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람 한국 사람
한국사람: "오오~ 젓가락 받침? 좋은데?! 어디서 그런 기술을 배웠니?"
미국사람: "뭐래니. 한국사람들은 다 이렇게 하거든?!"
한국사람: "...;;; (넌 아니잖;;;) 근데 님아. 수저는 용도에 맞게 쓰셈."
미국사람: "아니야. 숟가락은 못 배운(?) 서양사람들이나 쓰는 거야."
젓가락질 잘하는 것을 어떻게든 뽐내고 싶은 미국 사람은, 오늘도 덮밥을 오로지 젓가락으로만 먹습니다. 그 앞에서 숟가락으로 푹푹 퍼먹는 한국 사람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미국사람: 너는 한국사람이 되어가지고 애들처럼 숟가락으로 먹는 거 안 부끄러워?
한국사람: 너는 한국 사람인 척하면서, 숟가락으로 먹어야 마땅한 음식을 젓가락으로 먹는 거 안 부끄러워?
끝까지 서로를 "못 배운 사람" 취급하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덮밥을 먹습니다.
한국사람은 숟가락으로 야무지게 깨끗하게 비워낸 밥그릇을 자랑스레 들이밀어 보여주고,
미국 사람은 밥그릇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밥풀을 한 알 한 알 젓가락으로 집어먹는 세련된 기술을 보여줍니다.
결국 미국 사람의 숟가락과 한국사람의 젓가락은 수저통으로 다시 들어갑니다.
팬데믹 락다운이 해제된 지금도, 미국 사람과 한국사람은 집에서 밥을 지어먹고 있습니다.
젓가락을 유려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그토록 자랑스러운 미국 사람이 "나에겐 한국인의 피가 흐르나 봐"라고 헛소리를 하기도 하면서, 김치찌개도 끓이고 계란말이도 만들어줍니다. 정말 의심스러울 정도로 기가 막힌 맛이긴 합니다. 곧 수제 어묵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덕분에, 한국에 가지 못하고 있는 날들이 견딜만합니다.
+ 언젠가, 삼겹살파티에 곁들인 뚝배기 계란찜마저 젓가락으로 먹으려고 애쓰는 것을 본 뒤로, 숟가락이 필요할 때는 숟가락을 쓰는 거라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냥 웃깁니다;