국사람: "아니야. 숟가락은 못 배운(?) 서양사람들이나 쓰는 거야."



젓가락질 잘하는 것을 어떻게든 뽐내고 싶은 미국 사람은, 오늘도 덮밥을 오로지 젓가락으로만 먹습니다. 그 앞에서 숟가락으로 푹푹 퍼먹는 한국 사람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미국사람: 너는 한국사람이 되어가지고 애들처럼 숟가락으로 먹는 거 안 부끄러워? 


한국사람: 너는 한국 사람인 척하면서, 숟가락으로 먹어야 마땅한 음식을 젓가락으로 먹는 거 안 부끄러워?  


끝까지 서로를 "못 배운 사람" 취급하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덮밥을 먹습니다.


한국사람은 숟가락으로 야무지게 깨끗하게 비워낸 밥그릇을 자랑스레 들이밀어 보여주고,


미국 사람은 밥그릇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밥풀을 한 알 한 알 젓가락으로 집어먹는 세련된 기술을 보여줍니다.


결국 미국 사람의 숟가락과 한국사람의 젓가락은 수저통으로 다시 들어갑니다.



스파이시 튜나 덮밥



팬데믹 락다운이 해제된 지금도, 미국 사람과 한국사람은 집에서 밥을 지어먹고 있습니다.


젓가락을 유려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그토록 자랑스러운 미국 사람이 "나에겐 한국인의 피가 흐르나 봐"라고 헛소리를 하기도 하면서, 김치찌개도 끓이고 계란말이도 만들어줍니다. 정말 의심스러울 정도로 기가 막힌 맛이긴 합니다. 곧 수제 어묵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덕분에, 한국에 가지 못하고 있는 날들이 견딜만합니다.


+ 언젠가, 삼겹살파티에 곁들인 뚝배기 계란찜마저 젓가락으로 먹으려고 애쓰는 것을 본 뒤로, 숟가락이 필요할 때는 숟가락을 쓰는 거라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냥 웃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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